김정은 권위 절대화 '김정은 동상'은 언제?
김일성 사망 30주기인 8일 애도 수위에 관심
시진핑이 선물한 반신동상, 전신동상 확대여부 주목
김정일 동상의 변수…김정은주의와 후계자 지정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자이크 벽화와 대형 초상화에 이어 초상휘장, 즉 '김정은 배지'까지 등장하면서 김정은 우상화는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절대화하는 '전면화 단계'를 맞고 있다.
김정은 우상화는 집권 첫 해인 2012년에 사적자료실과 현지지도 말씀판, 표식비, 표식판 등의 설치로 시작해 김정은 문헌집, 김정은 위대성 도서, 김정은 장군 찬가, 김정은 반신상, 김정은 총서 발간, 김정은 혁명사상 일색화 선포 등을 거치면서 지난 12년 동안 집약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최근에는 김정은 자신의 권위를 독자적으로 내세우는 동시에 김일성·김정일의 선대는 흐릿하게 하는 방향으로 우상화가 진행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 이후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며 선대의 통일 정책에 선을 긋고, 올해 김일성 생일 호칭인 태양절을 '4.15' 또는 '4월 명절' 등으로 바꾼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오는 8일 김일성 사망 30주년을 맞으면서도 일부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주민들의 비공식적인 애도기간을 5일에서 1일로 축소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다.
5년,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지만 김 위원장의 금수산기념궁전 참배여부가 과거처럼 큰 정치적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권초기 김정은의 금수산 기념궁전 참배는 백두혈통의 계승과 통치 정당성을 확인하는 주요 계기였으나, 지금은 참배하면 나름대로 충분한 의미가 있고 참배하지 않아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됐다"고 말했다.
이는 무엇보다 김정은 우상화가 선대와 차별화된 권위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김정은에 도전할 세력이 싹트기 어렵고, 경제가 어렵지만 주민들에 대한 강력한 감시·통제 체제가 작동하는데다 핵·미사일 고도화와 북·러조약 등 정치군사적인 성과로 더 이상 선대의 후광에 기대어 통치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김정은 우상화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동상의 건립이다. 과거 선대 수령에게 적용됐던 우상화 수단 중 이제 남은 것은 동상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 동상은 헌화와 참배 등 유사 종교적인 의례의 대상도 되기 때문에 수령 절대화의 중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김일성 동상은 해방 후 1948년 10월 만경대혁명학원에 건립한 동상을 시작으로 전신동상과 반신동상을 전국 곳곳에 건립 또는 전시해 4만여 개에 이른 반면 김정일은 생전에 자신의 동상 건립을 극구 반대했다.
특히 김정일의 60세 생일(2002년)을 맞아 만수대창작사에서 삼지연지구에 세울 '김정일 동상' 초안을 여러 차례 당중앙위원회에 올렸으나, 김정일은 이 때 "경제문제와 인민생활문제, 조국통일문제를 비롯하여 아직 중대한 과업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생일 60돌이라고 하여 나의 동상을 세운다면 내 입장이 어떻게 되겠는가"라면서 일축한 것으로 전해진다.(『노동신문』 2011년 12월 25일 게재 기사 '위대한 어버이의 동상을 모시지 못한 사연')
이에 따라 김정일의 생전에 건립된 동상은 2,3개로 손에 꼽는다. 북한의 공식 매체로는 북한군 기관지 '조선인민군'이 지난 2010년 5월 1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이 김일성 주석과 생모 김정숙과 함께 인민무력부 혁명전시관에 제막·전시된 사실을 전한 바 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일의 노년에 인민무력부 혁명전시관에 전시된 김정일 동상에 훨씬 앞서 "남파공작원을 양성하는 김정일정치군사대학에 이미 김정일 동상이 세워졌다"고 확인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집권 후 지난 12년 동안 아주 다양한 방식의 우상화를 실행하면서도 동상만은 세우지 않은 것은 이런 김정일 시대의 분위기가 영향을 준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선대 수령과 그 동상이 헌화와 참배 등 유사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살아생전 이른 나이에 자신의 동상을 직접 세우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김 위원장이 선대계승 프레임에서 벗어나 적대적 남북 2국가론 등 파격적인 정책전환을 통해 자신을 사상가적·시대사적 지도자로 절대화하는 우상화 단계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김정은 동상의 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오경섭 위원은 "김정은의 권위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가장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게 동상이기 때문에 언제일지는 모르나 생전에 나온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김인태 연구위원은 "초상화에다 배지까지 나왔기 때문에 우상화의 마지막 순위로 동상이 생전에 나올 것으로 생각하나 지금 시점은 아니"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동상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것은 이미 김정은의 반신동상은 나왔다는 점이다. 시진핑 중국주석이 지난 2019년 6월 방북했을 때 김 위원장에게 선물한 반신상을 북한은 당 창건 75주년인 2020년 10월 국제친선전람관 전시를 통해 공개했고, 당시 조선중앙TV가 이를 방영하기도 했다.
지금은 북·러 밀착 속에 북·중 관계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시진핑이 선물한 반신동상은 의미가 크다. 김정은의 권위를 외부에서 그것도 중국의 최고지도자 시진핑이 인정한 셈이고, 북한 당국은 그런 식으로 주민들에게 선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신상에 이어 전신동상의 등장을 예상하는 데는 두 가지 변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주의의 공식 선포와 후계자 지정이다.
북한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를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 국정원의 설명이다. 북한 매체들이 강조하는 '김정은 혁명사상'이 사실상 김정은주의에 해당한다. 김정은을 선대수령과 차별화된 별도의 사상가로 높이는 것이 김정은주의이기 때문에 이에 부합하는 우상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후계자 지정이다. 과거 김일성 동상 등 김일성 우상화는 김정일이 주도했고, 김정일 노년기와 사망이후 김정일 동상은 김정은이 주도했기 때문에, 김정은 동상도 후계자 지정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동상 건립은 후계자의 충실성과 효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우상화 수단이기도 하다.
김인태 연구위원은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가장 상징적인 장소를 골라 김정은 동상이 등장 할 것"이라며 "현재 만수대와 삼지연 지구 등 북한의 상징적 장소에는 모두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이 세워져 있기 때문에 김정은 동상을 이곳에 함께 건립할지 아니면 별도의 장소를 찾아 세울지 고민할 것이고, 일단 중앙당 청사 등 주요 장소에 반신상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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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kh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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