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 오나…삼성·SK, HBM으로 기세 잇는다
지난 2018년 이후 역대급 실적 예상…HBM 주도권 경쟁 치열
"하반기도 공급 타이트"…HBM·기업용 SSD 등 AI향 제품 선전 기대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올해 2분기 6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반도체 업턴(상승기)'이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시대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맞물리면서 지난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호황기)'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한층 커지는 분위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10조4천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이상은 2022년 3분기(10조8천520억원) 이후 7개 분기만이다.
잠정 발표인 만큼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이 공개되지 않지만, 증권가에서는 DS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60% 수준인 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한 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낸 DS부문의 대반전이다.
D램과 낸드 등 메모리의 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 판매 호조에 기인한 결과로 보인다. 여기에 재고 수준도 나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효과로 인한 재고자산평가손실 환입(약 1조원대 추정)도 유의미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엔비디아에 HBM3E를 본격 공급하기 전인데도 삼성전자가 호실적을 낸 데는 HBM, DDR5,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차세대 제품뿐 아니라 범용 메모리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HBM에서는 여전히 SK하이닉스가 앞서가고 있지만 전체 D램과 낸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43.9%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낸드 시장에서는 36.7%를 차지하며 1위 자리를 모두 지켰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D램과 낸드(솔리다임 포함)에서 각각 31.1%, 22.2%로 추격하고 있다.
하반기 실적 책임질 'HBM'…삼성전자, 전사 역량 총집결
증권가에서는 HBM을 비롯한 일반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꾸준히 상승함에 따라 올해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이익이 25조∼27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범용 D램과 낸드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 감안 시 하반기로 갈수록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 개선 효과는 증대될 것"이라며 "강력한 AI 사이클 지속에 따른 공급 감소로 하반기에도 수요 대비 메모리 공급이 타이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체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8∼13%, 낸드는 5∼10%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삼성전자의 HBM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HBM3E 8단·12단 제품은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하반기 중 품질 테스트 통과 및 양산 개시가 이뤄지면 실적 상승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송재혁 삼성전자 DS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은 지난 3일 '나노코리아 2024'에서 HBM 품질 테스트와 관련해 "열심히 하고 있다"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도 그들이(삼성전자, 마이크론) 최대한 빨리 테스트를 통과해 우리 제품에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도 HBM이 '키 플레이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HBM 수요 증가율이 올해 200%에 육박하고, 내년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HBM 가격 상승도 점쳐진다.
이에 따라 아직 HBM 주도권을 잡지 못한 삼성전자는 최근 'HBM 개발팀'을 신설하는 등 HBM3와 HBM3E뿐 아니라 차세대 HBM4(6세대)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또 올해 HBM 공급 규모를 전년보다 3배가량 확대하고, 내년에도 2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역대급 실적 전망…HBM 지배력 강화 속도
움츠렸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깜짝 실적'을 내자 시장의 눈은 SK하이닉스로 향했다.
연합인포맥스 컨센서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해 5조3천221억원을, 매출은 123.55% 증가한 16조3천326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가진 HBM 시장 지배력과 더불어 기업용 SSD 등 AI향 제품 판매 확대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미국 마이크론 9% 순이었다.
지난해 7조7천304억원의 적자를 냈던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슈퍼사이클'이었던 2018년의 영업이익(20조8천440억원)보다 큰 규모다.
지난 3월 HBM3E 8단 대규모 양산에 돌입하며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납품을 시작한 SK하이닉스는 3분기 HBM3E 12단 양산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 가운데 HBM 비중이 두 자릿수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SK하이닉스는 HBM4의 양산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내년에 시작할 계획이다. 맞춤형 제품인 HBM4부터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 대만 TSMC와의 협력도 더욱 강화한다.
'HBM 1위' 수성에도 고삐를 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HBM 등 AI 관련 사업에 80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고, SK그룹이 신설한 '반도체위원회'와 사업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오는 31일과 25일에 2분기 확정실적 발표와 콘퍼런스콜을 진행할 예정이다.
burn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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