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폴] 전문가 60% “한은, 8월에 금리 내린다… 7월엔 소수의견 나올 것”
“금리 낮추면 韓美 금리차 확대… 환율에 부정적”
‘인하 소수의견’ 등장 주목… 1명 이상 나올 수도
전문가 10명 중 6명 “한은, 8월에 금리인하 단행”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11일에 개최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동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만장일치 동결 기조는 옅어질 것으로 봤다. 전문가 과반수는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60%가 8월로 예상했다. 물가 상승세가 2% 중반으로 둔화하면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내수 부진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인하 이유로 지목됐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린 것도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기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 전문가 전원 “7월 금통위, 기준금리 12연속 동결할 것”
조선비즈가 7일 국내 증권사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오는 11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연 3.5%로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망대로 금리가 결정된다면 기준금리는 12회 연속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금리 동결이 유력한 이유로 역대 최고 수준인 한·미 금리차를 꼽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리를 낮추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먼저 금리를 내릴 경우 2%포인트(p)인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인 자본 유출을 유도해 원·달러 환율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
물가 상승률이 안정 목표(2%)를 향해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 오르면서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8% 상승했고, 국제유가는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중동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다소 불안해진 금융환경도 금리 인하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5월말 대비 5조3415억원(0.76%) 오른 708조5723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은 2021년 7월(6조2009억원) 이후 2년 11개월만에 최대폭이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환율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한·미 금리차 확대를 한은이 굳이 유발할 필요가 없다”면서 “물가가 떨어지는 흐름이나 추세도 중요하기 때문에 물가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이 9월로 지연되고, 가계대출 증가 폭도 확대됐다”면서 “금융안정을 고려해 상황을 더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 소수의견 1~2명 등장 가능성↑… 금리인하 시점은 8월이 우세
그러나 그간 견고했던 ‘만장일치 동결’ 기조는 다소 옅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전문가 10명 중 6명(60%)은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소수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6명 중 5명은 1명이, 나머지 1명은 2명이 소수의견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에 인하 의견이 나온다면 작년 2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소수의견이 등장하게 된다. 작년 2월에는 조윤제 전 금통위원이 금리 동결에 반대하고 인상을 주장한 바 있다.
인하 소수의견이 1명 나올 것으로 예상한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근원물가가 둔화 추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기존 전망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난달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도 3.0%로 둔화된 만큼 한은은 7월 금통위에서 물가 둔화와 관련해 지난 5월 회의와 비교해 자신감을 내비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소수의견이 나올 경우 금리 인하 시점이 더욱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정부와 정치권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 소수의견까지 더해지면 인하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대통령실에서는 성태윤 정책실장이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었다”고 언급했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가 되면 금리 인하 논의를 주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첫 금리 인하 시점으로는 3분기(8월)와 4분기(10월)가 꼽힌다. 전문가 10명 중 6명(60%)은 8월 인하를, 나머지 4명은 10월 인하를 전망했다. 8월 인하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한은이 연내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씩 2회 내릴 것으로 봤고, 10월 인하를 점치는 전문가들은 1회 인하 가능성을 제기했다.
8월 인하를 예상한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물가에 대한 신중함을 감안해도 여전히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금융안정 위험 완화를 위한 정책 대응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면서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정책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금통위의 통화정책 결정 부담을 완화시켜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10월 인하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와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 지연을 근거로 들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 중반대 기대인플레이션과 재반등하는 가계대출 등을 고려하면 연내 2회 이상의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 불확실 등을 고려할 때 4분기 중 금리 인하 단행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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