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자산 롯백 강남점 담보로 차환 나선 롯데리츠... 그래도 당분간 고배당 어려워
연 5%대 금리로 추가 투자 어려워... 금리 인하기까지 버티기 돌입
당분간 은행이자보다 낮은 배당률 피할 수 없을 듯
롯데쇼핑이 유통업계 판도 변화와 중국 이커머스 기업 공세 등의 영향으로 고전하면서 롯데쇼핑에 부동산을 임대하는 롯데리츠도 난항을 겪고 있다.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더 많은 임대료를 요구해야 마땅하지만, 롯데쇼핑이 롯데리츠의 최대주주다 보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리츠는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2400억원의 부채를 갚기 위해 알짜 자산으로 꼽히는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담보로 내걸었다. 강남점의 감정평가액이 2년 동안 오른 만큼 다른 자산과 묶으면 더 많은 자금을 끌어올 수 있지만, 차환 가능한 규모로만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금리인하기에 접어들 때까지 버티기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리츠의 본질인 부동산 자산 편입, 운용, 배당 수익 확대와는 거리가 멀다.
7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츠(AA-)는 내달 초 1년물(800억원), 2년물(1600억원)로 나눠 총 2400억원 규모의 담보부사채 발행하기로 했다. 담보부사채는 일반 회사채와 달리 우량한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을 의미한다. 롯데리츠는 이번 자금 조달을 위해 노른자 입지에 있는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담보로 제시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이미 두 차례 담보로 쓰인 이력이 있다. 지난 2022년 7월(900억원), 지난해 7월(800억원) 채권을 찍는 데 담보가 됐다. 2022년 6월 기준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감정평가액은 5620억원이었고, 이를 담보로 총 1700억원을 대출받아 담보인정비율(LTV)은 30%였다.
최근 강남점의 감정평가액은 6100억원으로 불어났다. 앞서 강남점을 담보로 발행한 채권 1700억원의 만기가 이달 돌아온다. 여기에 롯데아울렛·마트 율하점을 담보로 빌린 700억원의 사채 만기도 이달 돌아온다. 이를 한 번에 묶어 이번 담보부사채로 차환하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강남점 자산가치의 40%를 유동화하는 셈이다.
롯데리츠가 담보부사채를 주로 활용하는 이유는 담보가 있으면 자체 신용등급보다 1노치(notch) 높게 평가받아 조달 금리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롯데리츠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 수준이지만, 이번 담보부사채 등급은 AA-로 인정받았다. 이런 방법으로 연 5%대 금리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엔 1~2년 후면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단기물로 담보부사채를 발행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기대와 달리 현재까지 금리는 내려가지 않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기준금리를 5.25~5.50%로 유지하고 있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3.50%에서 동결했다. 이에 따라 롯데리츠가 내는 이자는 줄지 않았고, 수익성은 계속 나빠졌다.
주주들이 받는 배당금도 이때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2021년 말 배당금은 보통주 한 주당 143원이었는데, 지난해 말에는 95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임대수익은 19억원(579억원→594억원)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이자비용은 129억원(193억원→322억원)으로 크게 뛴 탓이다. 시가배당률로 따지면 3.5%에서 2.9%로 0.6%포인트 줄었다.
조달 금리가 높다 보니 추가 대출 여력이 있어도 이를 활용하기 어려운 모양새다. 금리가 내리기 전까지 새로운 자산 편입은 고려할 수 없는 처지다. 리츠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롯데마트, 롯데백화점이 모두 어려운 상황인데 롯데리츠가 연 5%대 금리에 돈을 빌려 어떤 자산을 살 수 있겠느냐”며 “이자만 갚고 투자하지 않는, ‘현상 유지’가 제일 나은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보수적인 전략이 리츠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점이다. 리츠 상품의 본질은 부동산 자산을 활용해 임대수익을 쌓고, 배당을 더 많이 주는 것이다. 현재는 이자 비용이 줄어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과 같다. 롯데쇼핑으로부터 받는 임대료는 상한선이 있기에 나가는 비용이 줄어야 배당이 늘어난다. 상대적으로 이득을 누리는 건 롯데리츠 임차인이다. 주요 롯데백화점, 마트 임대료는 최대 연 1.5% 상승하는 구조로 계약을 체결했다. 임차인이 안정적이라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던 리테일 리츠지만, 금리 인상기에 임대료를 제대로 올리지 못하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앞으로도 단기간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 차환하더라도 재조달 금리가 크게 낮아지진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되면서 올해 롯데리츠의 재조달 금리는 연 5.0%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회사 측은 더 낮은 금리로 차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차입금 가중평균금리는 5.03%였다. 올해 조달금리를 4.60%로 낮추는 게 목표다. 계획대로 된다면, 보통주 한 주당 배당금을 103원까지 늘리는 게 가능하다. 이어 반기마다 112원→117원→124원까지 차츰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 구상은 낙관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전제는 올해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3회 인하하고, 내년에도 3회 인하하는 것이다. 금리 예상 경로가 어긋난다면, 수익 개선 계획도 틀어진다.
증권가에서는 롯데리츠가 리테일 자산 중심으로 보유한 것을 리스크로 꼽고 있다. 자산 활용도가 낮아서다. 이은상 연구원은 “총 운용자산(AUM) 기준 리테일 점포가 차지하는 비중은 96%에 달하는데,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리테일 점포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리테일 단일 섹터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어렵기에 섹터 확대는 필수적이다”고 분석했다.
그래도 지금을 저가 매수 타이밍으로 보는 의견이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세련 LS증권 연구원은 “조달 금리로 인해 주가가 할인됐기에 향후 시장 금리 인하에 따른 상승 여력이 높은 리츠로 판단하고 있다”며 “그룹 외부, 비(非) 리테일 우량자산을 발굴해 투자할 계획을 제시한 만큼, 향후 자산 다양화에 따른 성장성도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한편 롯데리츠는 롯데쇼핑을 스폰서로 둔 리츠다. 롯데쇼핑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리츠는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시작으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 롯데마트몰 김포물류센터 등 15개, 총 2조30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매입했다. 세일앤리스백(자산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공실률이 0%라는 게 장점이지만, 계열사이기에 임대료 인상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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