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물가 3개월째 2%대… 한은, 금리 인하 깜빡이 켤까

강한빛 기자 2024. 7. 7.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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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동결, 가계부채 경고등①] 4일 앞으로 다가온 금통위, 한은의 선택은
[편집자주] 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정례회의를 열고 올해 하반기 첫 기준금리를 정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1월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11회 연속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이번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물가 상승률이 완만환 둔화세를 보이고 있으나 고환율·고유가 불안이 고민이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증가 속도에 나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에 나섰다.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서민의 대출 급전창구인 고금리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규모는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인 가계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24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별관에서 진행된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잠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사진=머니S 임한별 기자
한국은행의 7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준금리 결정을 둘러싼 명분과 변수가 새롭게 등장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6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2%대에 머물면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지목한 조건도 충족됐다. 다만 금리 인하는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따라 환율 급등 우려가 여전하고 미국 역시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한은이 먼저 나서 금리를 손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들어 첫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의 발걸음은 어디로 향할까.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금리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D-4, 한은의 선택은


표=머니S 김은옥 기자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11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5월23일 금통위 회의에서는 금통위원 6인의 만장일치로 동결이 결정되면서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 오른 이후 같은 해 2·4·5·7·8·10·11월에 이어 올 1·2·4·5월까지 11회 연속 동결을 유지 중이다.

한은이 그동안 금리 동결을 이어온 건 통화 정책의 최우선 목표인 물가 안정을 위해서다. 현재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여전히 금리 인하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물론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오는 등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며 금리 인하 여지는 생겼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4%를 기록했다. 이는 3개월 연속 2%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추세가 잘 확인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무엇보다 완만한 둔화 흐름이 예상돼 금리 인하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2일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근원물가 등 기조적 물가의 하향 안정세, 지난해 8월 유가·농산물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전반적으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1380원대 중반에 머물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곡물, 원유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달갑지 않은 부분이다. 높은 환율은 원자재 가격 부담을 높여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

김 부총재보 역시 "높은 환율 수준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움직임, 기상여건, 공공요금 조정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다"며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해 가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제자리 걸음을 택한 것도 한은에겐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달 금리를 5.25∼5.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는 있지만, 금리를 인하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높이기 위해 유리한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연준의 향후 정책 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점도표에서 올해 금리인하 횟수는 기존 3회에서 1회로 조정됐다. 다만 내년 금리인하 횟수는 기존 3회에서 4회로 늘렸다.

한은이 미국(5.25∼5.50%)보다 먼저 금리를 낮출 경우 현재 2%인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통상 금리 차가 역전되면 한국의 금융자산의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가 커진다.

결국 금통위는 이번에도 시장을 관망하면서 중립적 메세지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물가안정목표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2%)에 수렴해 나갈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동결에 무게… 관전 포인트는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한편 지난 회의보다 완화된 시그널을 보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이달 1일 내놓은 '7월 금융시장 브리프'를 통해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5월 금통위보다 완화된 시그널을 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점쳤다. 구체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하거나 이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물가 안정세 확신을 언급할 것이란 진단이다.

경제 성장률 상향조정, 원달러 환율 상승 우려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국내 디스인플레이션이 한은의 예상 경로대로 흐르고 있고 소비위축, 건설경기 악화 등 내수부진이 심화돼 경기회복 지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임 금통위원도 관전 포인트다. 한은이 11일 공개한 '제10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는 각 위원의 견해 차이가 확인됐다.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인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금통위원의 목소리도 있었다. 시장에서는 신성환 의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머지 5명은 3개월 후에도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

금통위에 새로 합류한 위원들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도 변수도 지목된다. 통상 금통위원들은 합류 초기에는 분위기를 살피고자 대체로 중립적인 의견을 내놓고 향후 견해를 드러낸다. 지난 5월엔 김종화·이수형 위원이 처음으로 금리 결정에 참여했다.

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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