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경찰, 실종된 8세 여아 시신 은닉?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 [그해의 날들]

김동현 2024. 7.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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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인 1989년 7월 7일 오후. 당시 경기도 화성군(현 화성시) 한 초등학교 2학년이던 김모 양이 수업 후 귀가하다가 돌연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김 양의 흔적은 쉽게 발견되지 않았고 결국 이듬해 8월, 해당 사건은 '실종사건'으로 종결됐다.

이후 30년이 지난 2019년 10월 15일. 무려 15명의 인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이춘재가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자신이 저지른 4건의 살인 사건을 추가로 자백했으며 이 중에는 실종으로 분류돼 미제로 남았던 김 양의 사건도 포함됐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살해한 것으로 확인된 '화성 실종 초등생'의 유골을 찾기 위해 지난 2019년 11월 1일 오후 경기 화성시 병점동 한 공원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GPR(지표투과 레이더)장비를 투입해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이사건은 1989년 7월7일 화성 태안읍에서 김 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된 것이다. [사진=뉴시스]

이춘재는 사건이 있던 그날, 우연히 마주친 김 양을 끌고 가 성폭행한 뒤 살해했고 김 양의 시신과 소지품 등을 산속에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춘재의 자백으로 대대적인 재수사가 시작됐고 그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김 양이 사라진 같은 해 12월 21일. 지역 야산에서 김 양의 책가방, 신발주머니, 속옷, 필통, 셔츠 등을 발견됐다. 그러나 당시 화성경찰서 형사계장 A씨는 이러한 유류물 신고를 접수하고 직접 확인했음에도 김 양 가족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이후에는 김 양의 유골로 추정되는 뼈까지 발견됐다. 한 주민이 "야산에서 줄넘기에 결박된 양손 뼈를 발견했다"고 신고한 것이다. 이는 '줄넘기로 어린이 손을 묶고 범행했다'고 진술한 이춘재의 말과 일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골 발견 당시에도 A씨 등은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되레 그가 사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암매장했다는 의혹만 제기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경찰은 김 양 아버지가 요청한 2차례의 수사 요청까지 묵살했다.

지난 2019년 11월 1일 오후 경기 화성시 병점동 한 공원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살해한 것으로 확인된 '화성 실종 초등생' 유골 수색 현장에 유가족들이 놓아둔 꽃다발이 있다. 이사건은 1989년 7월7일 화성 태안읍에서 김 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된 것이다. [사진=뉴시스]

그렇게 억울한 죽음을 당한 김 양은 공권력에 의해 30년간 '단순실종'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가 고의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시신을 은닉했다고 판단, 30여 년이 지나 그를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범행 이후 시간을 너무 많이 흐르고 일대에 개발이 진행돼 끝내 김 양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

A씨 역시 공소시효가 지나 어떠한 형사처벌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수사로 인해 사건 은폐 의혹이 불거진 후, A씨는 수사 기관과 언론 등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모른다' 등 입장으로 일관했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인 고 김현정 학생의 아버지가 지난 2021년 1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총체적인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유족들은 '경찰이 은폐한 30년, 이춘재 화성 초등생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청원을 통해 "우리 가족은 이춘재만큼이나, 아니 이춘재보다 더욱 당시 경찰에게 분노를 느낀다. 그들은 연쇄살인마 이춘재의 공범이자 그보다 더한 범죄자들로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유족들은 "경찰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로 사건 실체 규명이 지연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 판결이 나기 전인 2020년 9월과 2022년 9월, 김 양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세상을 떠났다. 이들이 사망하자 유족들은 손해배상 금액을 4억원으로 조정했다.

2년 8개월간 지속된 재판 끝에 법원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국가가 유족에게 2억 2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지난 2020년 7월 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종합 수사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피해자 및 유가족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시 재판부는 "조사 보고서 등을 비춰보면 경찰이 김 양의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체를 발견했으나 불상의 방법으로 은닉했다. 또 피해자가 살해됐을 가능성을 인식했는데도 단순 가출 사건으로 종결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조작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유족이 김 양에 대해 애도와 추모할 권리, 김 양의 사인에 대한 알 권리 등 인격적 법익이 침해됐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국가는 유족에게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유족은 장기간 고통받았고, 사체도 수습하지 못했다. 이런 피해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회복하기 어렵다. 수사기관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닉했고 국가에 대한 신뢰가 현저히 훼손돼 금전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같은 재판 결과에도 A씨는 끝내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양의 오빠 김모 씨는 이를 두고 "이제는 사과는 바라지도 않는다. 사건의 진실만 원할 뿐"이라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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