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지호 "이재명은 제 정치적 시작…검찰독재 끝까지 맞선다"

김세정 2024. 7.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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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최고위원 출사표
"계속된 이재명 수사 고통…검찰권 남용 큰 문제"
"고인 물로 맛있는 밥 못 지어…당내 엘리트주의 타파"

8.18 전당대회에 최고위원으로 출마하는 김지호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이 4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부대변인은 이 전 대표를 둘러싼 검찰의 수사를 일종의 '국가 폭력'으로 규정한다. '검찰의 권한 남용'을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그는 당 지도부에 진입해 "검찰 독재 정권과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다짐했다. /김세정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김지호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8·18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도전한다. 출마 이유를 묻는 말에 "고통스러워서"라는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재명 전 대표는 김 부대변인을 '오랜 동지'로 표현한다. 경기도지사 비서관으로, 또 당대표 정무조정부실장으로 오랜 시간 이 전 대표를 보좌해온 '동지'에게 지난 2년은 그야말로 고통의 시간이었다.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구속영장, 그리고 여러 건의 기소까지. 끝나지 않는 검찰 수사에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몇몇 동료는 구속됐고 본인도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전 대표의 측근으로서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과 검찰의 주장은 너무도 달랐다고 한다. 검찰 수사를 향한 문제의식은 그를 정치 전면으로 이끌었다.

김 부대변인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진행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를 둘러싼 검찰의 수사를 일종의 '국가 폭력'으로 규정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검찰의 권한 남용'을 꼽은 그는 당 지도부에 진입해 "검찰 독재 정권과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다짐했다.

"대선 후에 대표께서 계속 검찰 수사를 받았어요. 보통 3~4장이라는 압수수색 영장은 30장에 달했고, 구속영장은 140장이었어요. 읽어보니 말이 안 돼요. 그걸 다 반박해야 하는데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더라고요.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닌 것도 나왔고요. 상당수의 검찰 인력이 민주당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정권의 인기가 떨어지고 실정이 거듭될 때마다 검찰 수사가 계속돼요. 이슈 전환의 가장 좋은 소재를 야당에 대한 수사로 보고 검찰이라는 공권력을 이용하는 것이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잘못된 방향으로 국가를 운영하지 않습니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검찰권 남용이라고 봐요. 이런 문제의식을 당 운영에 반영시키고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크죠. 그래서 (최고위원)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김 부대변인은 예정된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4일 이른 시간부터 국회 소통관을 찾았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인사하려 기다리는 김 부대변인의 모습. /김세정 기자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도 활동하는 김 부대변인은 예정된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이른 시간부터 국회 소통관을 찾았다. 마주치는 당 관계자들 한명 한명 손을 붙잡고 미소로 반갑게 인사했다. 주머니에는 명함이 한가득이고, 가슴엔 이름 석 자가 새겨진 큰 명찰이 달려 있다. 현역 의원인 다른 주자들보다 이름이 덜 알려진 만큼 부지런히 뛰어다닐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원외 인사'라는 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기도 한다. 의정활동을 해야 하는 의원들보다 비교적 여유로워 지도부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다.

"현역 의원들은 바쁘지만 저는 오로지 당 업무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긴 하죠.(하하) 당의 현안, 그리고 검찰과 관련한 특검 등이 원활하게 추진돼야 하는데 제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당이 단일대오로 윤석열 정부와 더 가열차게 싸워 정권을 되찾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회와 경기도에서 비서관도 해봤고, 당직자도 했기 때문에 경험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검찰권 견제도 중요하지만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에 저희가 야당이지만 더 유능한 모습으로 민생을 살피고 국정을 주도해야 하잖아요. 경기도에서 수술실 CCTV나 계곡 정비 등의 민생 관련 정책을 이 전 대표와 함께 해온 경험이 있어요."

김 부대변인의 주머니에는 명함이 한가득이다. 현역 의원인 다른 주자들보다 이름이 덜 알려진 만큼 부지런히 뛰어다닐 수밖에 없다. /김세정 기자

김 부대변인에게는 '찐명'이라는 수식어가 종종 따라다닌다. 이 전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이득을 봤을 것 같지만 돌이켜보면 그렇지도 않다. 지난 총선에서 경기 분당갑 출마를 준비했으나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전략공천 되면서 경선도 치르지 못했다. 그러나 좌절도 잠시였다. 서운한 마음을 접어두고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선거를 도왔다. 그는 "속상하긴 했다. 그런데 제가 (이의를 제기한다면)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또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이후에 공천 갈등이 조금 잦아들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부대변인은 "저는 찐명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이 전 대표도 그런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친하니까 혜택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겠나. 제가 찐명이라면 컷오프가 됐겠나"라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 말 자체를 부인할 생각은 없다. 이 전 대표를 떼어놓고 저를 생각할 수 없다. 정치적 시작이 이 전 대표였다. 저의 역사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기자회견문을 살펴보는 김 부대변인. /김세정 기자

회견을 마친 후 장경태 의원과 김 부대변인. 김 부대변인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검찰권 남용이라고 본다"며 최고위원이 돼 검찰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세정 기자

최고위원 주자들 간에 이 전 대표를 향한 충성 경쟁이 과열된다거나 당이 '이재명 일극 체제'로 가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김 부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의 지도자다. 유능하고 실력도 있는 사람인데 엄청난 탄압을 받고 있지 않나. 지키겠다고 나서는 건 순리라고 생각한다"라며 "당원들도 이 전 대표와의 친소 관계로만 후보들을 판단하고, 표를 주진 않는다. 그 사람의 이력이나 앞으로의 정치적 계획을 보면서 판단하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국민의힘이야말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일극 체제 아닌가요. 이 전 대표는 검찰과 싸우면서도 총선에서 큰 성과를 냈잖아요. 지지자들도 (이 전 대표에 대한) 확신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게 마치 콘크리트처럼 강화됐어요.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은 안 된다'라는 비판은 와닿지 않죠. 당내에서 차별화를 하고 싶다면 당당히 공개적으로 해야 합니다. 당이 일극화된다면서 익명으로 비판하는 것은 퇴행적 정치의 한 행태라고 봐요."

김 부대변인은 최고위원 주자들 간에 이 전 대표를 향한 충성 경쟁이 과열된다거나 당이 '이재명 일극 체제'로 가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김세정 기자

김 부대변인은 "고인 물, 썩은 물로는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없다"라고 했다. 최고위원이 돼 민주당에 남아있는 엘리트주의를 타파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민주당은 세 번 집권하는 동안 양적·질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인적 구성도 훌륭하다. 그런데 소수의 기득권, 엘리트주의가 아직 남아있다"며 "후배 정치인이나 동료 정치인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본다. 저는 고인 물 또는 썩은 물이라고 표현한다. 이를 퍼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을 완전히 개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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