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나온” 마성의 황성빈, 2만 관중 시선 한몸에 모은 압도적인 퍼포먼스
“작정하고 나왔다”던 마성의 황성빈이 그 말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올스타전 팬들의 시선을 독차지했다.
SSG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부상으로 대체 선수 막차로 올스타에 합류한 황성빈은 6일 올스타전 시작 전부터 “작정하고 퍼포먼스를 준비했다”며 베스트 퍼포먼스 수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입장부터 남달랐다. 3회말 드림올스타 9번 타자로 나선 황성빈은 헬멧, 조끼 차림에 오토바이를 몰고 타석까지 들어왔다. 모두 민트색으로 ‘깔맞춤’을 했다. 유명 배달어플 라이더 복장을 그대로 패러디한 것. 폭발적인 주루 덕분에 붙은 배달 관련 자기 별명을 따온 셈이다. 조끼에는 또다른 별명 ‘마황(마성의 황성빈)’ 이름표를 붙였다.
복장은 시작에 불과했다. 상대 투수 NC 김영규를 상대로 내야안타를 치고 1루까지 도달했다. 황성빈은 ‘배달완료’라고 쓴 쪽지를 꺼내 보였다. 안타를 배달하는데 성공했다는 뜻.
아직도 끝이 아니었다. 2루를 향해 뛸까말까 투수를 헷갈리게 하는 특유의 동작을 취했다. 올 시즌 KIA 양현종을 상대로 펼쳐보였던 동작을 그대로 취했다. 당시에는 상대 투수를 도발하는 것 아니냐며 논란이 됐지만, 지금은 일종의 밈으로 승화된 동작이다. 애써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던 김영규가 결국은 웃음을 터뜨렸다. 더그아웃의 김태형 롯데 감독은 진작부터 터져 나오는 웃음 탓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포수 박동원도 크게 웃었다.
배달 세리머니야 미리 준비했던 것이지만, 도발 세리머니는 천운까지 따랐다. 일단 출루에 성공해야 했고, 상대 투수도 얼굴을 마주보는 좌완이라야 임팩트가 있었다. 다행히 그 조건 2개가 다 맞춰졌다.
황성빈의 퍼포먼스는 수비 때도 이어졌다. 4회초를 앞두고 황성빈은 배달 라이더 조끼를 그대로 입은 채 파울 라인 볼보이석에 앉았다. 옆에는 과거 자주 보던 ‘철가방’ 배달통이 있었다. 팀 동료 박세웅이 마운드에 오르자 황성빈이 철가방을 들고 마운드로 달렸다. 철가방 속에 든 건 박세웅을 위한 로진. 로진 배달 후 거스름돈까지 뒷주머니에서 꺼냈다. 박세웅이 됐다며 손을 저었다. 3회말부터 4회초까지 소품은 물론 연기력까지 완벽에 가까웠던 황성빈의 퍼포먼스였다.
이날 퍼포먼스를 위해 황성빈은 준비를 많이 했다. 롯데 구단 마케팅팀도 애를 많이 썼다. 배달 라이더 복장은 의상점에서 빌렸다. 빌리는데 6만원 가량 들었다는 후문. 오토바이는 경기장 근처 영업점에서 렌트를 했다. 헬멧, 조끼와 톤을 맞추기 위해 민트색으로 고르고 골랐다.
이날 여러 선수들이 저마다 개성을 살려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다만 5회 현재까지는 황성빈의 퍼포먼스가 가장 임팩트가 커 보인다.
인천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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