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키워야 지갑 열린다”…팝·웹툰 이어 전세계 마음 훔치러 ‘K유튜버’ 진격 [더인플루언서]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4. 7. 6. 18: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푹빠진 한국인
진화하는 팬덤경제 분석

지난달 29일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인플루언서들의 축제격인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 2024’에 1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습니다. 구글이 양일(29~30일)간 개최한 이번 행사는 크리에이터들과 팬들의 소통 축제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개최됐는데요.

특히 자신이 구독하는 유튜버를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보려는 팬들로 행사장은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이는 수십만~수백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메가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유명 연예인을 능가하는 요즘 분위기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그야말로 ‘셀럽 유튜버’의 시대가 열린 셈이죠.

특히 한국은 영상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국가로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포노 사피엔스란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로 사용하는 디지털 인류를 의미합니다.

이번주 <더인플루언서>에서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팬덤경제’ 트렌드를 다뤄보겠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지난달 29~30일 열린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 2024 현장 사진. [사진 제공=유튜브]
6년만에 韓 귀환 ‘유튜브 팬페스트’
구글이 전 세계 10개국에서 개최하는 유튜브 팬페스트는 해당 국가의 인기 크리에이터들과 팬들의 소통 행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선 2014년 처음 열렸죠.

한국에서 오프라인으로 열려온 유튜브 팬페스트는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1년부터는 온라인으로만 진행돼 왔습니다. 올해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으로 다시 열려 큰 주목을 받았죠.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지자체(인천광역시)까지 공동 주최자로 힘을 보탰습니다.

유튜브 팬패스트 코리아 이미지. [사진 제공=유튜브]
유튜브에 따르면 이번 팬페스트에는 28명의 크리에이터가 참가했습니다. 너덜트, 사내뷰공업, 육식맨, 대도서관, 박막례 할머니, 침착맨, 제이플라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튜버들로 화려한 라인업이 꾸려졌습니다. 유튜브 관계자는 “음악, 마술, 운동, 코미디, 퍼포먼스 등 여러 주제를 대표하는 크리에이터들을 섭외했다”고 밝혔습니다.

주최측은 인플루언서와 팬들의 오프라인 소통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해요. 다양한 체험존과 이벤트를 운영하고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참여한 ‘라이브쇼’를 열었죠. 특히 팬들이 크리에이터들과 1:1로 직접 만나볼 수 있는 밋앤그릿(Meet and Greet) 행사는 반응이 가장 뜨거웠습니다. 구독자들이 유튜버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등 팬사인회를 방불케 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만한 다른 포인트는 유튜브가 ‘미래 스타’ 육성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구글은 행사 둘째 날인 30일엔 크리에이터만을 위한 ‘크리에이터 클럽’ 행사를 열었습니다. 유명 크리에이터들은 ‘크리에이터 챔프’ 자격으로 아직 초기 성장 단계인 크리에이터들을 상대로 경험담과 팀을 공유했죠.

인기 상승 중인 크리에이터 존을 별도로 마련해 앞으로 주목할 만한 차세대 여성 크리에이터 30인을 조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유튜브 생태계에 스타급 ‘메가 인플루언서’를 지속적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인 88%가 유튜브 본다
‘유튜브 열풍’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죠.

하지만 사용자 추이 세부 데이터를 살펴보면 유튜브가 특히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그야말로 유튜브에 푹 빠진 대한민국입니다.

유튜브 앱 분석 리포트 그래픽. [자료=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자사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활용해 분석(안드로이드·iOS 통합 기준)한 모바일인덱스 ‘유튜브 앱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인구의 88%(약 4579만명·2024년 5월 기준)가 유튜브 앱을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월 평균 사용일 수는 약 21일이며, 설치대비 월간 사용률은 약 97%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유튜브’의 월간 사용 시간은 2021년 이후 꾸준한 우상향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튜브 총 사용 시간은 19억 1875만 시간으로 2021년 5월(15억 3106만 시간) 대비 대폭 늘었고요.

성별 및 연령별 월 평균 사용 시간을 분석한 결과 10대 이하의 남성이 약 56시간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남성(약 51.8시간)이 뒤를 이었습니다. 여성의 경우, 10대 이하의 연령대가 약 43.5시간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안드로이드·iOS 합산 기준)를 표본 조사한 결과에서도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은 유튜브로 전체 스마트폰 사용 비중의 33.6%(4월 기준)를 차지했습니다.

시간으로 보면 1021억분에 해당한다고 해요. 2위인 카카오톡 10.7%(325억분)와 비교해도 사용 시간은 3배나 차이가 납니다.

특히 유튜브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틱톡 등 영상 앱들의 진격이 눈에 띕니다. 같은 기간 조사에서 인스타그램이 209억분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죠. 당시 와이즈앱은 “인스타그램은 2016년 3월 와이즈앱이 모바일 앱 통계 집계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네이버를 제치고 3위 자리에 올라섰다”고 설명했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의 시장 장악이 요즘 모바일 생태계의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팬덤경제’ 더 커진다
유튜브가 이처럼 단기간에 한국 시장을 점령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막대하게 성장한 팬덤이 첫 손에 꼽힙니다.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는 일반인 출신 인플루언서가 탄생했고→이를 지지하는 막대한 팬덤이 형성됐고→이를 보고 인플루언서 업계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죠.

박현욱 유튜브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총괄은 “유튜브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고 한국 콘텐츠가 국내 무대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은 모든 크리에이터와 팬들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수백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지식재산권(IP)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이들이 만들어낸 팬덤 비즈니스가 계속해서 성장하면서 쌍방향 소통에 대한 니즈도 갈수록 커지고 있고요.

전자상거래 분야별 국내 시장 규모. [매경DB]
전자상거래·오프라인 이벤트 등 이를 공략하는 ‘팬덤경제’가 뜨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팬덤경제는 특히 좋은 콘텐츠를 경험한 소비자가 스스로 열광적으로 확산시키며 거대한 자발적 팬덤을 형성시키는 구조로 주목됩니다. 대중매체와 자본이 지배하던 시장 권력이 소비자 팬덤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도 있죠.

팬덤경제 현상은 팬데믹 이후 산업 분야로 확산 중입니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방송국은 지상파와 케이블TV의 영향력을 뛰어넘고 있고요. 실제 광고산업도 이로 인해 급격히 재편되고 있습니다. 방송과 광고산업이 바뀌자 유통에도 변화가 일어나는 중입니다.

쇼핑으로 진격하는 유튜브, 왜 한국?
유튜브는 세계 최초로 ‘쇼핑 전용 스토어’를 한국에 출시했어요. 이를 통해 본격적인 온라인 커머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분석입니다.

그런데 왜 한국일까요.

그 이유로는 △남녀노소 불문한 플랫폼의 인기 △공고하게 형성된 크리에이터 생태계 △한국의 매력적인 소프트파워(콘텐츠)생산력 △팬덤 비즈니스 관련 강력한 구매력 등이 꼽힙니다.

라이브커머스 판매 데이터 플랫폼 라방바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3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25% 성장했습니다.

지난달 유튜브는 카페24와 손잡고 온라인 쇼핑몰 기획이나 개발 작업 없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자신만의 쇼핑 채널을 만들 수 있는 ‘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를 개설했어요.

유튜브는 그간 자체 주문이나 결제 시스템이 없어 쿠팡, 11번가와 같은 외부 온라인 커머스 업체를 중개하는 역할에 그쳤는데요. 그러나 이번에는 유튜브 생태계 내에서 쇼핑 스토어 개설부터 판매와 구매,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인 것이죠.

판매자는 구글 계정으로 카페24에서 회원 가입을 거치면 즉시 유튜브 쇼핑을 위한 전용 스토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후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조건을 만족하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합니다. 파트너 프로그램 조건은 구독자 수 500명, 영상 유효 시청 시간 3000시간 또는 쇼츠 조회 수 300만회 이상입니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판매에 나설 수 있습니다.

다만 유튜브와 틱톡 모두 아직 앱에서 결제까지 ‘올인원’으로 지원하는 쇼핑 인앱결제는 지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앱결제가 현실화할 경우 커머스 업계에 미칠 파급은 매우 클 전망입니다. 구글 관계자는 “현재 스토어 자체는 아웃링크이고, 유튜브 앱 내 인앱결제 관련해서는 계획이 현재로선 없다”고 전했습니다.

팬덤과 커머스 결합에 주목
유튜브가 커머스를 강화하는 것은 ‘영상’과 ‘팬덤’ 그리고 ‘커머스’가 결합한 라이브커머스가 온라인커머스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커머스는 팬덤 기반, 그리고 ‘팬덤+맞춤형 광고’ 등 콘텐츠커머스로 진화하고 있죠.

숏폼(짧은 영상) 등 같은 동영상 콘텐츠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영상’과 ‘커머스’가 결합된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동남아 등지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요.

구독자와 끈끈한 신뢰 관계를 구축한 인플루언서들이 진정성 있게 제품 정보를 전달하면 소비자의 주머니를 더 쉽게, 더 많이 열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라이브방송의 구매 전환율은 30% 수준으로 일반 온라인 쇼핑 구매 전환율인 2.06%보다 10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

또 미래 소비 세대로 주목받는 알파세대(2010년 초부터 2020년 중반에 태어난 세대)는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을 단순히 재미가 아닌 쇼핑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젊은 팬덤은 자신이 구독하는 인플루언서가 먹는 음식, 입는 옷, 사는 곳, 여행하는 장소, 일상까지 모든 것을 궁금해하죠.

마치며
유튜브가 한국 시장에 공고하게 구축해놓은 생태계에 단기간에 균열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분명한 점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거대 플랫폼들이 커머스와 팬덤 경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K팝, K드라마, K웹툰 등으로 입증한 콘텐츠 강국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포노 사피엔스 관점에서 대한민국은 매력적인 콘텐츠 왕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모노클 잡지에 소프트파워 슈퍼스타로 소개된 한국. [매경DB]
영국 모노클은 각국의 문화적 매력지수를 소프트파워로 분석하고 국가별 순위를 매기고 있는데 2019년 15위에 머물렀던 대한민국은 2020년 2위까지 순위가 급상승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던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캐피털 창업자는 이에 대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2020년, 영국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모노클’ 12월호를 손에 잡은 순간 필자는 전율을 느꼈다. 표지에는 태극기가 등장했으며 이 매체는 한국을 ‘소프트파워 슈퍼스타’로 소개했다. 글로벌 소프트파워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커졌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한국이 이 트렌디하고 힙한 월간지의 표지를 장식했다는 사실에 한국 친구들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해할지 기대하면서 자랑스럽게 잡지를 몇 부씩 구매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중략) 한류의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구성 요소에 주목한다.”
한국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실행력으로 무장한 수많은 크리에이터 군단이 있습니다. 더욱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이 열어놓은 콘텐츠 시장에서는 국경도 언어의 장벽도 없습니다.

<더인플루언서>가 그동안 만난 국내 탑급 크리에이터 중 상당수는 ‘해외 진출 의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BTS가 전 세계 음악 시장을 강타하고,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의 킬러 콘텐츠로 떠올랐듯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한국인 인플루언서들의 등장을 기대해봅니다.

앞으로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인플루언서들을 발굴해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해보겠습니다.

혹시 세계인의 마음을 훔치고 있는 한국인 인플루언서를 알고 계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황순민 기자의 더 인플루언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바야흐로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구축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플루언서 생태계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