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기타신공] 정재필, (여자)아이들‧정용화 밴드마스터
많은 아이돌 세션 ‘섭외 1순위’ 대세 기타
여러 소속사서 가장 선호하는 기타리스트
비투비, 서인국, 씨엔블루 밴드마스터
타성 젖지 않은 트렌디한 새 아이템 추구
세션기타의 스타일리스트
한 트랙에 최대한 많은 걸 짧게 담아내
K팝 아이돌서 록, 트로트(이찬원)까지 전방위
메인기타는 서, 타일러, 잭슨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사회 제반 영역에서 거의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걸 '대세'라고 한다. 예를 들어 기자가 학력고사(현재의 수능)를 준비하던 시절엔 '영어=성문종합영어', '수학=홍성대 수학 정석', '록=딥 퍼플, 레드 제플린', '트로트=이미자, 나훈아' 등이 대세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젠 세계 대중음악의 중심권에서 호령하고 있는 K팝, 그중에서도 기타 파트를 맡은 세션기타리스트도 대세가 있다. BTS(방탄소년단)의 'DNA' 'ON' 'Dynamite(Retro Remix)' 'Butter(Cooler Remix)', 여자친구 '시간을 달려서'와 '오늘부터 우리는', (여자)아이들, 비투비(BTOB), 마마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서인국, 정용화, 씨엔블루, 청하, 윤하, 선미, 조유리, 스테이씨, 원어스, 브레이브걸스 '운전만 해' '치맛바람', 그리고 아이유, 성시경 '너의 모든 순간' 'And We Go' '너를 사랑했던 시간'까지 7000여 곡에 이르는 많은 스타의 히트곡에서 들을 수 있는 기타 소리 주인공. 이 정도면 대세 중의 대세다. 저 유명한 백지영 '총맞은 것처럼' 기타 연주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심지언 하우스밴드(MBC '나는 가수다', SBS '아카이브K')에서도 열심히 연주했고, 비투비(BTB), 정용화, 씨엔블루 등 여러 가수의 밴드마스터를 병행할 만큼 각 회사(소속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기타리스트다. 지난 6월 말부턴 '(여자)아이들' 밴드마스터로 공식 활동에 들어간다. 대세 기타리스트 정재필(43)을 원하는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당대의 스타들이 정재필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오랫동안 이 분야 세션을 많이 해왔고 그에 따른 품질에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관성에 젖지 않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세션기타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예를 들어 신시사이저 소스가 들어갈 자리를 기타로 표현하는 등 관행적이지 않은 작법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곡자 입장에선 '아, 이런 소스도 기타화 할 수 있구나'라고 여기며 이후 이런 부분에서 편곡 방식을 달리 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그만큼 방법론이 넓어질 수 있는 것. 이런 점에서 정재필은 세션기타계의 스타일리스트다.
걸그룹 '여자친구' 작업도 그중 하나다. 곡 중에서도 트랙을 많이 쓰며 작업한 게 있는데 이러한 방식으로 신선하게 작업하려고 했던 것. 조유리 '러브 쉿'에서도 트랙을 많이 쓰며 자신의 특장점을 입혀 갔다.
정재필의 이러한 작업방식은 K팝 아이돌에만 국한을 두지 않는다. 대세 트로트 가수 이찬원 음반 세션에서도 플러그로 리버브 톤을 특이하게 만드는 등 트로트 세션을 '뻔하지 않게' 했다.
정재필이 K팝 아이돌에 특히 관심을 많이 갖고 활발하게 세션 활동을 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언뜻 트렌디한 아이돌 음악이 틀에 짜인 걸로 볼 수 있지만 또한 그만큼 많이 열려 있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도를 해도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음악이기 때문에 이 분야 기타 작업에 더욱 정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기타신공'에선 망원동 인근 정재필의 작업실(스튜디오)을 찾아 장시간 인터뷰를 진행했다.
군살 하나 없는 훤칠한 체형(180cm, 70kg)의 기타리스트 정재필은 겸손, 배려, 친절 등 온갖 좋은 매너를 두루 갖추고 있었다. 실력과 인성 모두 갖춘 보기 드문 뮤지션이랄까.
정재필은 4년 전 망원동에 새 작업실을 꾸몄다. 그의 작업실엔 '하이브'의 피독, 슬로우래빗 등 여러 음악가가 자주 들른다.
작업실에 들어서자마자 몇몇 고가의 기타가 눈에 띄길래 일렉기타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수십 대가 진열된 맨 앞쪽에 서(Suhr), 제임스 타일러(James Tyler)가 나란히 있었다. 대표적인 고가의 하이엔드 일렉트릭 기타인 제임스 타일러부터 시작했다.
"제임스 타일러는 소리 자체가 싱글픽업인데 싱글이 아닌 소리를 냅니다. 존재감 큰 사운드죠. 특히 고‧중‧저음역 밸런스가 탁월합니다. 제가 갖고 있는 서 기타가 이지리스닝에 어울린다면 타일러는 좀 더 펀치감 있는 사운드를 내는 편이죠."
"서 기타는 녹음 때 밸런스가 좋습니다. 리어 쪽 하프톤이 특유의 매력입니다."
정재필은 제임스 타일러, 서 기타에 대해 말하곤 작업실 모퉁이에 있던 기타케이스를 가져와 멋진 색상의 기타 한 대를 꺼냈다. 잭슨(Jackson)이었다. 이렇게 눈에 띌 정도로 매력적인 컬러의 잭슨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본 칼럼에 게재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지만, 실물이 훨씬 환상적이다.
"최근에 다시 잭슨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컬러가 너무 마음에 들어 샀는데, 이 색상은 무대에서 조명을 받으면 더욱 매력적으로 색깔이 변합니다. 이 잭슨 프로 플러스 시리즈는 정용화 공연 때 많이 사용했어요."
정재필은 자신의 최근 3대 메인기타로 서, 제임스 타일러, 잭슨을 꼽을 만큼 이 기타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아이바네즈 프레스티지 S5470도 눈에 띄었다. "원래는 프랭크 갬바레 모델을 사려고 했지만 단종돼 구할 수가 없어 대안으로 산 것이 이 기타입니다."
여러 기타 사이에 샤도스키(Sadowsky)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1000만 원대 넘는 하이엔드 기타 중 하나다.
"샤도스키는 운 좋게도 중고장터에서 매우 '착한 가격'에 샀습니다. 일렉트릭 나일론 기타라는 게 특히 매력적이죠. 라인 녹음으로 바로 작업해도 특유의 느낌이 너무 좋아 (수정 없이) 음원으로 발매해도 좋을 정도로 퀄리티가 좋습니다."
정용화 'Your City'에서 사용했다는 펜더 커스텀샵 63 빈티지 리이슈는 프론트 픽업 높이가 매우 낮게 세팅돼 있었다. 이것은 그가 넥(프론트) 픽업 가까이에서 피킹하는 스타일이라 이렇게 한 게 아닌가 한다. 정재필은 리듬기타는 물론 솔로에서도 이 위치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 기타 옆에 자리한 펜더 야마노 커스텀 57 빈티지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선물해 화제를 모은 바로 그 악기다. "방시혁 의장님으로부터 이 기타를 선물 받을 때도 너무 고마웠고 이후 이걸 잡을 때마다 감사하단 생각이 계속 듭니다."
펜더 기타로선 쉽게 보기 힘든 펜더 식스(6)도 있었다. BTS '버터' 리메이크(록 버전) 음원에서 사용한 기타다.
2010년에 구입한 탐 앤더슨 크라우드스터는 '나는 가수다' 하우스밴드 시절에 자주 사용했다. 이외에 70년대 초 깁슨 빈티지도 있었다. "록을 녹음할 때 사용한다"며 "톤에서 주는 영감이 남다른 기타"라고 평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타 제작자 '테이강'이 만든 커스텀 기타도 비치돼 있었다. 테이강은 마테우스 아사토를 감동시킨 바로 그 기타 장인이다.
"테이강과는 입시 동기입니다. 기타 실력도 좋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제작자로 돌아서서 좀 놀랐어요. 테이강의 이 커스텀 기타는 마이클 랜도 타입 텔레캐스터로, 매력적인 빈티지 톤, 그리고 소리 밸런스와 배음도 대단히 좋습니다. 텔레캐스터 톤이 나오지만 발라드에서 록까지 커버할 수 있죠. 2023년 정용화 솔로 투어 때 사용했습니다. 테이강이 이 기타 만든 지가 4년 전이었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은 당연히 실력이 더욱 크게 업그레이드됐을 거로 봅니다."
"향후 깁슨 레스폴을 사서 공연에서 멋지게 사용해보고 싶습니다. 베이스 소리를 좋아하다 보니 펜더 베이스도 한 대 사려고 해요. 스튜디오 작업 때 사용할 예정입니다. 몇 년 전 장태웅 베이시스트가 피노 팔라디노 모델을 사 왔는데 소리가 너무 좋았어요. 아마 저도 이 모델을 살 것 같아요."
정재필의 작업실 바닥엔 소위 '꾹꾹이'로 불리는 수십 종의 이펙트가 널려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퍼즈페이스(80년대 리이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4~5년 전부터 세션에서 디스토션 만으론 살짝 부족하다고 느낄 때 퍼즈페이스를 사용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퍼즈페이스를 사용해 더빙을 해봤는데 '아, 이거였구나'라고 감탄케 할 만큼 소리가 다르게 나왔죠. 그래서 지금까지 레코딩에서도 사용하며 배킹 트랙으로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와우페달에 대한 관심이 많아 지금까지 10여 종 넘게 사용했어요. 그러다가 10여 년 전부터 현재까지 에이리어51 와우페달을 애용하고 있어요."
바닥은 물론 벽 쪽의 큰 장식장(박스)에도 각종 이펙터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그는 여기에서 "선물 받은 것"이라며 크라이베이비 GCB-95이란 이펙터 하나를 꺼냈다. 커트니 러브가 사용한 와우페달이라고.
이븐타이드 H3000, TC 일렉트로닉(TC2290), 렉시콘 PCM41과 42 등 전통의 디지털 명기들도 다수 세팅돼 있었다.
정재필은 2023년 말부터 씨엔블루 세션을 시작해 올해 말까지 계속한다. 연내 발매 예정인 씨엔블루 새 앨범도 준비 중이다. 이미 씨엔블루 신곡 녹음 몇 곡 작업을 끝낸 상태다.
이외에 성시경, (여자)아이들 등등 여러 공연 세션이 예정돼 있다. 그중 기대되는 무대 중 하나는 오는 8월 3~4일 KSPO 돔에서 있을 (여자)아이들 공연이다. '여자아이들' 밴드마스터로서 첫 공식적 행보이기도 할 뿐 아니라 공연의 인트로와 아웃트로도 직접 만들 예정이다. 일종의 콘서트 음악감독 역할까지 맡는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여자)아이들 공연밴드는 기타의 정재필 외에 강상태(베이스), 이화(건반), 최병준(건반) 라인업이다. "여자아이들은 최근 유행하는 짧고 굵은 느낌의 전형적인 해외 팝음악 같은 스타일을 정말 잘하는 것 같아요. 멤버 모두 프로듀싱 역량도 좋아 음악도 잘 만듭니다. 가사도 잘 쓰고. 멤버 모두 실력파입니다."
정재필은 정용화 밴드마스터이기도 하다. 그는 10년째 정용화와 활동하고 있다. 정용화 밴드는 정재필 외에 최병준(드럼)-심영주(베이스)-전근화‧박주혜(코러스) 구성이다.
"정용화는 저를 너무 많이 믿어줍니다. 제가 용화에게 '편곡 이렇게 했으니까 들어보라'고 하면 정용화는 들어보지도 않고 '네 형 너무 좋아요'라고 말할 만큼. 그만큼 상호 신뢰감이 두텁습니다."
"여자친구 멤버들은 모두 너무 친절하고 스타의식도 전혀 없어요. 행사 때 우연히 마주치면 너무 반가워해주고 먼저 사진 같이 찍자고 할 정도로 상대를 기분 좋게 해주는 스타일이죠."
정재필은 13년 넘게 성시경 밴드에서도 활동 중이다. 이외에 8년째 BTOB(비투비) 밴드마스터, 그리고 서인국 밴드마스터, 그리고 얼마 전부터 씨앤블루 밴드마스터까지 병행하고 있다. 이제 여기에 (여자)아이들 밴드마스터까지 하게 됐으니 얼마나 '잘 나가는' 대세 음악가인지 알 수 있다. 그는 이전에 마마무 밴드마스터도 했다.
"비투비 현식(임현식)이와도 꾸준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현식이가 기타를 가르쳐 달라고 계속 말했는데 결국 그러질 못했어요. 이 부분은 지금도 미안한 마음도 있고."
"BTS 지민도 멋진 음악가 중 하나입니다. 함께 라이브 클립 찍을 때 정말 재미있었어요. 지민 또한 100% 라이브로 촬영할 만큼 역량이 남달랐고 (음악적) 공감대가 통하는 게 많았어요. 후일 기회가 된다면 함께 밴드 활동도 해보고 싶어요."
"정상에 오른 '성공한'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디테일이 대단하다는 것이죠. 한번 물면 놓질 않아요. 김도훈, 방시혁 님이 대표적입니다. 기타 녹음 끝난 걸 재작업 하는 건 몇 트랙만 다시 하는 거라서 편곡 및 작업 전체까지 뒤엎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진 않죠. 그러나 방시혁 님은 원하는 수준에 올 때까지 몇 번이나 계속 처음부터 다시 작업합니다. 리듬기타 다시 하고 등등. 잘 된 분들의 공통점은, 작업실에서 살 정도로 일하고 또 일한다는 것입니다. 녹음하러 갔는데 김도훈 작곡가님의 옷에 음식물 찌꺼기가 더럽게 묻어 있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최정상도 저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그만큼 자기 분야에 대한 성실성, 쉼 없는 노력을 저렇게 끝없이 하고 있다는 걸 보고 말을 잃었으니까요. 최고에 오른 사람에겐 이처럼 다 공통점이 있어요."
"큐브엔터테이먼트 작곡가 팀과 1박2일 MT를 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김도훈 님은 1박2일 시간 비우는 게 아깝다고 출발 전까지 밤을 새워 리듬을 찍고 있었어요. 너무 놀라웠고, 감동이었죠. 또한 도훈이 형은 밤 12시에 갑자기 전화해, 지금 시간되냐?며 부탁할 때도 있어요. 믹스가 내일인데 최종 믹스를 넘기기 전에 특정 부분에 기타가 들어가면 좋을 것 같을 때 이런 전화를 하십니다. 김도훈 님은 기타리스트 출신이라 기타에 대한 안목도 뛰어납니다."
기타리스트 정재필에게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은 연주자로서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2008년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을 세션하며 방시혁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정재필은 통장에 몇만 또는 몇십만 원이 있을 정도로 궁색했다. 수입이 전혀 없던 시절 그는 이 곡 세션으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세션을 끝내고 몇 개월 후 통장을 찍어보니 천몇백만 원이 입금돼 있었다. 그로선 생애 처음 벌어보는 큰돈이었다. 물론 세션 음악가 중 손에 꼽을 만큼 고소득자가 된 지금에 와선 큰돈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정재필은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 세션으로 금세 업계에 알려졌고 그를 찾는 기획사도 하나둘 늘어났다. 이 곡에서 그는 돈 그로쉬 벤트 탑 커스텀 기타, 이펙터는 복스(Vox) 톤랩, 무그 링 모듈레이터로 작업했다.
그가 연주한 여자친구 '시간을 달려서'는 지금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 "곡 자체가 애니메이션, J록 느낌이 난다고 할까요? 매니아적이기도 하고. 최근 다시 J록이 부상하는 추세이기도 해 이 곡이 다시 화제가 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예전엔 필요한(의뢰한) 것만 작업하는 방식이 아니라 (회사가 요청하지 않은 것까지) 제가 더 나서서 작업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 공간엔 이런 게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 작업하면 또 다른 공간이 보이고 그럼 그걸 또 다르게 채우고 이런 식으로 30개 이상의 트랙을 녹음해서 보낸 적도 있어요. 그만큼 필요 이상으로 꼼꼼하게 정성을 쏟았죠.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하지 않아요. 한 트랙에 최대한 많은 걸 짧게 담아내려고 합니다."
그만큼 경험(노하우)이 축적되며 한 노트(음)에 많은 걸 담는 내공도 깊어진 것이다.
정재필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는 블루스다. 특히 로벤 포드, 스캇 헨더슨을 좋아한다. 또한 미국 흑인 연주자들의 가스펠 타입도 즐겨 듣는다. "예를 들어 이런 가스펠 음악가들이 이상한 코드 섞고 섹션 화려하고 드럼 필인도 다르게 하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유튜브에서 이런 스타일을 많이 찾아보며 참고할 정도니까요."
"그간 참여한 공연들 모두 제겐 각별한 시간이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2023년 1월 서인국 일본 공연이 가장 인상에 남습니다. 음악을 전혀 다르게 바꿔 편곡 작업을 했는데. 대부분 신시사이저로 작업을 마치고 기타와 드럼 편성으로만 무대를 꾸몄어요. 반응 정말 좋았습니다. 미니멀이지만 플레이백에서 사운드를 채워주고 있는 느낌도 드는 그런 무대였어요."
세션 기타리스트의 덕목, 소양
"대화가 잘 돼야 하는 사람. 꽁하고 쌓아놓지 말고 대화로 푸는 노력도 해야 합니다. 역량이 안돼 못하는 부분은 솔직하게 못 한다고 말하세요. 이런 데에서 솔직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 더욱 불리한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음악적으론 기본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기본기가 모자란 상황에서 다른 화려한 걸 하려면 절대 되지 않습니다. 록 리프 하나를 하더라도 그럴듯하게 나와야 하는데 이 모든 것엔 기본기가 중요합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 연습량은?
"대중없어요. 많이 할 땐 손가락이 딱딱해질 때까지 합니다. 한 달 '빡세게' 하다가 일주일 쉬다가 등등. 악기 연주도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손의 힘, 손가락을 혹사해야 합니다. 벤딩과 비브라토에서도 손가락을 혹사해야 하고. 이런 식으로 연습할 땐 기술적인 면에 여전히 비중을 둡니다."
워낙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다 보니 7월 초 가족과 함께 2박3일 강릉에서 휴가를 보냈다. 앞으로 있을 살인적인 일정에 비한다면 2박3일은 너무 짧은 휴식이지만.
솔로앨범 발매 예정
"애들이 크면 본격적으로 솔로앨범에 착수하려고 합니다. 아내 혼자 아이들 돌보는 것에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어서 (애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자라면 그때부터 나만의 음악/연주에 전념하려고 해요. 밥도 못 먹고 애들 챙기는 걸 보면 (아내에게) 늘 마음이 아팠기 때문입니다. 솔로앨범에선 비트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노래도 없고 짧은 구성. 예를 들어 믹스웰(맥스웰이 아님) 같은. 아마 5년 내엔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자극을 주는 동료 기타리스트
"내슈빌에 살고 있는 정수완 기타를 들으면 차분하고 깊이 있는 연주에 많이 배우게 됩니다. 톤과 소리도 차분하고 깊어요. 물론 테크닉도 좋고. 적재 기타도 좋은 자극이 됩니다. 동영상을 보며 감명받은 후배 기타리스트 중엔 케이 브라운(김성현)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건상 스케줄이 안될 때 도움을 주는 기타리스트 '박근'도 기타를 굉장히 잘 칩니다. 해외의 경우 역시 마테우스 아사토를 꼽고 싶어요, 그리고 레니 크라비츠 밴드의 최훈 님도."
정수완과 케이 브라운 관련 자세한 내용은 2022년 7월 4일과 2020년 3월 14일 자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기타신공'을 참조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인
"제가 관여하는 가수들은 일단 일 순위로 꼽고 싶어요. 그 외에 태연, 아이유, 지민을 꼽고 싶습니다. 지민은 음색이 남다르죠. 그런 음색은 좀처럼 접하기 힘든데 지민 곡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그야말로 실크(비단)같은 톤입니다. 물론 깊이도 남다르죠."
정재필 is --------------------------
1981년 6월 경기도 파주에서 철도 공무원이던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사이에서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남. 4살 때 서울로 이사.
14살(중2) 때부터 10살 위인 형이 사용하던 통기타로 기타 시작.
15살 때 아버지를 졸라 콜트(Cort) 기타 구입. 생애 첫 일렉기타.
이어 이현석 시그니처 콜트 기타, 얼마후 아이바네즈 존 페트루치 시그니처.
존 페트루치 열혈 팬이던 정재필은 이 기타로 드림씨어터 카피 밴드에서 활동.
드림씨어터 [Awake] 앨범 수록곡 중 'Erotomania' 등 여러 곡 카피.
이외에 폴 길버트, 마티 프리드먼 등 여러 기타리스트 카피. 피킹 등 연주력 전반이 크게 발전하던 시기.
여주대 실용음악과(00학번) 졸업.
2004~2006년 7월 해군 군악대 복무.
2006년 '키드갱' OST로 세션기타 데뷔.
첫 메이저 공연 세션은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2AM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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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콘서바토리 강의를 4년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강의하지 않는다. 일단 목이 좋지 않아 말을 장시간 하지 않는 편. 그러다 보니 강의 동안 물리적으로 힘든 면이 있었다. 일정 틀에 짜여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욱 명성이 쌓여가며 많은 강의 제의가 들어오지만 정중하게 거절한다고. "특강은 종종 하는 편이지만 한 한기 수업을 맡기엔 지금으로선 힘들기 때문입니다."
정재필은 플로리스트 출신의 아내와 3년 연애 끝에 2013년 결혼해 슬하에 10살 딸과 8살 된 아들이 있다. 친형과 어울려 지낼 때 우연히 카페에서 아내를 처음 만나 첫눈에 반했다. 미인이었고 대화해보니 코드가 너무 잘 통했다. 아내도 음악애호가로 특히 인디밴드 매니아다. 아내는 음악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반인이지만 음악가의 삶을 많이 이해해주는 편이라고. 출산 당일에도 합주(2015년 휘성 페스티벌)가 있어 병원에 갔다가 현장으로 달려갈 만큼 남다른 음악가의 삶임에도 (적어도) 음악 때문에 부부싸움을 한 적은 없다.
담배는 끊었지만, 술은 적당히 즐긴다. 집에서 와이프와 가볍게 마시는 정도. 일 마치고 새벽 1시경 매일 아내와 한 두잔 가볍게 마시며 하루에 있었던 일을 공유한다. 부부 사이가 더 돈독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런 방식의 (돈독한) 부부관계는 10년 차 이상 된 한국의 부부들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정재필 부부는 소주, 와인, 막걸리 등 가리지 않고 즐기는 편이다. 좋아하는 막걸리가 있어 양조장에 주문해 마실 정도. 레어(희귀)하고 맛있는 막걸리를 선호하는데 '백련 막걸리'도 그중 하나다.
"저는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저보다 잘 치는 사람은 많이 있고, 유명하다거나 잘났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고 많은 시간이 흘러 '기타 정재필'로 불리고 기억되면 너무 좋겠습니다."
사용장비
▶ 기타
서(Suhr), 제임스 타일러(James Tyler), 잭슨(Jackson) 프로 플러스 시리즈 솔로이스트 SLA3, 펜더(Fender) 야마노 커스텀 57 빈티지, 펜더 커스텀샵 63 빈티지 리이슈, 샤도스키(Sadowsky), 아이바네즈 프레스티지 S5470, 탐 앤더슨(Tom Anderson) 크라우드스터, 펜더 식스, 테이강 커스텀 그 외.
▶ 이펙트
칼리 76, 보스 비브라토, 퍼즈페이스(80년대 리이슈), 이븐타이드 H3000, TC2290 디지틀 딜레이, 렉시콘 PCM41과 42 그 외 다수. 자세한 내용은 사진 참조.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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