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야구’ 김해고, 명문 인천고 꺾고 청룡기 2회전 진출
‘신바람 야구’를 앞세운 김해고가 6일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제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1회전에서 포수 이헌영(18·3학년)의 ‘4출루’ 활약과 선발 투수 서민준(17·2학년)과 구원 투수 손유현(19·3학년)의 호투에 힘입어 인천의 야구 명문 인천고를 꺾고 2회전에 진출했다. 서민준은 경기 도중 부상으로 교체됐고, 손유현과 이헌영은 부상을 막 딛고 경기에 나섰음에도 이날 나란히 맹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전 예상은 “명문 인천고가 이기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높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예상과 다른 전개가 펼쳐졌다. 2회말 김해고 타선이 먼저 3점을 몰아내며 경기의 균형을 깨트렸다. 내야안타와 볼넷으로 맞은 2사 1,2루 찬스에서 1번 타자 박석균이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터트리며 2-0으로 앞서갔다. 인천고는 급히 선발 김우준을 내리고 유환조를 구원투수로 올렸지만, 2아웃 3루에서 2번 타자 윤준범이 1루수 뒤를 넘기는 우전 적시타를 터트리면서 김해고가 3-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이날 김해고 선발로 나선 우완 사이드암 서민준은 1회초 볼넷 하나를 내준 것 외에는 3회초까지 나머지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인천고 타선을 묶었다. 하지만 4회초 삼진으로 2아웃을 잡은 서민준이 갑자기 흔들리자 인천고가 추격에 불을 붙였다. 인천고 3번 타자 김준원이 유격수 앞 땅볼로 내야 안타를 만들었고 송구 실책을 틈 타 2루까지 나가자 서민준은 이어 몸에 맞는 볼과 볼넷을 허용하며 2사 만루에 몰렸다.
이어 인천고 6번 타자 이우준이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2타점 2루타를 터트리면서 인천고가 2-3 1점차로 따라붙었다. 서민준은 이어진 2사 2,3루 위기는 3루 땅볼로 처리하며 실점을 더 내주진 않았다.
4회말 김해고 타선이 다시 불붙었다. 2아웃에서 3번 타자 이헌영과 4번 김도엽이 연속해서 2루타를 터트리며 1점을 더해 4-2로 달아났다. 상대 투수의 폭투로 이어진 2아웃 3루 찬스에서 5번 타자 서하진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내야안타를 쳐내며 5-2 다시 3점차를 만들었다.
5회초 김해고에 갑작스레 악재가 덮쳤다. 1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인천고 9번 타자 박겸의 투수 앞 기습번트를 김해고 선발 서민준이 처리하려다 다리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교체됐다. 갑작스레 구원투수로 올라온 손유현은 후속 타자들을 플라이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6회말 1아웃에서 김해고 3번 타자 이헌영이 좌전 안타로 출루하자 인천고는 투수 유환조를 내리고 2학년 투수 이태양을 마운드에 올렸다. 4번 타자 김도엽이 다시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2루타를 치며 1사 2,3루 찬스가 왔지만 인천고 투수 이태양이 후속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인천고는 계속해서 반격 찬스를 노렸지만 구원 투수 손유현의 공을 좀처럼 공략하지 못했다. 8회말 2아웃 2,3루 위기를 넘긴 인천고가 9회초 마지막 반격에 나섰다. 선두 타자 유진서가 손유현의 공을 받아쳐 좌전 안타로 출루했다. 다시 중견수 플라이로 1아웃 1루. 인천고 7번 타자 한준희가 다시 우전 안타를 치면서 1아웃 1,2루 찬스가 나왔다. 하지만 손유현은 후속 타자 2명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김해고의 5대2 승리를 완성시켰다. 경기가 끝나자 김해고 선수들은 모두 덕아웃에서 달려나와 물을 뿌리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김해고 타선은 4타수 3안타 1볼넷으로 ‘4출루’한 포수 이헌영을 중심으로 인천고를 상대로 장장 13안타를 때려냈다. 특히 이헌영은 발목 부상으로 이날 경기 전까지 일주일 간 연습조차 하지 못하다가 오늘 곧바로 경기에 나섰다. 이헌영은 “사실 부상이 있다보니 오늘 타격은 전혀 기대를 안하고 올라왔는데 부담없이 적극적으로 휘둘렀는데 잘 맞았다”고 했다. ‘오늘 인생 경기를 한 거냐’고 묻자 “생각해보니 고교 야구 들어와서 한 경기 3안타를 기록한 건 오늘이 처음”이라며 밝게 웃었다.
선발 투수 서민준의 부상으로 5회 갑자기 마운드에 오른 손유현은 4와3분의2이닝 동안 안타를 단 2개만 내주며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인천고 타선을 제압하며 추격 의지를 꺾었다. 손유현 역시 작년 10월 팔꿈치 뼛조각 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유급까지 했고, 4개월간 재활해 차근차근 페이스를 올리며 청룡기 첫 경기에 맞춰 몸을 만들었단다. 경기 후 손유현은 “사실 불펜에서 몸을 풀 때는 좀 공이 빠지는 느낌이었는데 밸런스를 잡고 제구에 신경쓰자는 생각으로 던졌는데 잘 던져진 거 같다”며 “포수 헌영이가 리드를 잘 해서 잘 따라간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 목표에 대해 “8강에 나와서 방송 중계에 얼굴 나오는 게 목표”라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 3월 김해고 감독으로 부임한 오성민 감독은 권위 의식이나 카리스마보다 소통과 친근감을 통해 선수들의 기를 살리는 ‘신바람 야구’를 이어왔다. 이날 경기에서도 김해고 선수들은 덕아웃에서 쉼없이 응원 구호를 외치고 응원가를 부르며 동료 선수들을 독려하고 경기 분위기까지 장악했다. 선수들은 “감독님께서 즐겁게 야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더 힘을 내서 야구를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후 오성민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잘 준비했고 상대 팀이 우리보다 우세하지만 그래도 정신 집중해서 잘해서 이겨보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왔고, 정신적으로 저희가 앞서 있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거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목표에 대해 오 감독은 “우선 16강이 목표다. 사실 저희 전력이 먼 미래를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다가오는 한 경기 한 경기를 최선을 다해서 이겨서 일단 16강까지 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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