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삼성 반도체, 본게임은 하반기…HBM 엔비디아 납품 '분수령'
하반기 실적도 반도체가 좌우…파운드리 실적 호전 주목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K-반도체 공룡'이 부활했다. 삼성전자(005930)가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하반기 실적 전망도 '장밋빛'이다. 하지만 기세를 더 올리려면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경쟁력을 키우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적자 폭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 4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452.2% 증가했다. 매출은 23.3% 증가한 74조 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깜짝 실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 직전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8조 3078억 원이었다. 예상치보다 무려 2조 원 이상 많은 셈이다.
분기 영업이익은 2022년 3분기(10조 8520억 원) 이후 7분기 만에 10조 원대를 회복했다. 올해 상반기로 시야를 넓혀보면 영업이익만 17조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매출도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70조 원대를 유지했다. 지난해에는 4개 분기 내내 60조 원대에 머물렀었다.
호실적의 일등 공신은 주력인 반도체다. 잠정 실적인 만큼 사업 부문별 성적표는 이번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이 실적 상승을 주도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실적은 사실상 DS 부문이 좌우한다. 반도체 업황이 악화했던 지난해 DS 부문이 약 15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면서 삼성전자 영업이익도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적 반전을 이뤄내자 증권가는 DS 부문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를 6조 원 이상으로 상향하고 있다. 잠정 실적 발표 전에는 DS 부문이 4조~5조 원대 영업이익을 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DS 부문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실적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으로 보인다. AI 붐으로 고성능 D램과 낸드플래시 제품 수요가 늘었고 가격도 상승해 수익성이 향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HBM과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프리미엄 낸드 제품이 실적 성장의 핵심 역할을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전 분기 대비 13~18% 인상된 것으로 분석했다. 낸드도 eSSD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ASP가 15% 상승하고 낸드 업계 매출도 1분기 대비 약 10%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실적은 더 좋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 지속으로 '연간 영업이익 40조 원대 이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HBM 시장 경쟁력 강화가 하반기 키포인트다. 삼성전자는 전체 D램 시장에서 점유율 1위(43.9%)를 차지하고 있지만, HBM 시장에서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000660)에 밀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AI 학습·추론에 필수적인 반도체 패키지)' 시장을 장악한 미국 엔비디아에 HBM 4세대(HBM3)와 5세대(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AI 가속기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을 붙여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한 품질 인증 평가를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의 선택을 받을 경우 실적 개선 가속화가 점쳐진다.
DS 부문은 지난 4일 'HBM 개발팀'까지 신설하며 또 한 번의 반전을 꾀하고 있다. HBM 개발팀은 HBM3와 HBM3E뿐 아니라 차세대 제품인 HBM4(6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파운드리의 흑자 전환 여부도 관건이다. 2분기에는 가동률 개선과 원가 절감 효과 등으로 적자 폭을 줄였지만 실적 턴어라운드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내 3나노 이하 공정 수율 안정화 여부가 파운드리 흑자 전환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한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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