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 조장? '파묘'부터 '신들린 연애'까지 K무속도 뜬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7. 6. 16: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 에서 무당 화림(김고은)은 버건디 레드 트렌치코트를 입고 다닌다.

그런데 이러한 재미요소가 주는 흥미로움보다 더 큰 건 한때 '미신을 조장한다'는 부정적인 시선들이 있어 지상파에서는 꺼려지기도 했던 점술이나 무속이 이제는 하나의 재미요소로 대중들이 받아들일만큼 이에 대한 선입견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힙해진 K무속, K오컬트 타고 해외에서도 관심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에서 무당 화림(김고은)은 버건디 레드 트렌치코트를 입고 다닌다. 그 모습만 보면 무당이라기보다는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들 같다. 스타일리시하고 트렌디하다. 그래서 'MZ 무당'이라는 지칭까지 생겼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신들린 연애>는 무당, 타로전문가, 사주전문가 같은 점술가들이 운명의 상대를 찾는 연애 리얼리티다. 여기 등장한 무당인 이홍조, 함수현, 박이율을 보면 우리가 막연히 떠올리는 그런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르다. 세련된 스타일에 말투에서부터 MZ스러운 거침없음이 느껴진다.

<신들린 연애>가 흥미로운 건, 남녀 간의 호감을 기반으로 하는 연애 과정을 담던 연애 리얼리티에 '운명'이라는 또 다른 선택의 축을 넣었다는 점이다. 즉 마음은 어떤 사람을 향하는데, 점술이 말해주는 운명은 다른 사람을 지목할 때 생겨나는 선택의 갈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재미요소가 주는 흥미로움보다 더 큰 건 한때 '미신을 조장한다'는 부정적인 시선들이 있어 지상파에서는 꺼려지기도 했던 점술이나 무속이 이제는 하나의 재미요소로 대중들이 받아들일만큼 이에 대한 선입견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한국의 무당, 점쟁이 등 무속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로이터 통신은 최근 '소셜미디어로 무장한 한국의 젊은 무당들이 전통을 되살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이른바 MZ무당들이 SNS를 활용해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이 계정을 통해 '현대적인 방식'으로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점술에 대신 관심이 높아진 건, 아무래도 불안한 우리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듯 싶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경우, 취업문제나 결혼, 육아문제 또 경제적 현실의 문제 같은 것들이 그 어떤 세대들보다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그러니 믿어서가 아니더라도 그 불안한 마음을 다독여주기도 하는 점술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SNS를 활용하는 MZ무당들의 등장은 이러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과 연관이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까지 이른바 K무속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건 세계적 위상을 갖게 된 K콘텐츠 속 K오컬트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파묘>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K오컬트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지만, 이미 장재현 감독은 <검은사제들(2015)>, <사바하(2019)>로 스타일리시한 오컬트의 세계를 그려온 바 있다. 또 나홍진 감독의 <곡성(2016)>이 K오컬트의 신기원을 만들었고, 김홍선 감독의 <손 the guest(2018)>나 연상호 감독의 <방법(2020)> 또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K무속은 확실히 힙해졌다. 과거의 고리타분한 미신적 성격보다는 보다 현재적인 의미에서의 카운슬링의 느낌이 더 강해졌고 그걸 접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부정적인 인식보다 전통문화의 한 요소로서 받아들이는 경향이 생겨난 것. K콘텐츠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구의 오컬트로는 채워지지 않는 우리네 정서들이 K무속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콘텐츠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장르의 신박한 변주를 가능하게 하면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파묘'스틸컷, SBS]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