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청보 대표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다” [여성(女成)CEO스토리]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한 것은 없습니다.”
6일 안산에 위치한 소방·전기 안전용품 제조 기업 ㈜청보 이영주 대표(53)를 만나기 위해 그의 사무실에 들어가자 자사의 여러 제품들과 전기 공사 관련 책, 메모 가득한 필기장이 눈에 띄었다. 평소 그가 평소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이 대표는 전기와는 거리가 먼 사회복지·유아교육을 전공한 사람이다.
이런 그가 전공과도 맞지 않고 여성에게 진입 장벽이 높은 전기업에 발을 들인 이유는 바로 대학생 시절 만난 남편이다.
당시 전기업에 종사했던 남편을 만나 이 대표는 남편과 함께 2006년 8월 청보를 설립했다. 설립 초창기 청보는 서비스업의 일환인 전기안전 관리대행업체로 시작했다. 이후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목표로 현장에서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공사업(건설업)과 제조업으로 발전했다.
특히 2019년 제2의 도약을 위해 신제품 발굴, 개발에 전념한 결과 음성점멸유도등, 무선중계기, 적외선불꽃감지기 등 화재예방 장치부터 감시, 피난 유도설비까지 8개 품목 21종 개발에 성공, 여성기업·사회적기업 최초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음성점멸 피난구 유도등을 납품하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이 대표는 “청보가 발전해야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의 공부에 대한 열정이 지금의 청보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2006년 남편과 함께 청보를 창립할 당시 전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이 때문에 회사에서도 일반 사무, 보조 업무만 맡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일반 직원들보다 전기에 대한 지식이 없던 이 대표. 자신이 회사에서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낀 그는 회사에 도움이 되고자 전기기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유치원생인 아이들, 접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 육아와 공부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이 대표는 2년 동안 밤낮없이 일과 육아, 공부에만 전념했다.
그 결과, 서른 후반의 늦은 나이에 당시 합격률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기기사 1급 자격증을 당당히 손에 쥐었다.
이후 남편과 회사 직원들은 이 대표의 ‘의지와 노력’을 보고, 믿고 따르기 시작하면서 이들과 함께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청보를 ‘100년 가치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이 대표의 생각처럼 항상 ‘해피엔딩’은 아니였다. 전기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매우 적은 시절, 남자들의 세계에서 여성이 영업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미팅을 나가도 여성이란 이유로 무시하고 만만하게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 문전박대를 당해도 이 대표는 회사를 위해 화를 꾹 참고, 그 억울함과 서러움을 눈물 통해 흘려버리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 대표는 어깨를 피며 당당하게 말했다. “나를 여자로 보지 말고 기업 대표로 봐라”라고.
앞서 이 대표는 평택의 한 오피스텔 건설에 참여했으나, 당시 건설사가 막무가내로 약 10억원의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청보는 부도 위기에 놓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존 채무에 대한 상환 압박까지 들어와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는 등 어려움이 마치 쓰나미처럼 함께 몰려왔다.
그러나 이 대표는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청보의 브랜드를 100년 가치로 만들겠다’는 신념 아래 가족과도 같은 직원들과 자신을 믿는 남편과 함께 밤낮없이 일만 했다. 그 결과 5년에 걸쳐 모든 빚을 갚았다.
이 대표는 “위기가 올 때마다 이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았다”며 “나는 하겠다는 의지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사명감이 있다는 말을 버릇처럼 되뇌인다”고 말했다.
당시 여성경제인협회의 도움도 컸다고 한다. 2009년 여경협에 가입한 이 대표는 부도 위기 때 어떤 외부활동도 하지 않고 일에만 전념했다. 그럼에도 여경협의 많은 회원들은 그가 도움이 필요할 때 고민없이, 서슴없이 도와줬고, 항상 그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노력과 주변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 현재 청보는 경기지역 산업단지공단 이전기술사업화 R&D, 반월시화스마트그린산단 사업다각화 지원 플랫폼 사업을 통해 ‘스마트 분산형 간이소화설비’를 개발, 본격적으로 화재 예방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터널유도등을 한국도로공사에, 음성점멸 유도등은 한국토지주택공사, 적외선 불꽃감지기는 층고 8m 이상의 물류창고, 학교 체육관 등에 납품하고 있다. 또 분산형 간이소화설비는 산속에 위치한 사찰, 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 구도심 쪽방촌 등에 설치해 화재를 예방하고 있다.
제조·건설업으로 안산시 최초 사회적 경제기업으로 인증 받은 청보는 사회적 공헌활동에도 진심이다. 이 대표는 지역 내 경로당에 정기후원을 하면서, 올해는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 주관하는 1사 1시장 업무 협약을 통해 오이도전통수산시장에 ‘에어컨실외기 화재예방 장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현대 사회에는 여성 기업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남성 중심인 업종이 많다. 소방 제조 분야도 마찬가지로 여성이 진입하기엔 문턱이 너무 높다”며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이 분야에도 여성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게 해주고, 여성도 이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개발한 전기화재 예방장치, 고성능 화재 감시장치,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피난설비 및 시스템구축을 위한 연구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국민 한사람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 소방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담으로 이 대표는 아직 학생이다. 청보를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재 대학원에서 재난안전경영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이대현 기자 lid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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