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간척비도 냈었는데"…54년 만에 재건축 시동 '시끌', 왜?[요이땅]
북쪽 용산개발, 남쪽 한강영구조망 가능한 입지
관건은 토지는 시유지, 건물은 주민 소유 독특한 구조
'용산개발' 수혜업고 '한강 영구조망' 재건축
이르면 이달 하순 분양가 공개..주민-시 이견 좁힐지 주목
지난달 28일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은 “같은 18평형인데 어느 집은 방이 2개고 또 어떤 집은 방이 1개라서 구조가 제멋대로”라며 “이렇게 지은 집이 55년이 됐는데 과연 안전하겠느냐”고 했다.
이날 본 아파트는 ‘중산층이 산다’는 의미의 단지명(중산시범아파트)과 거리가 느껴졌다. 아파트는 관리사무소가 없어서 하자를 예방하고 보수하지 못하고 있었다. 외려 최고 층수 7층인데도 승강기를 놓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기도 한다. 승강기를 뒀으면 그 비용을 누가 감당했겠느냐는 것이다.
아파트 사정에 밝은 인근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맨 꼭대기 집은 옥상에서 천장으로 새는 물을 막으려고 비닐을 치고 산다”며 “아파트가 아니라 비닐하우스에 사는 것”이라고 했다.
재건축 연한 30년을 훌쩍 넘기고서도 이제껏 정비사업에 착수하지 못한 이유는 독특한 소유구조 탓이다. 이 아파트는 토지는 서울시가, 건물은 소유주가 각각 소유한다. 과거 시가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고자 시유지를 제공하고, 거기에 아파트를 지어 건물만 소유자에게 분양했다. 정비사업(재건축)을 하려면 토지 소유자의 동의가 필수다. 여기 주민은 토지 소유권이 없어서 재건축을 시도하지 못한 것이다.
관건은 토지를 얼마에 분양할지다. 시와 구는 아파트 주변 시세와 실거래가를 반영해 토지를 평가하고자 한다. 현재 주변 북한강성원 아파트 전용 59㎡가 16억5000만~20억5000만원(3.3㎡당 약 6000만~74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반면에 주민은 시가를 반영한 분양가는 가혹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2007년 분양을 추진할 당시 시의 반대로 무산되는 바람에 이제야 더 비싸게 분양받아 손해라는 것이다. 아울러 지역 설명을 종합하면, 1970년 아파트를 지을 당시 시유지이던 현재 토지는 지목은 애초 한강이 흐르던 ‘강’이었던 점도 변수다.
인근 촉 공인중개사의 임통일 대표는 “중산시범아파트 터를 한강에서 대지로 간척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수분양자들이 댄 것으로 안다”며 “아울러 그동안 토지 위에 거주하면 인정받은 지상권까지 고려하면 분양가는 시가보다 낮아야 한다”고 말했다.
변수는 ‘재건축하면 시장에서 후한 값을 받으리라는 기대’이다. 현재 아파트 바로 북쪽에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남쪽으로는 한강 영구조망이 보장되며 한강 공원 접근성이 뛰어나다. 이견은 여기서 비롯한다. 시는 가치가 큰 시유지를 제값을 받아야 한다고 하고, 주민은 아파트에 얽힌 역사를 고려하면 제값이 아니라 고가라는 것이다.
분양가는 감정평가사(2곳) 평가와 서울시 공유재산심의회 의결을 거쳐 이르면 이달 하순 정해질 예정이다. 이 아파트 호가는 매매가 전용 18평이 10억원 초반이고, 전세는 전용 15평이 1억3000만원이다.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 있어서 반드시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한다. 토허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세가율도 낮아서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현재는 토지 소유권이 없어서 금융권에서 담보 대출 한도가 넉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재욱 (imf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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