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25.5세’ 젊은 호랑이들의 무자비했던 일본 사냥, 그들의 투혼이 눈부신 이유…옥에 티도 있었다 [한일전]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2024. 7. 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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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25.5세’ 젊은 호랑이들이 일본을 무자비하게 사냥했다.

안준호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농구 대표팀은 지난 5일(한국시간)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 1차전에서 접전 끝 85-84로 승리했다.

이번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일본에 승리할 것이라고 점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한민국 농구를 무시한 건 아니었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사진=JBA 제공
먼저 이번 대표팀은 평균 25.5세로 어쩌면 가장 젊은 ‘대표팀’이라고 할 수 있었다. 1996년생 변준형이 최고참이자 주장을 맡을 정도로 어렸다. 변준형 다음은 1999년생 이정현, 하윤기, 오재현, 이우석, 양재민, 막내는 2001년생 3인방 문정현, 박무빈, 유기상이었다.

대표팀은 대한민국농구협회와 KBL의 소통 부족으로 최정예 전력을 갖추기 힘들었고 여기에 라건아마저 계약 기간이 만료, 예전보다 더 부실한 전력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준비 기간이 길었던 것도 아니다. 이마저도 대한민국농구협회와 KBL의 생각이 달랐고 결국 4일 동안 고양보조체육관에서 훈련할 수 있었다. 때마침 홍천 전지훈련을 떠난 고양 소노의 도움이 없었다면 제대로 된 훈련 장소도 찾기 힘들었다.

대표팀 선수들의 몸 상태도 완벽하지 않았다. 가장 일찍 오프 시즌을 시작한 선수들조차 볼을 다루는 훈련을 한 적이 없었다. 대부분 체력을 만드는 시기이기에 평가전을 치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심지어 수원 kt 소속 하윤기와 이두원, 문정현은 휴가 기간에 차출됐다.

이정현은 “대표팀에 와서 볼을 처음 만져봤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스킬 트레이닝을 하면서 볼 훈련을 하기는 했지만 오프 시즌 시작 후 체력을 만드는 기간이기에 ‘농구’를 한 건 대표팀에 와서 처음이라고 볼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사진=JBA 제공
사진=JBA 제공
체력이 올라온 것도 아니다. 대부분 오프 시즌 시작 후 1, 2개월 정도는 체력을 만드는 기간이다. 이때는 연습경기를 하더라도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 그렇기에 이미 오래전부터 2024 파리올림픽을 바라보며 손발을 맞춘 일본과 상대한다는 건 전력차를 떠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이 파리올림픽을 준비하는 전력이기에 승리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하치무라 루이, 와타나베 유타가 컨디션 조절 및 부상 문제로 불참했으나 그것만으로 해볼 만하다고 평가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치무라는 2020 도쿄올림픽 이후 대표팀에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전력 외로 분류됐다. 와타나베의 경우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카와무라 유키, 토미나가 게이세이, 토가시 유키, 히에지마 마고토, 바바 유다이, 조쉬 호킨슨 등이 있는 일본은 사실상 1군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들이 주축을 이뤄 얻어낸 것이 바로 2023 FIBA 농구월드컵 아시아 내 최고 성적, 즉 파리올림픽 본선 티켓이었다.

그럼에도 ‘젊은 호랑이’들은 매섭게 일본을 물어뜯었다. 대한민국의 터프한 수비에 일본은 당황했고 심판에게 파울 어필만 할 뿐이었다. 특히 단단한 수비, 그리고 빠른 공수전환 등 일본이 자랑하는 강점은 오히려 대한민국이 더 잘하는 농구였고 그렇게 20점차까지 리드할 수 있었다.

이정현은 KBL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가드로 올라섰다는 걸 증명하기도 했다. 와엘 아라지와 함께 아시아 최고 레벨의 가드로 평가받는 카와무라를 상대로 우위를 보였다. 여기에 하윤기가 선보인 골밑 장악력은 라건아 공백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지웠다.

사진=JBA 제공
사진=JBA 제공
4쿼터 일본의 대추격전에 잠시 흔들리기도 했으나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이제 막 체력 훈련에 들어간 선수들이 40분 동안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일본의 풀코트 프레스, 그리고 카와무라의 기량은 대단했다.

결국 이겨냈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클러치 상황에서 이정현의 신들린 동점 미드레인지 점퍼는 1만 5000명이 운집한 아리아케 아레나를 서울대 도서관보다 조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하윤기는 위닝 자유투로 혹시나 하는 일본의 역전승 기대를 제대로 망쳤다. 대표팀 선수들의 투혼이 만든 결과였다.

이처럼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선전, 일본을 잡아낸 대한민국이다. 최근 좋지 못한 소식만 전해지고 있는 농구계, 그리고 팬들에게 어린 선수들이 준 큰 선물이었다.

한 가지 옥에 티도 있다. 이처럼 멋진 경기를 지켜볼 수 있는 루트가 네이버, 즉 인터넷 중계로 유일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뜨거운 한일전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이었으나 수만의 농구 팬이 인터넷 중계에 의존해야 했다는 건 큰 아쉬움이다(다른 의미로 네이버는 고마운 일을 해냈다).

어쩌면 가장 큰 문제일 수도 있다. 단순히 선수들의 노력만으로 농구 인기는 살아나지 않는다. 그들과 함께 발을 맞춰 행정과 마케팅이 동반되어야만 작은 가능성이라고 해도 반등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현재로선 선수들의 노력 외 다른 부분을 기대하기 힘들다. 한일전 승리에 가려진 어두운 부분이다.

사진=JBA 제공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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