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칼럼]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농구로 쓰는 성장일기
[점프볼=조원규 칼럼니스트]
“우리 아이가 사람이 됐어요.”
탤런트 정시아 씨의 말입니다. 정시아 씨의 아들 백준우(182, F) 선수는 홍대부중 소속으로 2024 연맹회장기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정시아 씨는 유명 탤런트가 아닌 한 아이의 엄마로 관중석에 앉아있었습니다.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홍대부중이 있는 성북동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홍대부중 농구선수들의 부모를 만났습니다. 농구선수의 꿈을 꾸는 자녀가 있어 좋은 점과 힘든 점, 현실적인 고민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뚱뚱했어요. 농구를 하고 살이 많이 빠졌죠. 알고 보니 잘 생겼더라고요. 사람이 됐어요”라며 정시아 씨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백준우 군은 170대 초반의 키에 체중이 95킬로였습니다. 지금은 182센티의 신장에 균형 잡힌 몸매를 자랑합니다.
▶ 농구, 결과가 어떻든 과정이 고마워요.
백준우 군의 아버지는 2004년 영화 ‘수퍼스타 감사용’으로 데뷔한 배우 겸 탤런트 백도빈 씨입니다. 백도빈 씨는 “농구를 하기 전에는 생활에 불규칙적인 부분도 많았다. 운동을 하고 단체생활을 하면서 건강이 좋아지고 사회성도 좋아졌다. 정신적으로 강인함, 성숙함 같은 것도 느껴진다. 그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최도윤(181, G) 선수의 아버지는 “아이가 중도에 포기하는 것이 많았다. 농구를 한다고 했을 때 의지가 약해서 힘든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마음이 강해졌다”고 얘기합니다.
주장 오영후(185, F) 선수의 아버지는 “이 시간들이 헛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농구를 하면서 멘탈도 강해졌다”며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정신적으로 성숙하다. 인성도 좋아졌다”고 자랑합니다.
서지원(195, C) 선수의 꿈은 로봇공학자였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흔들리지 않았던 꿈입니다. 그런데 김동환 홍대부중 코치의 인생을 바꿔주겠다는 말에 진로를 바꿨습니다. 서 군의 아버지는 “성격이 외향적으로 변했다”며 “학교생활도 잘 적응하는 것”에 만족했습니다.
문지율(180, G) 선수의 부모는 농구 동아리 선후배입니다. 문 군이 어릴 때 놀아준 것이 농구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아들은 자연스럽게 농구의 꿈을 꿨습니다. 문지율 군의 어머니는 “꿈이 없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 아이는 목표를 정했다. 목표를 위해 열심히 하는 것을 주변에서 부러워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계기로 엄마들의 말문이 트였습니다.
“꿈을 못 찾은 아이들이 많아”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미래는 환상이라고 하잖아요. 사춘기 아이들이 뭔가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지”
“체력을 학교에서 다 쓰고 와서 그런지 사춘기도 없어(웃음)”
▶ 운동할 권리, 공부할 권리
2023년, 교육부 등의 조사에 의하면 희망 직업이 없다고 답한 중학생이 41%였습니다. 54.6%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목적지가 있는 여행과 없는 여행은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꿈을 찾았다고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2023년 대한농구협회에 등록한 남고부 3학년 선수는 110명입니다. 그중 체육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한 선수는 65명입니다. 10명 중 4명은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같은 해, KBL 드래프트 관문을 통과한 선수는 20명입니다. 2022년은 25명입니다. 2021년도 25명입니다.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한 선수 3명 중 2명은 또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운동할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프로선수가 목표인 학생에게 지금의 운동시간은 짧다는 것입니다. 학부모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한 학부모는 “모두가 프로에 갈 수는 없으니까…. 하고 싶으면 계속 도와줄 수 있는데 한계가 있거나 다른 진로를 선택할 때 그것도 존중하겠다”라고 했습니다. 다른 학부모는 “지금은 (운동만 아니라) 공부도 같이해서 다행”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이후 “지금 학부모들 사이가 너무 좋다”며 “고등학교에 진학해도 우리는 이런 관계를 유지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표정을 온전히 감출 수는 없었습니다. 경쟁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경기에 많이 뛰는 선수가 있고 적게 뛰는 선수가 있습니다. 기록이 좋은 선수가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습니다. 출전 시간이 적으면, 기록이 빈약하면 선수도 부모도 속상합니다. ‘운동할 권리’에 대한 시각도 같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홍대부중은 선수처럼 부모도 팀이 되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내 아들의 친구, 내 아들의 선배와 후배도 내 아들처럼 응원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미래의 일은 미래에 맡기는 것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 각자의 차이점이 곧 각자의 빛이 된다
운동시간의 문제는 기량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새벽부터 야간까지 하루 4~5회 훈련을 했습니다. 지금은 수업 후 3시간 남짓입니다. 훈련량의 차이가 큽니다. 그런 이유인지 최근 아마농구 선수들의 기량이 예전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나 선수와 지도자들은 주어진 상황에 맞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훈련 방법의 변화나 외부 전문가의 경험을 빌리는 팀이 많습니다. 얼리 드래프트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했습니다. 농구 외의 길을 함께 모색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학생 선수들은 성장 과정에 있습니다. 현재의 기량보다 미래의 목표, 그것을 위한 동기부여와 코칭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김동환 홍대부중 코치도 그 점을 고민합니다. 선수들 모두 장점이 있습니다.
“주장 오영후 선수는 리바운드와 돌파, 도움 수비를 잘합니다. 중요할 때 집중력 높은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서지원 선수는 수비할 때 토킹을 많이 합니다. 골밑에서 몸싸움도 많이 합니다. 구력은 짧지만, 영리하고 팀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문지율 선수는 허슬 플레이에 적극적입니다. 구력인 긴 선수답게 공을 다루는 재간이 좋고 3점 슛과 돌파 후 패스 능력도 좋습니다. 도움 수비를 가는 타이밍도 좋아요.”
“최도윤 선수는 훈련할 때 정말 열심히 합니다. 수비에 적극적이고 리바운드할 때 위치 선정도 좋습니다. 3점 슛도 좋습니다.”
“백준우 선수는 파이팅이 좋습니다. 수비에 적극적이고 돌파 후 슈팅 능력도 좋아요. 속공할 때 적극적으로 가담합니다.”
지난 5일, 남자 국가대표팀이 한일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습니다. 주역들은 ‘공부하는 학생 선수’ 정책의 영향을 받은 선수들입니다. 선수들의 기량이 평균적으로 하락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한국 농구의 경쟁력 하락은 아닐 수 있습니다.
▶ 슬픔 없이는 진정한 기쁨도 느낄 수 없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많이 힘들 때도 있을 겁니다. 기량의 정체나 부상 같은 이유입니다. 경쟁에서 오는 중압감이 극심한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훌륭한 선수들이 이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그걸 할 수 있는 아이인지 내가 낳았지만 몰랐어.”
엄마와 아빠가 아이와 같은 꿈을 꿉니다. 같이 웃고 같이 웁니다. 그래도 내 아이를 모두 알지는 못합니다. 아이는 매일, 매시간 달라지고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날 만난 부모들은 농구를 하면서 아이가 달라지는 모습을 봤습니다. 새로운 모습을 봤습니다.
조원규_칼럼니스트 chowk87@naver.com
#사진_점프볼DB, 정시아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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