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는 점점 줄어드는데 ‘감세 또 감세’… 세입 확충 방안도 고민해야

이희경 2024. 7. 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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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 확충 방안은 없는데 감세 조치만 쏟아진다. 기획재정부가 신중한 입장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종합부동산세 사실상 폐지, 상속세 최고세율 30%로 인하 등 대통령실과 여당을 중심으로 각종 감세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 역시 최근 역동경제 로드맵을 통해 밸류업 유도를 위해 배당소득 증가분에 저율의 분리과세를 도입하는 한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입장도 재확인하며 감세 기조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향후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자연적인 세수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저출생·고령화로 복지 수요가 급증하는 등 정부 재정 소요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윤석열정부 들어 이뤄진 감세 기조는 벌써부터 재정 여력을 위축시키고 있다. 2022년, 2023년 이뤄진 세법개정으로 2028년까지 감세효과는 약 90조원에 달한다. 세수는 세수대로 줄고 있는 가운데 재정운용은 ‘건전재정’을 지켜야 해 정부 지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정책 실패의 교과서로 불리는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지난해 대규모 불용(45조7000억원) 모두 세수 감소에서 비롯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감세의 낙수효과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자산격차 완화, 복지 확대를 위해 세입 확충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세정책으로 2028년까지 세수 90조원 감소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에서 확정된 세법개정으로 2028년까지 줄어드는 세수 감소 효과는 누적법(기준연도 방식) 기준 3조6733억원에 달한다. 윤석열정부 출범 첫 해 단행된 2022년 세제개편안의 세수 감소 효과는 더욱 크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2022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2028년까지 73조4000억원의 감세 효과가 발생한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또 반도체 등 세액공제에 따른 감세효과는 2028년까지 최소 1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이뤄진 세법개정을 통해 2028년까지 약 90조원의 감세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각종 감세 정책은 경기부진과 맞물려 세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포용재정포럼 부회장)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반복되는 세수부족과 감세정책, 이대로 괜찮은가’에서 “반복되는 세수부족은 감세정책과 경제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경기적 요인보다는 감세정책이 세수감소의 주된 원인”이라며 “감세의 투자 및 고용효과가 미약하고,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세수 여건은 올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5월까지 국세수입은 151조원 걷히는 데 그쳤다. 56조4000억원의 대규모 ‘세수펑크’가 발생했던 작년보다 9조원이 더 적은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조세수입이 예상보다 훨씬 적을 것이란 점을 인정하며 ‘조기경보 시스템’을 발동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감세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하고 상속세 최고세율을 30% 수준까지 인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음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경제 사령탑은 기재부’라며 진화에 나서는 등 엇박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부 역시 밸류업을 고리로 자본과세에 대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주 밝힌 ‘역동경제 로드맵’을 통해 금투제 폐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2020년만 해도 복잡한 금융세제를 단순화하고, 손익통산 및 이월공제 등을 통해 조세형평성을 제고하겠다며 금투세 도입을 추진했지만 4년 만에 입장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뉴시스
◆쓸 곳은 많은데 세입 확충 방안은 안보여

건전재정 속 세수 감소 부작용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R&D 예산이다. 지난해 세수가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총지출을 역대 최저인 2.8%만 늘리는 긴축 예산이 편성되면서 R&D 예산은 16.6% 대폭 줄었다. 주요 R&D 예산은 내년에 13.2% 확대되면서 ‘정책 실패의 교과서’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54조6000억원의 세수펑크가 발생하면서 예산현액에서 총세출 및 이월액(3조9000억원)을 차감한 불용액(결산상)은 45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문제는 감세 정책만 강조될 뿐 세입 확충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제22대 국회 조세정책 개선과제’를 보면 한국은 향후 증가하는 재정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힘든 상황이다. 잠재성장률 하락 등으로 과거처럼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적인 세수 증가를 기대하기 힘든 데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 증가 등 정부 역할이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감세 조치로 생긴 세수 감소를 보완할 조세 정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종부세, 상속세 감세 주장에 증세 방안은 담기지 않고 있다. 가령 성태윤 정책실장 제안대로 종부세를 재산세와 통합한다면 재산세율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별다른 언급은 없는 상황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종부세는 다주택자 중과세를 없애고 세율을 단순화하면서 종국적으로 폐지해 재산세 단일세율로 가야 한다”면서도 “줄어드는 종부세수 충격을 재산세율을 조금씩 올려 흡수해야 한다. ‘왜 부자 세금 깎고, 서민 세금 올리냐’는 비판을 감수하고 재산세율을 올리는 게 보유세 개혁”이라고 말했다. 상속세 역시 세율을 낮춘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비중이 낮은 소득세 부담을 높여야 하는 방안이 제시돼야 하지만 이 부분은 빠져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감세는 현재 한국 상황과 맞지 않는 포퓰리즘(대중 영합적)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회 토론회에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을 기준으로 상위 10%가 전체의 43%를 소유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자산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 상황에서 대주주, 대기업, 고자산계층을 대상으로 한 감세정책은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면서 “과세 기반을 넓히되 고소득, 고자산층의 부담을 강화하는 누진적 보편증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윤석열정부에서 추진하는 금투세 폐지,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종부세 및 상속세 완화 등은 자본과세로서 소득 및 자산격차를 더욱 심화할 것”이라면서 “오히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양도세, 종부세, 토지초과이득세 도입 등 과세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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