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연 "언론장악 국정조사, 불법·편법 조목조목 알릴 계기"
[인터뷰 (하)]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정치부 기자 단톡방 성희롱 사건, 언론계서 근절하겠다는 굳은 연대 필요해"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2020년 한국출판인회의가 낸 보고서를 보면 2014년 100여개 였던 독립서점은 2020년 600여개로 증가했고 지금은 8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네·마을 개념이 희박해진 서울 등 대도시에서도 동네책방은 지역주민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됐고, 책을 매개로 작가와 독자가 책방 주인과 소통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2024년 지역서점 지원 예산 11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소규모 지역서점 주인들은 반발하지만 정치권에서 이러한 문제가 진지하게 논의되진 않는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지난 2016년부터 의정부에서 동네책방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그를 지난 4일 국회에서 만났다.
-윤석열 정부의 지역서점 지원 예산 삭감은 왜 문제인가?
“소규모 독립서점에서 인건비조차 벌기 어렵다. 독립서점 사장들은 저도 그랬지만 투잡을 뛴다. 운영하는데 지원금이 필수적이다. 프랑스 파리에선 시 차원의 지원금이 있어 센강 주변 헌책방, 노점인데도 지원한다. 이러한 작은 서점들이 인터넷 서점과 도서 판매액으로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 마을마다 문화거점으로서 작가와의 대화를 열고 미술작품을 전시하거나 책모임을 운영한다. 오는 손님이 10명일지 20명일지 모르는데 돈을 걷어서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 역시 가능하지 않다. 수년간 여러 문화예술 예산·기금에서 서점이란 공간을 활용한 지역사회 문화예술 진흥사업을 많이 해왔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이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방침을 내린 의도가 궁금하다. 서점이 없어지면 작게는 마을 크게는 사회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가치와 철학의 문제다.”
- 22대 총선을 앞두고 진보당이 자유언론실천재단에 제출한 답변을 보면 지역신문발전지원센터설립, 지역언론 지원조례제정, 풀뿌리 지역언론 차별금지 등을 공약했다. 진보당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이 추진하고 있나?
“국회가 이제 개원했으니 차차 준비해 가겠다. 중앙언론에서 진보정치를 잘 다루지 않아 지역언론과 유대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작은 기사라도 소중하다. 지역언론이 열악한 구조에서 생존을 어떻게 이어가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 언론을 건강하게 만드는데 꼭 필요한 정책들이다. 또 하나는 지역언론은 죽어가고 있는데 유튜브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 어디까지 언론의 기능을 대체하는 것으로 볼 것인지, 언론중재 대상은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까지만 되는데 그 폐단이 너무 크니까 유튜브 채널 전체를 포괄하는 내용을 적극 검토해보겠다. 양회동 건설노동자 자살방조 의혹 보도한 기자 소속이 조선일보가 아니다. 언론사가 다양한 방식으로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데 회사 법인격으로 판단해 가짜뉴스를 내버려 두면 안 된다.”
-진보당은 다른 야당들과 방송3법과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방송3법은 오랫동안 얘기가 된 문제다. 다만 국회가 국민들에게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장악 국정조사는 지금까지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어떠한 불법과 편법을 저질렀는지, 언론장악이 국민에게 어떤 불이익으로 다가올 것인지 조목조목 짚어서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3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도 업종 구분없이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여당에서 계속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하는데, 한 예로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더 낮게 책정하면 실제 많은 맞벌이 부부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않나?
“외국인 노동자에게 낮은 임금을 적용할 수 있다면 그 여파가 다른 노동자에게 이어져 임금하락을 불러온다. 지금 가사노동하는 분들은 쫓겨나거나 비공식적으로 자신의 임금을 낮출 거다. 같은 돈을 받고 일을 더하거나. 당장 나나 내 주변 사람들의 임금을 낮추는 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결국 우리 모두의 임금을 지키는 일이다. 여성이 주로 감당하는 돌봄노동을 덜어줄 수 있는 문제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한달 60만 원에 돌봄노동자를 고용한다면 돌봄을 담당하는 사람이 '넌 60만 원짜리 일을 한다'는 취급을 받게 된다. 인생 중요한 시기에 그것을 값싼 노동으로 대체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임금노동에 내몰린다. 전업으로 아이를 돌볼 경우 그 돌봄의 가치를 평가절하당한다. 차별이 확산되면 나에게도 덮칠 수 있다.”
-최근 농민들이 국회 앞에 모여 한우농가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농민들 삶의 어려움을 해결할 정책은 무엇이 있나?
“농민기본법을 오랜 시간 준비했다. 농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 자체의 문제, 농민이라는 농업전문가의 문제, 농촌이라는 특수한 지역의 문제를 종합해서 봐야 한다. 농업·농민·농촌에 대한 종합적인 국가전략이 없다. 따로 놀거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종합적으로 보는 동시에 국가가 농업을 책임져야 한다는 기본철학이 필요하다. 농업이 죽으면 생존권이 무너진다. 지난 대선 때 농민들에게 150만 원 이상 월급을 주자고 공약했다. 진보당이 열심히 투쟁해 농민수당을 상당수 지자체가 만들었지만 수당 정도로는 부족하다. 현재는 가구당 지급해서 실제로 일은 여성농민들이 하는데 혜택을 못 받기도 한다. 국가가 공무원에 준하게 농민을 대하면서 농촌, 농업을 책임져야 한다.”
-농민들은 기후위기 문제를 아무래도 도시 사람들보다 더 많이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에 기후변화 심각성을 느낀 사례를 하나 소개해달라.
“지난해 큰 물난리가 났던 익산 금강유역을 지난주에 방문했다. 올해 장마를 앞둔 시기였다. 농어촌공사 담당자가 1년간 성실하게 준비했다고 주민들도 말하더라. 그렇지만 단시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라 미진한 부분들을 설명해주면서 결국 우리 예측을 벗어날 만큼 비가 많이 오지 않도록 기도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웃음) 담당자 입장에서는 맞는 말인 거다. 배수로를 만들고 자연재해 관련 지구로 지정하고 펌프를 증설하느라 돈도 시간도 많이 들지만 그렇더라도 재해의 크기가 훨씬 크다. 정치가 할 수 있는 건 큰 재난이 온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상식적인 선보다 훨씬 큰 대비책을 내놓거나 엄청난 불편을 감수하자고 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종이컵 사용제재하는 것조차 규제를 풀었다. 어떠한 불편도 감수하지 않겠다며 사안을 날카롭게 보지 않고 행하는 수많은 퇴행을 간단히 볼 수 없다.”
-제7공화국을 열겠다고 주장했다. 헌법을 개정하자는 뜻인데 어떤 취지인가?
“현행 헌법은 민주화가 열리던 1987년 만들었지만 지금은 경제도 성장했고 신자유주의도 왔으며 저출생 문제도 한복판에 와있다. 구조가 변했는데 헌법이 그대로라면 국가 차원의 대비를 할 수 없다. 정치권에선 권력구조 개헌을 논의하는데 국민들에겐 큰 의미가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대통령 발의안으로 개헌을 추진했지만 국민들이 여론을 형성하지 않았다. 진보당은 헌법에 있는 각 내용이 실제 노동자, 농민, 취약계층, 민중들에게 어떤 이익과 불이익으로 연결되는지 각계각층 목소리를 담아 헌법을 새로이 구성하고 개헌 운동의 주체를 마련하려고 한다. 윤석열 정권 이후 새로운 사회를 간절하게 바란다면 정치권 여야가 아니라 국민 다수의 동의를 구한 새로운 체계가 필요하다.”
-끝으로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정치부 기자들이 여성 정치인과 동료 기자들을 단체카톡방에서 성희롱한 사건'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다.
“기사 원문을 쭉 읽어봤는데 충격적이다. (성희롱 한 기자들) 소속사가 서울신문, 뉴스핌, 이데일리던데 해당 언론사에서 일벌백계하는 것이 필요하고 과거 사례들처럼 징계 후 현직으로 복귀하는 걸 용납해선 안 된다. 이런 일을 언론계에서 완전히 근절하겠다는 굳은 연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런 사건이 널리 알려지지 않는 것도 언론의 속성인가? 많이 보도해주고 그와 관련한 징계뿐 아니라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질문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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