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타고 메모리가 돌아왔다...삼성전자, 7개 분기 만에 영업익 10조 넘겨
주가도 들썩...2.96%↑, 8만 7,100 원
삼성전자가 2분기(4~6월) 1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며 시장 기대를 넘어선 '깜짝 실적'을 거뒀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호황 국면에 들어서며 반도체 사업을 맡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놀라운 성적표를 낸 주인공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5일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 74조 원, 영업이익 10조4,000억 원의 잠정 실적을 냈다고 공시했다. '최악의 실적'이란 불명예를 안았던 202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60조55억 원)은 23.31%, 영업이익(6,685억 원)은 1,452.24% 늘었다. 2022년 3분기(10조8,520억 원) 이후 약 2년 만의 분기 최대 실적으로 증권사 전망치 평균(영업이익 8조3,044억 원)보다 2조 원이나 더 벌었다.
무엇보다 되살아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큰 힘이 됐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의 감산 조치 후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발로 주요 메모리 업체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범용 D램 생산량이 줄어든 만큼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 발표 때는 사업부별 실적을 알리지 않지만 증권사들은 발표 직후 DS 부문의 영업이익을 6조1,000억~6조6,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SDC)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가 늘어 1분기보다 실적이 좋아졌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의 2분기 SDC 영업이익 전망치는 8,000억~1조1,000억 원이다. 휴대폰 사업 등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시장 수요 감소로 1분기와 비교해 실적이 낮아져 2조3,000억~2조5,000억 원이라고 봤다. 영상디스플레이(VD) 및 생활가전은 프리미엄 TV와 에어컨 판매가 늘어 실적 회복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 전망치는 3,000억~6,000억 원이다.
하반기 실적은 엔비디아 HBM 납품 여부가 관건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는 최근 임원들이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일찌감치 나왔다. 6월 3일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사장)이 각각 5,000주(약 3억7,000만 원) 5,500주(4억1,000만 원)를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한 달 동안 임원 26명이 자사주를 사들였다. 5월부터 DS 부문장을 맡은 전영현 부회장도 지난달 13일 5,000주를 추가했다.
사실 삼성전자가 증권가 전망치보다 높은 2분기 실적을 낸 건 반도체 시장이 불황에서 호황으로 바뀌는 반등 속도가 예전보다 빨라졌다는 의미다. 대신 호황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만큼 불황도 빨리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3년 7월 "반도체 사이클의 업앤다운이 빨라지고 진폭이 커지는 문제점에 봉착하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올해 5월 "올해 좋아진 (반도체) 현상이 그리 오래 안 간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하반기(7~12월) 실적이 상승세를 탈지 여부는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5세대인 HBM3E를 납품할지, 한다면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HBM3E 12단 제품을 2분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 통과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3분기에도 제품 납품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중 삼성전자의 HBM3E 제품이 주요 고객사향(엔비디아) 퀄 테스트 및 양산 개시를 하게 되면 또 한 번 주가의 트리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2.96% 오른 주당 8만7,100원으로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2021년 1월 25일(8만9,400원)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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