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반등했는데 한국은 언제쯤"…개미들 속탄다 [한경우의 케이스스터디]

한경우 2024. 7. 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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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판매실적 반등 조짐
“캐즘 극복 실마리?”
2분기도 실적 부진 점쳐져
“주가 하락하면 단기매매 정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부활했습니다. 차량 인도량이 바닥을 쳤다는 평가 속에 올 들어 후진하던 주가가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한국 2차전지 관련 종목 주가는 대부분 연초 대비 20~30%가량 하락한 상태입니다.

증권가 전망은 갈립니다. 2차전지 관련주의 반등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비관론이 아직은 우세합니다. 다만 테슬라 반등을 계기로 전기차 수요 증가 회복 가능성이 주가에 미리 반영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연초 주가 회복한 테슬라…에코프로비엠은 34%↓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 2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일 35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달 들어 일주일(5거래일) 동안 9.49% 올랐습니다.

이와 함께 삼성SDI(7.91%), LG화학(4.49%), 에코프로비엠(3.88%), 엘앤에프(9.46%) 등 2차전지 관련주도 이달 들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테슬라발(發) 훈풍의 영향입니다. 테슬라는 이달 들어 지난 3일(현지시간)까지 24.51% 상승했습니다. 이날 종가는 246.39달러로, 작년 말(248.48달러) 수준을 거의 회복했습니다. 지난 4월22일의 저점(142.05달러)과 비교하면 73.45% 치솟은 주가입니다.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의 테슬라 충전소. 사진=AP


주가 회복은 차량 인도 실적의 반등 덕입니다. 지난 2일 발표한 2분기(4~6월) 차량인도대수는 44만3956대로, 예상치(43만8019대)를 웃돌았습니다. 특히 1분기(38만6810대)를 바닥으로 반등 가능성이 엿보였다는 점에 미국주식 투자자들은 환호했습니다. 이번 차량 인도 실적 호조를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 극복의 실마리로 해석한 겁니다.

다만 전기차 캐즘 극복 기대는 테슬라에만 국한된 이야기였던 모양입니다. 미국의 6월 순수전기차 핀매량은 9만7000대에 그쳤거든요. 직전월과 비교하면 1%가량 감소한 수준입니다. 업체별로 보면 테슬라는 약 12% 늘었다지만, 다른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은 줄었습니다. 특히 현대차·기아가 약 21%, 포드가 약 22% 감소했습니다.

이달 들어 국내 2차전지주의 오름폭이 테슬라의 절반에도 못 미친 이유입니다. 지난 5일(한국시간) 종가를 작년 말 가격과 비교하면 LG에너지솔루션은 16.37%, 삼성SDI는 19.07%, LG화학은 27.66%, 에코프로비엠은 33.99%, 에코프로는 24.03%, 엘앤에프는 27.4% 하락한 상태입니다.

 “실적 부진으로 주가 하락하면 단기매매 검토할 만”

증권가에선 2차전지 관련주 반등 기대가 시기상조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이 여전히 당초 전망을 크게 밑도는 데다, 최근에는 금속 가격도 다시 하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퓨처엠 등에게 중요한 GM의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3만8000대로, 올해 연간 목표치(20만대)를 달성하려면 월평균 2만7000대를 판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6월 한달 판매량이 7862대로, 목표 달성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진단입니다.

금속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점도 부담입니다. 2차전지업체들은 제품 판매 가격이 금속 가격에 연동하기 때문에, 금속 가격이 하락하면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87.5위안으로, 한달 전보다 16%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니켈 가격도 15%가량 빠졌습니다.

전기차 판매 증가율 둔화와 금속 가격 하락으로 한국 2차전지 업체들은 2분기 실적 부진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677억원입니다. 작년 2분기 실적보다 41.89% 적은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삼성SDI도 영업이익이 15.48% 감소할 전망입니다.

또한 부진한 실적은 향후 실적 전망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증권사에서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2분기 실적 부진과 이로 인한 컨센서스 하향으로 2차전지주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단기매매에 나서볼 수는 있다”면서도 “연말까지 2차전지주가 펀더멘털(내재가치)을 바탕으로 랠리를 펼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테슬라 판매량·주가 반등, 캐즘 극복 신호탄일수도”

반면 테슬라의 판매량 반등을 캐즘 극복의 시발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2분기 판매 실적 호조에 대해 “마진 정상화와 순수전기차 수요 반등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걸 시사한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판매량이 생산량(41만1000대)을 넘어선 점에 주목했습니다. 유 연구원은 “판매량이 생산량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 해소되며 지난 1년간의 수익성 악화 배경인 할인판매가 줄어들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시장 금리 하락과 미국 대선 대진표의 변경 가능성 등 외부요인이 2차전지 업종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KB증권의 분석도 눈길을 끕니다. 우선 금리가 내려가면 할부금리 인하로 인해 신차 수요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막대한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는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재무 부담도 줄어듭니다.

LG에너지솔루션 美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사진=LG에너지솔루션


미국 대선 이슈는 조금 복잡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대선 이슈는 2차전지주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기차 산업 지원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돌풍을 일으키면서입니다.

하지만 최근 TV토론에서 건강 문제를 드러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향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라는 요구가 이어지는 점이 2차전지주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이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그는 “민주당의 대안 후보인 (버락 오마바 전 미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마바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을 경우 비호감도가 낮은 오바마가 당선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산이 낮아질 경우 2차전지 섹터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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