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1인당 1억원으로 올려야”…24년째 묶인 예금자보호 법안 봇물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ifyouare@mk.co.kr) 2024. 7. 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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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벌써 4건 발의
한도 1억원 업종별 차등
금융당국 신중 입장
서울 시내 명동거리 모습.[사진 = 연합뉴스]
24년째 5000만원으로 묶여 있는 예금자보호 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높이고, 금융권별 ‘보호한도 차등화’ 법안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권별 차등 한도를 뒀다는 점에서 앞선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과는 차이가 있다. 그간 관련 법안이 좌초한 것은 2금융권으로의 자금쏠림 우려 때문이었는데 이를 보완한 조치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4건 발의됐다. 지난달 25일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이후 민주당 김한규, 정준호 의원도 이달 1일과 3일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

예금자보호한도란 은행, 보험, 저축은행 등 금융사가 파산하거나 영업을 중단해 고객에게 예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됐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2001년 이후 현재까지 5000만원으로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금융권별 보호 한도를 차등화 하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게 특징이다.

엄태영 의원 안은 예금보험위원회가 5년마다 금융권별로 한도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정준호 의원 안의 경우 금융권별로 구분한 한도의 적정성을 금융위원회가 5년마다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정준호 의원은 “예금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에도 이바지하기 위해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라며 “지급 한도를 현실화하고 업권별로 보호 한도를 차등화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안정성 확보와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경제지표가 크게 개선됐음에도 예금자보호 한도는 24년이 지난 현재까지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어, 예금자보호 한도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례로 최근 한국은행은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가 3만6194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일본(3만5793달러) 보다 앞선 수치다.

[사진 = 연합뉴스]
1인당 GNI는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와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인구 수로 나눈 것으로, 생활수준을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많이 쓰인다. 인구 5000만명이 넘는 국가 중에서는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한국이 여섯번째다.

한은은 “환율이 안정된다는 전제하에 수년 내에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2401조원으로 증가했다. 다른 나라의 통계 변경이 없거나 크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의 2023년 명목 GDP 세계순위도 당초 14위에서 12위로 오르게 된다. GDP는 한 나라에서 생산된 모든 생산물에 당시 가격을 곱한 것으로 나라별 경제 규모를 파악하는데 쓰인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을 주장하는 쪽은 주요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은 1인당 25만 달러(약 3억4525만원), 영국은 8만5000파운드(약 1억5000만원), 일본은 1000만엔(약 8600만원)까지 보호하고 있는데, 이와 비교해 5000만원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위원회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5000만원 한도에서 보호받는 예금자 비율은 98.1%다.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보호예금자 비율은 99.3%로 1.2%포인트 오르는데 불과했다.

한도 상향 시 금융사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올릴 경우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 높아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 연합뉴스]
저축은행 상호금융으로의 자금이동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고위험 분야에 대한 투자 증대로 이어진다는 우려다.

실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2023년 3분기 말 건설·부동산업 대출 비중은 각각 50%, 46.8%다. 반면 PF 대출 연체율은 5.56%, 4.18%로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금융전문가들은 한도 상향과 관련해 ‘금융권별 차등’ 전략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모든 금융사의 예금자 보호 한도를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은행의 보호 한도는 상향하되, 저축은행·상호금융 등의 한도는 유지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22대 국회에서 새로 제안한 금융권별 ‘차등 한도’ 적용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현재 여야 이견이 없는 안건인 만큼 연내에 예금자보호제도 개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 2년여에 걸쳐 해당 사안을 마무리 지은 금융당국은 현재 유보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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