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충분히 기뻐하도록” 오늘도 밤을 새운다…10개 구단 최초 구독자 30만, Eagles TV 제작진을 만나다[스경x인터뷰]

배재흥 기자 2024. 7. 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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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촬영하는 이글스 TV. 한화 제공


2024 KBO리그 전반기엔 최초의 기록이 쏟아졌습니다. 김도영(KIA)이 4월 한 달 홈런 10개, 도루 14개를 기록해 프로야구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를 달성했죠.

최정(SSG)은 468번째 홈런을 터트려 통산 홈런 부문 단독 1위에 올랐고, 손아섭(NC)도 2502호 안타를 때려 통산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역대급 야구 열기 속에 KBO리그는 전반기에만 600만 관중을 모았습니다.

시야를 조금 더 넓히겠습니다. KBO리그 10개 구단은 저마다 공식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 중 한화 이글스 유튜브 채널 <Eagles TV>(이하 이글스 TV)가 올해 전 구단 최초 구독자 3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승리의 생생한 순간이 담긴 ‘킹착취재’ 등 이글스 TV의 고유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제작진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는 제작진 3명이 참여했습니다. 다만 기사에는 이름과 나이, 성별 등 개인 신상은 밝히지 않기로 했습니다. 선수와 경기, 콘텐츠만 주목받길 바라는 제직진의 뜻입니다.

기사에선 편의상 제작진 1호, 2호, 3호로 구분하겠습니다. 간단한 소개를 덧붙입니다.

1호 : 성공적인 신인드래프트로 평가받는 2015년 김민우, 김범수, 이도윤, 주현상과 입사(입단) 동기다.

2호 : 이글스 TV 영상에 매년 목소리가 나오는 유일한 제작진. 원래 프리랜서 등으로 한화 이글스 영상을 제작하다가 지난해 입사했다

3호 : 방송국 PD 시험을 준비하다가 스포츠 채널 프리랜서 등으로 일했다. 2022년 말 이글스 TV의 일원이 됐다.

촬영한 영상을 편집하는 이글스 TV 제작진. 한화 제공


10개 구단 최초 구독자 30만명 돌파, 기쁜 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이글스 TV는 지난 2012년 10월31일 개설됐습니다. 12년 만인 올해 1월 구독자 수 2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 7일엔 3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제작진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3호 : 사실 ‘와 30만이다’라는 것보단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무서운 게 많았어요. 늘었다는 건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거니까. 저희가 실수하면 선수와 구단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분위기였어요.

1호 : 오히려 20만 됐을 때가 더 기뻤어요. 뭔가 하나를 했을 때 구독자 수가 오르는 게 보여서 되게 성과처럼 느껴졌거든요. 근데 30만까지 온 길은 시즌 중이기도 했고, 숨 가쁘게 달리다 보니까 ‘어떡하지’ 하다가 딱 30만이 된 그런 느낌이었어요.

이글스 TV에서 영상 제작을 담당하는 직원은 총 6명입니다. 영상 제작만 전담하는 인원은 2명, 나머지 4명은 디지털마케팅 업무를 겸하고 있는데요. 제작진에게 야근은 일상이 됐습니다. 대표 콘텐츠 ‘킹착취재’ 제작 과정을 보면 업무 강도가 느껴집니다.

2호 : 보통 홈에선 제작진 3~4명, 원정에선 2명이 촬영과 편집을 해요. 원정에선 교대 시스템이 없어서 경기가 끝나야 제작을 시작해요. 보통은 밤을 새우죠.

1호 : 작년 대구에서 8연승 할 때 새벽 5시까지 편집했던 것 같아요. 팬들의 기쁨 고조치가 이만큼 올라가 있기 내용이 짧더라도 더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팬들이 충분히 기뻐할 수 있거든요.

이글스 TV 사무실 한편에 붙어있는 제작진 폴라로이드 사진. 한화 제공


힘든 만큼 커지는 보람, 지속할 수 있을까 고민도


고된 일상을 토로하는 와중에도 표정만큼은 밝습니다. 보람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성과겠죠.

1호 : 선수들이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을 때 만들어주는 특집 영상이 있어요. 지금까지 나온 선수가 최연소 100볼넷 정은원, 신인왕 후보 김인환, 23세 홈런왕 노시환 등 몇 명 안 되거든요. 시간과 정성을 많이 쏟아 만든 영상인데, 선수들도 감명 깊게 봐요. 작년 노시환 선수 영상 나갔을 때 어린 선수 4~5명이 ‘뭘 이루면 이런 영상 만들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우리의 영상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했죠.

3호 : 작년 노시환 선수 특집 영상 제작했는데, 데일리 스포츠에서 표현하기 힘든 내러티브를 담을 기회라 개인적으로도 좋았습니다.

2호 : 매 순간 영상이 올라갈 때마다 달리는 댓글을 보며 항상 보람차요. 제가 이 일을 이렇게 오래 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거든요. 야구도 좋아하고, 이글스도 좋아하는 제가 만든 영상에 사람들이 행복을 느낀다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3호 : 그냥 숫자를 보면 좋아요. 어쨌든 직장인이니까 회사에 보탬이 되어야 하는데, 조회 수나 수익에서 기대치 이상 결과가 나왔을 때 1인분 했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보람으로 덮고 가기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고된 일상을 언제까지 버틸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호 : 생선이 팔딱팔딱 뛰고 있을 때 회로 내야 맛있게 드실 수 있는 것처럼, 야구라는 건 다음 날 계속 경기가 있어서 숨이 죽으면 의미가 없어요. 우리가 피곤하다고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만들면 그만큼 죽어 있는 콘텐츠가 되는 거죠. 지금은 즉시성과 신속성을 최우선으로 해서 영상을 만들지만, 즉시성을 대체할 다른 매력 포인트를 살려 어떻게 시스템을 개선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이글스 TV가 받은 실버 버튼과 손편지. 한화 제공


고마운 팬들의 응원, 한화 이글스가 더 빛날 수 있도록


이글스 TV를 좋아하는 팬 중엔 제작진을 위해 커피차를 보내겠다는 팬도 있었습니다. 물론 정중히 거절했지만, 제작진도 팬들의 이런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엔 서울에 사는 한 고등학생이 ‘어떻게 하면 이글스 TV에 입사할 수 있는지’ 묻는 손편지를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팬들의 애정에 늘 감사함을 느끼지만, 때론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건강보다 영상이 먼저”라는 애정이 어린 농담을 볼 때 그렇다고 하는데요. 일이 워낙 많아 실제로 건강에 문제가 생겨 잠시 휴직하고 돌아온 직원도 있다고 합니다.

2호 : 저희를 응원해 주시는 건 너무 감사하고 잘 알고 있지만, 진짜 아플 때 그런 댓글을 보면 가끔 속상해요. 조금만 너그럽게 기다려주시면 늦지 않게 좋은 영상 올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작진의 목표를 물었습니다.

3호 : 이글스 TV보다 한화 이글스가 야구를 잘해서 성적이 나면 그게 더 기쁠 것 같아요. 이글스의 구성원으로서 채널의 성장도 기쁘지만, 한화가 야구를 더 잘해야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호 : 팬들이 영상을 보며 한화를 응원하고, 실제로 야구장까지 오게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궁극적으론 이글스의 팬덤이 커지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요. 계속 지겹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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