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리얼리티 홍수 속 '신들린 연애'가 다른 이유 [안윤지의 돋보기]

안윤지 기자 2024. 7. 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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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윤지 기자]
/사진제공=SBS
연애 리얼리티는 '인간 탐구'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또 위기엔 어떤 대처법을 보이는지 등 예상치 못한 일을 마주한 사람의 방식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최종 커플로 나아가는 과정과 서사도 주요 부분이겠지만 무엇보다 본질을 알게 한다는 점에서 연애 리얼리티는 다큐멘터리의 일종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예능부도 아닌 시사교양부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바로 SBS '신들린 연애'다. 총 6부작으로 구성된 '신들린 연애'는 용한 점술가 남녀 8인의 촉과 감이 난무하는 연애 리얼리티. 퇴귀사, 무당 뿐만 아니라 타로 심리 상담가, 역술가 등이 출연한다.

1회 방송 당시 1.6%로 시작했던 '신들린 연애'는 입소문을 타고 시청률이 상승 기류를 탔다. 특히 2회는 2049 시청률 1.2%로 전체 채널 1위, 순간 최고 가구 시청률 3%로 동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 중 가구 시청률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제공) 이 외에도 아시아 최대 범지역 동영상 플랫폼 뷰(VIU) 서비스를 이용하는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연애 리얼리티는 나왔다 하면 흥행하면서 요즘엔 주류로 자리 잡았다. '나는 솔로' '환승연애' '하트시그널' 등 각 프로그램은 시즌을 거듭하며 파격적인 발언과 상황으로 충격을 안겼다. 또 '돌싱글즈' '커플팰리스' '솔로지옥' '러브캐처' '썸바디' '선다방' 등 구성도 다양해지며 한동안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도 했다. 이런 자극이 계속되다 보니 사람들은 점차 익숙해지고 지쳐갔다. 이때 새로운 키워드를 부여한 게 바로 '연애남매'다.

'연애남매'는 단순히 연애 프로그램이라고 보기엔 아쉬울 정도로, 가족 이야기가 깊게 다뤄지며 한편의 힐링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이처럼 '신들린 연애'도 비틀림 속에서 탄생한 기획이다. 내용이나 방식은 모두 일반적인 연애 리얼리티와 다를 바 없지만 '무당'이란 키워드를 잡아냈다.

/사진=SBS '신들린 연애' 방송 캡처
'신들린 연애' 출연진은 범상치 않다. 10년간 은행원 생활을 해오다 신병에 못 이겨 무당의 길에 들어선 함수현, 귀신을 퇴마한다는 퇴귀사 박이율, 6개월차 무당 이홍조, 영타로를 보는 최한나, 연세대 출신 역술가 이재원 등 소개부터 심상치 않다. 특히 함수현은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제대로 못 했다. 신병은 참 난 죽겠는데 병명이 없다. 내가 얼마나 악을 썼겠나. 평범하게 사려고"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굴곡진 인생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냈고, 많은 호응을 얻었다.

또 일반 연애 리얼리티에선 볼 수 없는 말과 장면이 등장한다. 첫인상을 보고 "좀 친다"고 하고, "울 일이 있을 거 같냐"고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는다. 또 서로의 운명에 대한 맞점사를 본 뒤 "좋은 승부였다"며 호기롭게 웃는다. 최근 영화 '파묘'로 인해 샤머니즘, 무당에 대한 관심이 올라간 상태에서 '신들린 연애' 속 실제 무당들의 대화가 결합돼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런 도전적인 기획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신들린 연애' 김재원 CP는 "우린 지상파고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사실은 그래서 내가 많이 우긴 부분도 많았다"며 "인간의 역사 속 항상 있는 역술인이다. 미래를 보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다. 그리고 아마 그분들도 그렇다고 생각할 거 같고, 딜레마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금기에 접근할 게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서 이들을 어떻게 보여줄까 싶었다. 원래 OTT로 하려고 했으나 (SBS가) 우리 기획 의도에 공감을 해줘서 파격적으로 가보자는 분위기가 있어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방송가도 이런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호평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신들린 연애'는 신선한 소재와 익숙한 포맷이 잘 어우러진 대표적인 예시"라며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일상과 긴밀한, 흥미 유발 요소로 여겨지는 추세다. 미디어 발달 등으로 샤머니즘에 대한 접근이 더욱 용이해졌고 터부시되던 이야기들이 양지로 올라왔다. 대중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인 무속인을 연애하는 키워드와 접목한 것은 꽤 혁신적인 기획"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과학적 증명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스튜디오 MC들의 몰입, 또 놀라워하는 장면을 부각하면서 시청자들을 더욱 이입하게 만드는데 '신들린 연애'가 지상파 예능임을 감안한다면 도발적인 시도"고 칭찬했다.

제작진은 당초 10부작을 목표로 만들었다가 편성상 6부작으로 줄인 상황이다. 또한 시즌2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가운데 '신들린 연애'가 마지막까지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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