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 50년, 韓패션사 산증인"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이주의 유통人]

이혜원 기자 2024. 7. 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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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경남 마산 출생…1962년 옷가게 점원으로 일하며 '세정' 꿈꿔
인디언 추장 모습 담긴 책 표지에 영감받아 '인디안' 브랜드 탄생시켜
40여년간 332억원 기부…부산 지역 최초로 '아너소사이어티' 가입해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사진=세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국내 1세대 패션기업 '세정'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반세기 세정그룹 역사의 중심에는 창업주 박순호 회장이 있다. 세정은 1974년 '나는 나의 혼을 제품에 심는다'라는 이념으로 창립됐다.

반세기 동안 단순한 옷 이상의 가치를 지닌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장인정신을 이어왔다는 평가다.

실제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국 패션사(史)를 그려내며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패션70' 속 주인공의 모델이 바로 창업주 박순호 회장이다.

옷 가게 종업원에서 패션업계 거장이 된 그의 스토리는 한국 패션 산업의 역사와 흐름을 같이한다.

1946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박순호 회장은 1962년 마산 부림시장 내 작은 옷 가게 어린 점원으로 일하며 '세정'을 꿈꿨다.

1968년 부산 중앙시장 ‘동춘상회’를 거쳐 1974년 세정그룹의 모체인 부산 거제리시장 ‘동춘섬유공업사(이하 ‘동춘섬유’)’로 이어졌다.

동춘섬유는 원사 선택에서부터 편직·염색·봉제·포장을 거쳐 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성을 다해 옷을 만들었다.

이는 ‘제품에 혼을 심는 정신’이라는 50년을 한결 같이 이어온 세정그룹 철학의 기반이다.

이제 50년을 넘어 '삶의 변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 매니지먼트 그룹' 비전으로 새로운 100년 역사를 쓰겠다는 각오다.

세정의 시작, '인디안'

세정은 1974년 7월 부산진 시장에 설립된 ‘동춘섬유’에서 시작했다. 동춘섬유에서 처음 출시한 제품이 바로 '인디안' 티셔츠다.

박 회장은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인디언 추장이 말을 타고 광야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의 책 표지를 봤다.

곧 맨주먹으로 황야와도 같은 의류 시장에 도전하는 스스로가 인디언 추장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브랜드명을 '인디안'으로 정했다.

1974년 론칭과 동시에 우수한 품질로 주목 받은 인디안 티셔츠는 견고하고 이음새가 없어 뒤틀리거나 늘어나지 않아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계속해서 소재와 제품 개발에 매진했고 1985년에는 국내 최초로 니트용 실켓사를 개발, 이를 적용한 실켓 티셔츠가 스테디셀러로 인기를 얻었다.

이후에도 상품 개발 노하우를 쌓아 고품질의 티셔츠를 연이어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게 된다.

그 결과, 인디안 티셔츠는 재래시장 티셔츠 부문 1위에 올랐고, 도매시장 티셔츠는 곧 '인디안'으로 통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점차 바지, 점퍼, 스웨터로 생산 품목을 확대하면서 캐주얼 남성복 브랜드의 구색을 갖췄다.

인디안의 제품은 전국 도매상을 통해 끊임없이 팔려나가며 단일 브랜드로 매년 1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새로운 유통환경 대응, '대리점' 체제로의 전환부터 국내 최초 편집숍까지

세정그룹 50주년 기념식 비전 선포식 (사진=세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 회장은 1987년 말 동춘섬유는 '인디안'으로 재래시장에서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당시 동춘섬유의 종업원 수는 200여명에 달했고, 이는 패션 봉제 분야 내수 순위 전국 50위를 넘나드는 수준이었다.

동춘섬유는 연일 몰려드는 주문 물량을 즉시 공급하기에도 바빴다. 부산에서 생산한 제품을 서울로 배송하면 도매상들이 앞다퉈 긴 줄을 서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1987년을 전후로 쏟아지기 시작한 의류 브랜드 간 경쟁은 치열해졌고, 대리점이나 전문점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로 승부하는 새로운 유통 환경이 도래하면서 동춘섬유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다.

결국 박 회장은 1988년 도매상을 상대로 하는 영업에서 직접 소비자와 거래하는 '전문 대리점 체제'로의 전환을 감행한다.

그리고 대리점 체제 전환 이후 1년 만에 전국 140여 개 대리점을 개설했고, 연 평균 30% 이상의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국민 브랜드 ‘인디안’과 함께 국내 '가두점의 신화'라 불리는 세정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박 회장은 1991년 '세정'이라는 사명과 함께 패션 유통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1995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전문 대리점 점유율 1위’, ‘단일 브랜드 연 매출 1위’, ‘고정 고객수 1위’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갔다.

세정은 2000년대에 들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유통 그룹’이라는 그룹의 중장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신규 브랜드 론칭, 대형전문점 유통사업,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의 전략을 단계적으로 실행했다.

그리고 박 회장은 2010년 이후, 글로벌 SPA 브랜드의 국내 시장 공략 강화와 패션업계 유통망의 다양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했고 2013년 새로운 유통 브랜드 '웰메이드'를 론칭했다.

웰메이드는 전국 각지의 매장을 통한 우수한 접근성과 고객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 ‘인디안’을 기반으로, 폭넓은 고객층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편집숍이었다.

론칭 이후 웰메이드는 남성 타운 캐주얼 ‘인디안’과 클래식 슈트·비즈니스 캐주얼 ‘브루노바피’, 여성복 ‘데일리스트’, 패션잡화 ‘두아니’, 남성 라이프 캐주얼 ‘더레이블’ 등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소비자가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국내 패션기업 최초 사회복지법인 '세정나눔재단' 설립

지난 2011년 박 회장은 사재 포함 총 330억을 출연해 국내 패션기업 최초로 사회복지법인 '세정나눔재단'을 설립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다하고 있다.

세정나눔재단은 ▲사회복지시설 및 장애인, 한부모, 홀몸어르신, 소년소녀가장 등 취약계층 지원 ▲지역 내 청소년 지원 및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사업 ▲저소득층 주거환경개선 ▲스포츠 지원 ▲국가재난구호를 위한 기부 등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 활동을 비롯해 지역 상생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중이다.

특히 박 회장은 지난 1983년 오순절 평화의 마을 봉사활동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40여 년간 총 332억원 기부액을 지원해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선 기업인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 지역 최초로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해 고액기부 문화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2023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단독 수상하기도 했다.

시상식에서 박순호 회장은 "어려운 이웃을 돕고 돌아오는 길은 나에게 큰 기쁨이자 보람이었고, 반세기의 기업을 경영하는 원동력이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나눔을 실천하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ch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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