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제주 닿은 '컬세권'…10년 후 컬리는?
충청→영남→호남으로 영역 확장 중
제주도에도 '하루배송' 시작…전국 커버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흔히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걸 두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합니다. 요즘은 강산이 변하는 데 10년은커녕 1년도 채 걸리지 않죠. 산 하나 사라지는 데 몇 달이면 넉넉하니, 이젠 적절한 비유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또 10년 전과 지금을 생각해 보면 참 바뀐 게 많기도 합니다. 강산은 우리의 삶을 은유하는 표현이라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써먹어 보겠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우리의 삶도 변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을 한 번 떠올려 봤습니다. 2014년 쯤으로 잡으면 되겠죠. 쿠팡이 오늘 밤 11시 안에 주문하면 다음날까지 제품을 배달해 주는 '로켓배송'을 막 시작했을 때입니다. 퇴근 후 주문한 운동화를 다음 날 받을 수 있다니, 당시만 해도 익일배송 서비스의 등장은 충격적이었죠.
하지만 배송 혁명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이듬해인 2015년 샛별같이 등장한 마켓컬리가 저녁 9시까지만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전에 문 앞으로 유기농 식재료를 가져다 주는 새벽배송을 도입했습니다. 컬리 관계자의 말마따나 "주문하고 눈을 감았다가 뜨니 도착해 있더라"같은 느낌이었죠. 이름도 금성(샛별)이 뜨는 새벽에 배송을 완료한다는 의미의 '샛별배송'으로 지었습니다.
샛별배송이 특히나 놀라웠던 건 단순히 빠른 배송이 아니라 '풀 콜드체인' 배송이었기 때문입니다. 제품을 보관할 때부터 배송을 마칠 때까지 상시 냉장 상태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당시 다른 이커머스들도 당일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곳들이 있었지만 콜드체인 배송을 하는 곳은 없었죠. 유기농 식재료가 주력 상품이었던 컬리였기에 내릴 수 있었던 결단입니다.
10년이면 전국이 컬세권
샛별배송의 등장 후 10년. 이후 우리나라의 온라인 쇼핑 시장은 말 그대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오프라인은 비싸지만 빠르고 온라인은 싸지만 느리다'는 공식이 완전히 깨졌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보다 싸면서 배송도 빠르고, 무거운 제품을 힘들게 들고 다닐 필요도 없게 됐으니,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던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의 주도권 경쟁도 이 때를 기점으로 추가 기울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컬리 역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2015년 30억원이었던 컬리의 매출은 이듬해 174억원, 2017년 466억원을 거쳐 2018년 1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2019년엔 3배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4000억원을 넘었고요. 코로나19로 비대면 주문 시장이 급성장한 2020년엔 950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조 기업'에 다가갑니다. 그리고 2022년과 2023년에는 2조원 고지를 정복하죠. 8년 만에 매출이 30억원에서 2조774억원으로 '700배'나 늘어난 겁니다.
서울, 그것도 강남 부근에서 소소하게 시작했던 샛별배송 지역도 회사의 성장에 발맞춰 전국으로 확장돼 왔습니다. 2021년 5월 대전·세종·천안·아산·청주 등 충청권 진출을 시작으로 7월엔 대구, 12월엔 부산·울산 등 경남권까지 컬세권을 늘렸죠. 지난해엔 김해와 창원·양산도 품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컬세권 확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3월 경주와 포항, 5월 계룡·공주·구미·칠곡, 6월엔 여수·순천·광양이 추가됐고요. 오는 8월에는 광주광역시에 샛별배송을 도입하고 연내 진주시까지 추가할 계획입니다.
물론 아직 샛별배송이 되지 않는 지역이 많습니다. 인구가 적은 도서산간이나 섬 등에서 주문 후 8시간 안에 배송을 마치기란 쉽지 않겠죠. 그래도 다행인 건 '하루배송'을 통해 이 지역들을 커버하고 있다는 겁니다. 오는 8일부터 제주도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시작으로 하루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제 컬리의 '샛별배송+하루배송'이 닿지 않는 곳은 전국에 울릉도 뿐입니다. 한반도 최남단인 땅끝마을 해남에서도, 비무장지대가 보이는 최북단 철원에서도 하루배송을 이용할 수 있죠. 2015년 설립 후 10년 만에 전국을 커버하는 서비스가 된 셈입니다.
10년 후 컬리는
사실 컬리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거라고 믿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컬리가 흑자전환할 수 있다고 믿은 사람도 많지 않았습니다. 쿠팡과는 다르다고들 했죠. 올해 1분기 컬리는 사상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이쯤되면 사람들의 예상을 거꾸로 보는 게 더 확률이 높을 수도 있겠습니다.
원래 컬리는 유기농 식재료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었죠. 그래서 최근까지도 컬리의 경쟁자를 오아시스마켓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을 같은 카테고리에 두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2022년 문을 연 '뷰티컬리'를 시작으로 이미 패션, 잡화, 가전까지 컬리의 영역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이미 컬리 전체 매출의 4분의 1이 비식품 분야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맛집까지 추천해 주죠.
결국 컬리가 가려는 길은 '큐레이션 플랫폼'입니다. 식품이나 가전, 뷰티 같은 카테고리에 얽매이지 않고 고퀄리티 상품을 제안하겠다는 거죠. 굳이 비교하자면 컬리의 지향점은 '아마존'이 아닌 '미슐랭(미쉐린)'입니다. 뭐든지 일단 많이 팔기보다는 컬리의 안목을 신뢰할 수 있도록 '좋은 것'을 팔겠다는 게 컬리입니다. 지난해 11월 내놓은 '불고기 러버스 프로젝트'는 이런 목표를 위한 작은 시도였을 겁니다.
지금까지의 10년도 예측하지 못했는데 앞으로의 10년을 예측하는 건 조금 우스운 일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까지 컬리가 해 온 일들을 보며 2034년의 컬리를 상상해 보는 게 무익한 일은 아닐 겁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10년 후의 컬리는 어떤 모습인가요. 함께 그려보시죠.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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