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알링턴 묘지' 거듭날까…국립서울현충원 '재창조' 방향은

박응진 기자 2024. 7. 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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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링턴 국립묘지·태평양 기념묘지 벤치마킹해 발전방향 정립
보훈부, 훈장 수훈자 전시·무명용사탑 국가문화유산 등재 등 검토
6.25전쟁 74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유가족들이 고인의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2024.6.24/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서울 동작구 소재 국립서울현충원이 '한국판 알링턴 묘지'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국가보훈부는 이달 말 국방부로부터 서울현충원을 이관받으면 재창조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6일 보훈부에 따르면 서울현충원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무를 국방부에서 보훈부로 이관하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28일 국회를 통과해 이달 24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서울현충원 이관 준비 전담팀(TF)을 구성한 보훈부는 조직·인사·재산·의전·정보통신망 등 관련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 중이다.

보훈부는 서울현충원을 세계 최고의 추모 공간이자 문화·휴식·치유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주변 인프라 개선으로 접근성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특히, 모든 국민이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감사를 전하는 '일상 속 살아있는 보훈'의 상징적 공간으로 재창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보훈부 관계자들은 지난 4월 초 미국 워싱턴 DC 소재 알링턴 국립묘지와 국립 스미스소니언 미국사박물관 등을,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국립 태평양 기념묘지와 전함 미주리호 메모리얼 등을 둘러봤다.

해외 국립묘지와 전시관의 운영 현황 등 인프라를 벤치마킹해 서울현충원의 발전 방향을 정립하기 위해서다.

알링턴 국립묘지가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국립묘지로서의 위상을 가지게 된 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계속된 무명용사의 묘 건립과 근위병 교대식의 전통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안장에 따른 묘지와 영원의 불꽃 조성 △주요 안장자 관련 이야기·알링턴 국립묘지의 역사성 등을 반영한 내실있는 교육프로그램 △아름다운 조경환경 등이 꼽힌다.

서울현충원 또한 국내 제1의 국립묘지로서 그 상징성과 역사성, 안장된 유공자들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여러 콘텐츠의 가치, 수도권 내에서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든 조경 환경 등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호국추모공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단 게 보훈부의 진단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다소 부족하고, 차량·도보 접근성이 떨어지며,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중·장기적 발전 정책을 펼침에 있어 동력이 떨어진단 지적이 제기된다.

보훈부는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의 수훈자에 대해선 미국의 어느 국립묘지든 그 인적사항을 특별전시하고 있는 만큼, 서울현충원 또한 안장자 중 훈장 수훈자에 대한 정리·전시를 검토해 보기로 했다.

미국 육군 의장대원이 버지니아 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아폴로 1호와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챌린저호 폭발 사고로 숨진 우주인들의 추모행사 중 기념비에 화환을 놓고 있다. <참고사진>ⓒ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또한 서울현충원의 경우 국내 제1국립묘지로서의 역사성과 상징성, 해방 이후 한국 근현대사를 보여줄 수 있는 안장자 관련 콘텐츠의 가치 등을 감안한 교육·견학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보훈부는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보훈부는 서울현충원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심화 연구를 위해 현재 국립기록원에 이관된 국립묘지 창설 초기 문서와 사진 등 200~300여 건에 대한 사본 제출을 요청했다.

아울러 서울현충원에 내빈이 방문했을 때 참배를 위해 필수적으로 들르는 현충문 및 현충탑의 귀빈실에 국립묘지 역사, 안장 국가유공자 특성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서울현충원은 역대 대통령, 국가사회공헌자를 비롯한 주요 안장자 등으로부터 기증된 유품 2500여 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협소한 진열공간과 부족한 학예 인력 등 이유로 그 가치에 대한 심화 연구와 공개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보훈부는 시설과 인력을 보강하고 선진 전시기법 사례 등을 도입하면 서울현충원만의 차별화된 대표적 콘텐츠로서 유공자 선양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4일엔 서울현충원에 연면적 349.93㎡(105평) 규모의 무명용사 봉안관이 준공됐다. 무명용사는 유해는 찾았으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군인들을 말한다.

기존엔 서울현충원에 이름을 알 수 없는 5800여 명의 호국영웅이 현충탑 지하에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 모셔져 있었지만, 이젠 빛이 투과되게 투명한 유리로 천장이 설계돼, 방문객들은 이 천장을 통해 추모와 경의를 표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보훈부는 서울현충원 내 학도의용군 무명용사탑을 국가문화유산으로 등재해 안장 유공자에 대한 선양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훈부는 "학도의용군 무명용사탑은 현재 서울현충원 내 시설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창설 초기부터 지금까지 존재해 온 점, 근대 국립묘지에서 무명용사묘가 가지는 높은 상징성 등을 감안하였을 때 역사적, 호국적 가치가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국립묘지는 추모, 기념시설을 일종의 문화유산의 개념으로 인식해 유지·보수에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립묘지가 멀게는 미국 남북전쟁이 발발한 19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 매우 오랜 기간 동안에 걸쳐 각 전쟁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는 시설로 발전해 온 점을 고려하면, 서울현충원에 그와 같은 선진 사례의 적용을 위해선 중·장기적 운영 관점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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