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계절 앞에 선 손흥민 부자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2024. 7. 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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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에 충성심 보였던 손흥민에 구단은 장삿속 드러내
아들 ‘월드스타’로 키운 손웅정은 아동학대 논란 휘말려

(시사저널=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손흥민은 스포츠 영역을 넘어선 대한민국 사회 전체의 롤모델이다. 아시아 선수가 경쟁력을 발휘하기 가장 어려운 종목에서 세계 최정상에 올라선 실력만큼 뛰어난 인성과 태도로 무수한 미담을 남기고 있다. 최전성기에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구단으로의 이적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함에도 장기 재계약을 체결한 토트넘 홋스퍼와의 로맨스는 손흥민의 성품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2023~24 시즌에는 주장으로서 최고의 리더십과 포용력을 발휘하며 유럽 현지에서 극찬을 받았다.

손흥민을 둘러싼 무수한 스토리가 드라마틱하지만 그중에서도 성장 과정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제도권 밖에 머물며 선수 출신인 부친 손웅정 감독과의 눈물겨운 개인훈련으로 자신의 재능을 갈고닦았기 때문이다. 이후 17세의 어린 나이에 독일로 건너갔고,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프로 계약을 체결했다. 두 차례의 이적을 통해 차근차근 성장의 계단을 밟으며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해 오늘의 위치까지 올라섰다.

아들이 완성한 성공의 빛은 숨겨진 아버지의 헌신을 비추었다. 프로 계약 이후에도 여전히 개인훈련을 책임진 손웅정 감독은 손흥민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지지대였다.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교육 방식과 인생철학도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손 감독은 최근 한국 사회의 그릇된 교육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만의 훈육법과 규칙적인 독서 습관에 대한 책이 잇달아 출간되며 손 감독은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최근 이들 부자를 둘러싼 이슈는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주목받고 있어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6월10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 매각으로 큰 이적료 남기려 하나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과의 동행을 연장하는 부분에서 현지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토트넘 팬뿐만 아니라 프리미어리그 전체에서 손흥민은 한 팀의 레전드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구단의 달라진 입장이 이슈의 중심에 있다. 

이번 여름 토트넘이 손흥민과 기존 계약에 포함돼 있던 1년 연장 옵션을 실행할 것이라는 영국 현지 언론들의 잇단 보도가 나왔다. 연장 옵션의 존재는 2021년 7월 손흥민이 새로운 4년 계약을 체결할 당시부터 알려진 내용이었다. 이 옵션이 발동되면 손흥민은 토트넘과의 기존 계약을 2026년 여름까지로 연장할 수 있다.

문제는 불과 몇 달 전에 비해 토트넘의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는 점이다. 팀의 간판인 해리 케인이 이적하며 생긴 공격력과 리더십의 공백을 손흥민이 훌륭히 메우자 반년 전만 해도 토트넘은 새로운 3년 연장계약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의 주급을 이전보다 올려주고 장기 계약을 한 번 더 체결하면서 사실상 '종신 계약' 형태로 가겠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전반기에 우승 경쟁을 펼치던 토트넘이 후반기 들어 무너지며 5위로 시즌을 마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계약 연장에 소극적으로 변한 이유는 다각도로 분석된다. 연장 옵션 발동은 선수보다는 구단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택이다. 토트넘은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에 근거해 1년만 연장하며 시간을 벌게 됐다. 손흥민이 옵션 발동 없이 2025년 여름에 계약을 마무리하면 다른 팀으로의 이적 협상에서 구단이 불리하다. 특히 계약 만료 6개월 전에 선수의 이적 선택권을 보장하는 '보스만 룰'이 존재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토트넘은 당장 이번 여름에 손흥민의 매각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손흥민은 여전히 매력적인 기량을 보여준다. 지난 시즌 17골 10도움으로 득점 8위, 공격 포인트 5위를 기록했다. 두 자릿수 골과 도움을 꾸준히 책임지는 공격수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흥민과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정도다. 문제는 나이다. 7월8일 손흥민은 만 32세가 된다. 경기력의 지속성에 대한 의심이 생길 수 있는 30대 중반이 코앞이다.

최근 유럽의 많은 팀이 이런 상황을 맞은 선수들을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보내는 분위기다. 시가보다 더 많은 이적료와 연봉을 주는 중동의 오일머니 효과다. 때문에 많은 언론과 팬들은 토트넘이 1년 연장 옵션 발동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셈에 밝은 다니엘 레비 회장이 손흥민의 매각을 통해 큰 이적료를 남기려는 의도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토트넘은 1년 전 케인을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에 보내며 1500억원의 이적료 수익을 올렸다. 손흥민 역시 여전히 1000억원 이상의 이적료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3년 전 손흥민은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레알 마드리드 등의 관심을 뒤로하고 토트넘 잔류를 택했다. 당시 그는 토트넘을 '가족'이라 표현하며 오랜 시간 트로피에 목마른 팀을 위해 공헌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사우디에서는 이미 손흥민 영입에 관심을 보였지만, 선수 자신이 중동행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런 손흥민의 로맨스와 충성에 대해 토트넘 수뇌부는 계산기를 두드린 게 아닌가 하는 시각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이 6월26일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사인회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손웅정 "시대 변화 캐치하지 못한 점 반성"

손웅정 감독은 자신이 운영 중인 손(SON)축구아카데미에서 벌어진 체벌과 욕설 논란으로 이전과는 다른 화제의 중심에 섰다. 손축구아카데미는 춘천시에 위치한 유소년 축구교육시설이다. 손웅정 감독이 손흥민을 지도한 노하우를 활용한 훈련 프로그램으로 어린 선수들을 지도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최근 피해 아동 부모의 폭로를 통해 손 감독과 아카데미 소속 지도자 2명이 유소년 선수에게 욕설과 체벌을 한 것이 알려졌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체벌을 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아카데미 소속 지도자는 손흥민의 친형 손흥윤 수석코치로 밝혀졌다. 

손 감독은 "맹세컨대 아카데미 지도자들의 행동에 있어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가 되지 않은 언행과 행동은 결코 없었다. 시대의 변화와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캐치하지 못하고 제 방식대로만 아이들을 지도한 점은 반성한다. 다만 고소인의 주장은 진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는 입장문을 밝혔다.

그 과정에서 피해 선수 부모가 합의를 논의하다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강원경찰청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송치했고, 결국 손 감독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내용은 AP통신 등 외신을 통해 해외로도 알려졌다. 손 감독은 디테일한 개인훈련으로 유럽 구단들의 인정도 받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인권 감수성 부족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실제로 다수의 시민사회단체는 7월1일 "스포츠계 폭력 종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인권 보호를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졌지만 이런 사건이 또 벌어졌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손축구아카데미에 피해 아동을 위한 보호·지원 대책 마련을, 관계 당국에는 이 사건에 대한 엄중 수사를 요구했다.

체벌·폭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한국 스포츠계 전체가 애쓰는 상황에서 가장 성공한 운동선수이자 매사 모범이 됐던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 감독도 '사랑의 매'라는 명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축구판 맹모삼천지교에 비유될 정도로 갖은 노력을 기울였던 손웅정 감독의 명성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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