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전광판 숫자 실화냐, 158㎞ 강속구에 팬 열광! 키움 최초 보상선수 'ERA 0.61' 특급 마무리 컴백
이게 실화인가 싶다. 말 공격의 남부 올스타가 초 공격의 북부 올스타에 9-5로 앞서 승패가 사실상 결정 난 9회 초. 하지만 2024 KBO 퓨처스 올스타전을 지켜보던 1만 1869명의 관중은 이강준(23·국군체육부대)의 투구에 끝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이강준은 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퓨처스 올스타전 9회 초 북부 올스타의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초구부터 남달랐다. 시작부터 선두타자 여동건에게 시속 156㎞ 강속구를 던지더니 3구째는 이날 양 팀 통틀어 최고 구속이었던 158㎞가 전광판에 찍혔다. 퓨처스 선수들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강속구에 팬들은 떠나던 발걸음도 잠시 멈춰 세우고 열광했다. 이날 이강준이 던진 공 17개 중 시속 150㎞ 이하의 공은 거의 찾기 힘들었다. 오히려 시속 155㎞ 이상의 구속이 여러 차례 찍히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이강준은 데뷔 때부터 파이어볼러로서 자질이 보였던 선수다. 그는 서당초-설악중-설악고 졸업 후 2020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2번으로 KT 위즈에 지명됐다. KT에서는 4경기(5⅔이닝) 평균자책점 6.35의 기록만을 남긴 채 포수 김준태(30), 내야수 오윤석(32)의 반대급부로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됐다.
롯데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해 2022시즌 종료 후 국군체육부대(상무)를 통해 군 문제를 먼저 해결하려 했다. 입대를 준비하던 중 지난해 1월 롯데와 3+1년 최대 40억 원에 FA 계약한 한현희(31)의 보상 선수로 지명되면서 또 한 번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키움 최초의 보상 선수이기도 하다.
지난해 웨이트 트레이닝과 투구폼 수정에 집중한 이강준은 올해 퓨처스리그를 평정하고 있다. 26경기 2승 무패 8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0.61, 29⅔이닝 6사사구(5볼넷 1몸에 맞는 볼) 23탈삼진으로 퓨처스리그에서 가장 많은 구원 포인트를 쌓고 있다.
경기 전 만난 이강준은 "퓨처스 올스타전에 2022년에 오고 또 왔는데 재미있다. 매일 부대 안에서 경기하다가 이렇게 사람 많은 데서 야구하니까 재미있다. 아직 적응은 안 되는데 경기하면서 빨리 적응하려고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가운 얼굴들도 많이 만났다. 어린 나이에 세 번이나 팀을 옮긴 탓에 다른 팀 선수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제대하면 동료가 될 투수 윤석원, 김연주, 내야수 이승원, 송지후도 만났다. 이강준은 "오랜만에 보는 선수들도 있고 내가 팀을 너무 많이 옮겨서 다른 팀 유튜브 촬영팀, PD들도 만나 반가웠다. 다른 팀 유튜브에 여기저기 출연하고 왔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키움) 애들과 아까 같이 유튜브를 촬영했다. 사실 팀에 오자마자 군대를 가서 아직 애들이랑 친하지 않아서 조금 어색했다. 그래도 키움 경기를 챙겨보고 있다. 어제(4일) 연승이 끊긴 것도 봤다. 아쉬웠다"고 미소 지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뛰어난 성적보다 제구가 잡힌 것에 만족했다. 롯데에서 두 시즌도 24경기 15⅓이닝 동안 31사사구(30볼넷 1몸에 맞는 볼) 10탈삼진 평균자책점 9.98로 제구가 늘 그의 발목을 잡았었다. 이강준은 "기록은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다. 상무에 들어갈 때부터 목표를 길게 잡았다. 하루, 일주일, 한 달 이렇게 오늘 게임에만 집중해서 던지자는 마음으로 야구를 하고 있어서 성적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상무에서 제구를 잡고 일관성 있게 던지는 게 목표였는데 현재까진 계획대로 잘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무는 빠르게 1군에 자리 잡지 못한 선수들에게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규칙적인 생활과 야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 그리고 뛰어난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은 미완성의 유망주를 특급 유망주로 탈바꿈시키기도 한다. 이강준도 그런 환경의 혜택을 톡톡히 받았다.
그는 "일단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큰 것 같다. 밥도 제시간에 안 먹으면 그날은 못 먹는다. 그래서 먹기 싫어도 조금이라도 먹게 되는데 그런 점이 몸을 키우는 데 있어 수월했다. 자연스럽게 컨디션 조절하는 데도 도움이 됐고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도 좋아서 운동하는 데는 밖보다 훨씬 환경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강준은 KT, 롯데 어디서든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누구에게든 묻는 걸 주저하지 않는 선수였다. 구승민(34·롯데), 고영표(33·KT), 김원중(31·롯데) 같은 선배부터 소형준(23·KT) 같은 동기까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그런 열정과 타고난 재능에 설종진 키움 퓨처스 감독은 "(이)강준이에게 '내가 너 신인 때 팬이었다'고 말했다"며 "한국에서 빠른 공을 던지는 사이드암은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 임창용(47·은퇴)까지도 생각한다. 임창용도 해태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되면서 더 잘한 케이스"라며 팬을 자처한 바 있다.
상무에 와서도 KT 출신의 배제성(28), LG에서 온 이정용(28) 등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 이강준은 "예전에도 형들을 쫓아다니면서 많이 물어봤는데 그때는 내가 야구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형들의 조언을 이해할 수준이 안됐는데 상무에 들어와서 내 생각을 정립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몇 년 전 형들의 조언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상무 와서도 (이)정용이 형이나 (배)제성이 형이 물어보면 진짜 조언을 잘해주는데 제구를 잡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라고 힘줘 말했다.
이강준은 올해 11월 7일에 제대해 2025시즌 복귀를 노린다. 지금 성적을 유지한다면 특급 마무리로서 복귀도 기대되는 상황. 하지만 키움에 모처럼 등장한 우완 파이어볼러는 겸손했다. 그는 "들어오기 전 구종을 장착하려 했는데 체인지업이 고민이었다. 직구처럼 스피드가 너무 빠르고 직구처럼 들어가서 고민하다가 (배)제성이 형의 조언대로 하다 보니 빠르게 수정할 수 있었다. 실전에서도 던지고 있고 100%는 아니지만, 후반기, 겨울까지 계속 연습하다 보면 내년에는 충분히 100%로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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