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정치인을 비틀어… [ESC]

한겨레 2024. 7. 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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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파리 올림픽이 다가온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겠다고 했다가 포기한 그 올림픽이다.

이런 중에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노숙인 수천명이 쫓겨났다.

서울 올림픽을 한 해 앞둔 1987년에, 시인 서정주는 그때 청와대에 살던 전두환의 생일을 찬양하는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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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웃기고 싶다
센강과 한강의 기적?

2024년 파리 올림픽이 다가온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겠다고 했다가 포기한 그 올림픽이다. 프랑스 시민들은 똥을 누겠다고 한다. 센 강물에 날짜 맞춰 자기 똥을 보태겠다고 한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과 파리시장 안 이달고가 센강에서 수영을 하겠다며 큰소리쳤기 때문이다.

배경은 이렇다. 센강에서 올림픽 수영 경기 몇 가지를 연다고 했다. 센강은 물이 더러워 1923년부터 입수가 금지됐던 강이다. 이런 중에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노숙인 수천명이 쫓겨났다. 이런저런 일이 겹쳐 시민들 심사가 뒤틀렸다. 센강 변에 변기를 다닥다닥 합성한 이미지며 수영복 차림의 마크롱이 오물로 더러워진 이미지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린다. 행사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까닭은 정치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웃음은 실없는 짓이 아니다. 정치 표현의 수단이다.

한국 사는 나는 왜 먼 나라 이야기에 웃음이 날까. 프랑스 사람들 에스엔에스(SNS)에서 한국의 매운 라면이 함께 언급된다고 한다. 똥 잘 나오도록 먹으라는 거다. 한국 사람 웃음벨이 눌리는 지점이다. 위로 아래로 매운 그 맛, 우리도 안다.

내가 진짜 웃음이 나는 까닭은 88올림픽과 한강이 내 머리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서울 올림픽을 한 해 앞둔 1987년에, 시인 서정주는 그때 청와대에 살던 전두환의 생일을 찬양하는 시를 썼다.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전두환이 “이 나라 젊은이들의 체력을 길러서는” “88서울올림픽을 향해 늘 꾸준히 달리게 하시”었다며 칭송했다. 맑은 강과 올림픽이라. 씁쓸한 웃음이 난다.

올림픽은 의미 있는 행사지만, 올림픽을 구실로 생색을 내는 정치인은 얄밉다. 출세를 위해 제 밑천을 드러내는 지식인도 그렇다. 이 얄미움을 담아 시민은 우스개를 만든다. 서정주도 웃음의 소재가 됐다. 서정주의 호 미당(未堂)을 전두환이 말당(末堂)이라고 읽었다는 우스개다. 비슷한 이야기로 전두환과 이순자가 영화 제목 ‘사관과 신사(士官과 紳士)’를 ‘토관과 신토(土官과 紳土)’라고 읽었다는 농담도 있다. 1980년대의 옛날 우스개다.

그런데 나는 프랑스를 보며 웃음의 두 얼굴을 생각한다. 높으신 분의 헛발질을 비웃는 정치적 웃음. 하지만 이 웃음이 시민 참여로 이어지지 않고 자칫 정치에 대한 냉소가 된다면, 극우가 집권할 길을 열어줄 수 있다. 프랑스 센강에 똥 누기는 한편으로 통쾌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 프랑스 극우의 득세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동전의 양면 같은 느낌이다. 우파에 좌파에 중도에 짜증 난 시민이 정치 냉소에 빠져, 극우의 성장을 내버려두면 어쩌나? 어려운 문제다.

글·그림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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