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픽 리뷰] 유통기한 없는 신선함과 독창성...뮤지컬 '시카고'

클래식, 재즈, 관능, 풍자 '독창적 조화'...신선함 유지 원동력
정선아, 민경아, 박건형 등 출연...캐릭터 연기 돋보여
9월 29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MHN스포츠 장민수 기자) 독창성에는 유효기간이 없는 듯하다. 벌써 국내 17번째 시즌을 맞이한 뮤지컬 '시카고'지만, 여전히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범죄자들이 판치는 세상을 유쾌하게 풍자한 작품이다. 1975년 밥 파시의 극본과 안무, 존 칸더의 음악, 프레드 앱의 극본, 작사를 통해 탄생했다. 

1996년에는 연출가 원터 바비가 안무가 앤 레인킹과 함께 리바이벌 공연을 선보였다. 이후 현재까지 38개 국가, 525개 이상의 도시에서 3만3500회 이상 공연되며 34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동원했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27년간 1만500회를 넘어섰고, 이는 브로드웨이 공연 역사상 가장 롱런하고 있는 미국 뮤지컬로 기록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 프로덕션 17번째 시즌이다. 2000년 초연 이후 누적 공연 1500회, 누적 관객 154만 명 등의 기록을 세우는 등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수십 년간 세계 각국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명확하게 '독창성'이다. 

클래식한 무대, 개성 강한 재즈풍 넘버, 독특하고 관능적인 안무, 위트 있는 사회 풍자, 여기에 기존 문법을 따르지 않는 콘셉트 뮤지컬로의 형식까지. '시카고'와 같은 독창적 조합의 작품은 앞으로도 쉽게 탄생할 것 같지가 않다. 그렇기에 그 신선함이 상하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기도.

단출한 무대에 배우들을 돋보이게 하는 구성도 '시카고'의 독특함이다. 가성비로 따져 보더라도 꾸준히 롱런할 수 있는 기틀이지 않을까 싶다. 시작부터 참 영리하게 꾸려졌다.

물론 그런 만큼 배우들의 활약도가 중요하다. 매 시즌 배우들마다 조금씩 다른 연기 스타일이 작품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먼저 정선아는 이번 시즌 처음 벨마 켈리 역으로 합류했다. 우아한 목소리는 재즈풍 넘버에 제격이다. 여기에 '꼰대'스럽게 익살스러운 연기도 돋보인다. 민경아는 지난 시즌에 이어 또 한 번 록시 하트 역으로 출연한다. 특유의 사랑스럽고도 얄미운 '똘끼'가 매력적이다. 

빌리 플린 역 박건형도 지난 시즌에 이어 재참여했다. 같은 역 최재림의 복화술이 워낙에 유명한 탓에 비교되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분명 박건형만의 장점이 있다. 돈만 밝히는 능글맞은 변호사라는 캐릭터를 그려냄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없다.

흥겨운 음악과 유쾌한 열연을 보며 웃은 뒤에 날아오는 공감도 '시카고'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 작품은 범죄가 판치고, 도덕성을 결여되고, 정의는 사라진 1920년대 미국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한다. 그러나 2024년 한국 관객에게 충분히 어필이 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씁쓸함이 남는다.

한편 '시카고'는 오는 9월 29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벨마 켈리 역 최정원, 윤공주, 정선아, 록시 하트 역 아이비, 티파니 영, 민경아, 빌리 플린 역 박건형, 최재림 등이 출연한다.

사진=신시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