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가 암세포 성장 막는 법[사이언스 PICK]
폐 세포 속 'NUPR1' 유전자가 암세포 급성장 억제…고령층에 더 많아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중장년층을 넘어 노년층에 들어서면 되려 암 발병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체의 노화로 인해 암이 생긴다는 기존의 인식을 정면으로 뒤엎은 셈이다. 체내 신체 조직 환경과 특정 단백질 양의 변화 등으로 인해 노년의 신체에서 암 세포의 증식이 억제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6일 학계에 따르면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진 등은 암 유발 돌연변이 세포를 가진 생쥐 실험을 통해 75~80세 이상에 접어들면 암, 특히 폐암 발병률이 줄어드는 현상과 그 이유에 대해 규명했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통상적으로 암은 노화와 관련된 질병으로 알려져있다. 암 진단은 대체로 60~70대 즈음에 최고조에 이르는데, 그 이후에는 많은 암 발병률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 플로리다주 H 리 모핏 암센터 연구원인 아나 고메스는 "우리는 수십년 간 이러한 관찰을 해왔지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암이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서 축적되는 DNA 돌연변이 때문이다. 특히 나이가 많아질 수록 악성 암세포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는 돌연변이 발생의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악성 종양을 억제하는 면역 반응도 노화와 함께 약해질 수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노화와 함께 나타나는 조직의 변화가 암세포가 사는 환경을 변화시켜 종양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예컨대 나이가 든 폐는 젊은 폐보다 흉터 조직이 더 많은데, 이로 인해 재생 능력이 줄고 비정상적 세포 성장에 대한 탄력성도 줄어든다. 이로 인해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같은 학설을 넘어 실제 실험을 통해 젊은 신체에서 암 종양이 더 크고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을 활용해 젊은 생쥐와 늙은 생쥐에서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20여개의 유전자를 비활성화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유전자를 비활성화한 결과 모든 연령대 생쥐에서 종양 성장률이 늘어나긴 했으나, 젊은 쥐에서 종양이 더 크고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늙은 쥐의 신체에서는 암을 억제하는 다른 기전이 있다는 단서를 확인한 셈이다.
이같은 연구와 더불어 미국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연구진은 나이가 들수록 폐 세포에서 철분 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인 'NUPR1'의 생산이 늘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NUPR1 단백질이 늘어난 세포는 마치 철분 결핍이 일어난 것처럼 작용하며 암의 급속한 성장을 억제했다.
이들 연구진 또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했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늙은 생쥐에게서 NUPR1 유전자를 비활성화한 결과 폐 세포에서 철분 수치가 상승하고 젊은 생쥐와 같은 형태로 종양이 발생했다.
생쥐 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경우에도 80세 이상인 이들이 55세 이하보다 폐 조직에 더 많은 NUPR1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생쥐에서 나타난 것처럼 인간도 NUPR1이 많은 고령층이 암 세포의 증식을 용이하게 억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생쥐 실험에서 확인된 결과가 모든 암 종류에 적용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조직별로 암 발생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웨덴 스톡홀름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많은 암에서 노년기 암 발병률이 감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검 중 종양 발견 빈도를 조사했을 때 통계 수치와 실제 부검 데이터가 다르게 나타났다. 고령층도 중장년층과 암 발병률이 비슷하지만 75세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암이 아예 진단되지 않거나 보고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가지 예외는 폐암이었다. 폐암은 부검 데이터에서도 고령층에서 암 발병률이 실제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NUPR1 유전자의 증가가 폐암 세포 증식을 억제한 방증으로 보인다.
스탠포드대 연구진은 "사람들은 노화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이번 연구가 맞다면 노화가 유익한 역할을 할수도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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