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도 못사는 두바이초콜릿 먹어보니… “왜 인기인지 알겠다”[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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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초콜릿의 인기가 대단하다. 카페들은 가장 먼저 두바이초콜릿을 신메뉴로 올렸다. 백화점은 이들을 팝업스토어로 유치했으며, 편의점은 잇따라 두바이초콜릿 스타일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두바이 초콜릿 열풍은 지난해 12월 처음 SNS에서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아랍에미리트 인플루언서 마리아 베히라는 SNS에 두바이에 위치한 디저트 업체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이하 픽스)’ 의 ‘피스타치오 카다이프 초콜릿(정식 제품명 Can't get kangeh of it)’의 광고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화려한 초콜릿 속 가득 초록색 피스타치오 크림이 채워져 있는 화면으로 시작한다. 초콜릿을 쪼개 크림이 부드럽게 늘어지면서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준다. 이어 크림 속 튀긴 얇은 면이 바사삭한 소리를 내며 광고 속 마리아는 맛있다는 후기를 남긴다. 화제가 된 이 영상은 12만 명 이상의 공감을 받았고 3억 회 재생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초로 두바이초콜릿을 알렸던 디저트가게 픽스는 현재 정책상 해외로 배송하고 있지 않으며 인터넷으로만 구매가 가능하다. 매일 오후 5시 해당 제조사 쇼핑몰에 접속해 구매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1분 안에 매진된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결제를 마치고 두바이 내 거주지를 알리면 픽스사의 직원이 다음날 직접 배달한다. 두바이 외 기타 지역은 배송이 불가하다.
이러한 정책 탓에 두바이초콜릿은 더욱 귀해졌고 열풍은 전세계로 이어졌다. 화려한 색감과 바사삭한 소리와 식감은 물론 맛도 좋다는 사람들의 후기가 이어지면서 미국 유럽 등에서도 두바이초콜릿과 제품을 파는 곳에 대한 검색이 이어지고 있고 원재료인 카다이프의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초콜릿은 물론 원자재 수급도 어렵다... 최근 일주일 주문량이 평소 일년치
국내에서도 인기는 마찬가지다. 5월부터 두바이초콜릿을 비롯한 원재료인 피스타치오, 카다이프 등의 검색량이 증가하고 있다. 네이버 검색량은 5월 한 달 28만 건에서 6월 한 달 100만 건을 넘어섰다. 이후 현재까지 매일 검색량이 증가하고 있다. 구글 검색에서도 마찬가지다.
픽스의 원조 초콜릿은 커녕 두바이초콜릿 자체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차라리 만들어 먹자’며 레시피가 공유됐다. 피스타치오가루와 버터 등으로 피스타치오 크림을 만들고 밀가루 면의 일종인 카다이프를 튀겨 섞어 초콜릿 안에 넣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원재료인 카다이프 조차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카다이프를 국내에 수입하는 모 업체 관계자는 “한국에서 1년간 수입되는 카다이프의 양은 10톤이었는데 최근 일주일동안 10톤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 현지 제조사에 카다이프을 주문했는데 시스템 오류로 오해하고 제조사 측에서 주문을 받지 않았다”면서 “터키 현지에 찾아가 한국 현재 두바이초콜릿의 열풍을 알렸고 추가 발주했다”고 밝혔다.
부랴부랴 두바이초콜릿 메뉴를 추가했던 디저트 업계에서도 카다이프 수급이 일정치 않은 관계로 카다이프 대신 소면, 코코넛슬라이스, 파스타의 일종인 버미셀리, 유프카 등을 넣어 만들고 있다. 유프카는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중동과 터키 등에서 먹는 페이스트리의 한 종류인 ‘바클라바’에 들어가는 원재료다. 카다이프와 비슷한 원료지만 형태가 다르다. 라자냐면과 스파게티면이 차이라고 보면 된다.
디저트 업계 “기다리는 고객을 최대한 수용하기 때문에 평일과 주말 매출 차이 없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는 지난달 28일부터 두바이초콜릿을 만드는 ‘디저트젬스’의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30일 주말 현장에서는 에스컬레이터를 지나 식품관 벽쪽까지 대기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줄을 서려하자 40분 정도 소요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3일 평일 다시 방문했을 때에는 20분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그나마 디저트젬스는 포장까지 마친 완제품을 내어주기 때문에 빠르게 대기줄이 줄어드는 경우였다.
디저트젬스는 팝업스토어 오픈 일주일 동안 백화점 식품 최고 실적을 거두면서 두바이초콜릿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팝업스토어 하루 매출은 약 2500만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유태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 식품팀 팀장은 “팝업스토어 일주일 동안 1억8000만 원 넘는 매출을 기록해 흥행에 성공했다”며 “사람들이 관심 갖는 상품을 지속 발굴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저트젬스의 초콜릿을 접해보니 외관은 가장 픽스와 비슷했고 카다이프 대신 유프카를 부수어 사용한 것으로 보였다. 생각보다 달지 않았고 피스타치오 크림의 풍미가 느껴졌으며 바삭한 식감도 함께 전해졌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이탈리아 F사의 초콜릿 크림이 들어간 둥그런형태의 초콜릿과 비슷한 식감이었다.
이어 두바이초콜릿 원조에 가장 가까워 보이는 디저트점을 찾아 지난 1일 방문했다.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테미즈라는 카페다. 테미즈는 국내 유일의 중동 터키 디저트를 선보이는 곳으로 지난해 11월 터키대사관에 초청됐으며 대사관 관계자가 행사 때마다 찾는 곳이기도 하다.
테미즈는 두바이초콜릿을 매일 매시 정각마다 판매한다.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장 운영 시간동안 12차례 판매하는 것이다. 평일의 경우 한 시간 전쯤 가서 번호표를 받으면 두바이초콜릿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하루 약 250명의 고객이 구매한다.
김수겸 테미즈 대표는 “250개가 매장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의 양”이라면서 “그마저도 많은 분들께 소개하고 싶어 1인당 1개로 구매를 제한해 두었다”고 밝혔다. 테미즈 직원은 “인기가 엄청나서 오전 7시 반부터 줄이 서있다. 사실 매일 500개를 만들수만 있다면 500개를 팔 수 있고 1000개를 만들면 1000개도 팔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테미즈는 픽스의 방식대로 피스타치오 크림에 카다이프를 사용했다. 카다이프의 수급이 어렵지 않은지 묻자 김 대표는 “2022년부터 거래를 하던 업체가 기존 거래처 우선으로 판매하고 있어 다행히 수급은 어렵지 않다”고 전했다.
테미즈의 두바이초콜릿은 매장에서 피스타치오를 직접 볶는 작업부터 시작해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만들어내 피스타치오의 맛과 향이 진하게 느껴졌다. 여기에 기름을 머금은 얇은 카다이프면이 바삭하게 부숴지면서 식감은 물론 풍미도 끌어 올렸다. 달콤하면서도 짭쪼롬한 크림이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과 어우러져 흠잡을데 없다. 테미즈는 오는 8일부터 31일까지 잠실 롯데월드몰에 팝업스토어로 입점한다.
디저트젬스와 테미즈 두 제품 모두 피스타치오라는 익숙하지 않은 재료의 고소하고 낯설지 않은 맛이 초콜릿과 어우러져 색다른 맛을 내는데 호불호가 없을 대중적인 맛이다.
생각보다 인기가 지속 될 것... 유통업계 앞다퉈 제품 출시 계획
업계 역시도 두바이초콜릿의 열풍이 일시적으로 반짝 지나가는 디토(Ditto) 소비가 아닐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새로운 맛과 식감, 재미 등 인기 요인이 충분하면서 대중적으로 누구나 좋아할 맛이기 때문이다.
디저트 가게는 물론 유통업계에서도 두바이초콜릿 모시기에 나섰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3사 백화점과 갤러리아 백화점은 주요 식품 매장에 모두 두바이초콜릿을 판매하는 디저트 업체를 팝업스토어로 입점시켰고 당분간 입점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에서도 앞다투어 두바이초콜릿 출시 계획을 내 놓았다. GS25와 세븐일레븐은 카다이프를 넣은 두바이초콜릿 제품을 7월 말 중 오프라인 점포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U는 카다이프 대신 볶음 건면을 사용한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을 지난 4일 출시했다. 원료 수급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국내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건면을 튀겨 카다이프를 대신하면서 발빠르게 내 놓은 것이다.
출시 소식에 몇 일간 재고를 수소문했으나 현재 입고된 점포는 찾을 수 없었다.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한 점주는 “출시 예정일 이전부터 많은 고객이 물어보고 있다”면서 “나도 궁금한데 아직 구경도 못했다. 본사에서 신청하라고 해서 4일 당일 발주했는데 1개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마저도 언제가 될지, 그 1개가 또 몇 일을 주기로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고 밝혔다.
당분간 편의점에서 파는 두바이스타일 초콜릿 역시 구하기 어려워 보인다. 픽스의 제품은 지난 5월 판크라시오 등 초콜릿을 수입하는 업체 고이인터내셔널이 독점 수입 계약을 마친 상태로 늦어도 연내 정식 수입돼 국내에 들어올 전망이다.
황소영 동아닷컴 기자 fangso@donga.com
황소영 동아닷컴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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