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땅에서 시민의 공원으로[수원톡톡]

수원=손대선 기자 2024. 7. 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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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공사 마무리하고 4년여 만에 전체 면적 준공
녹지보행네트워크 조성 산·공원·하천 즐기는 산책길
[서울경제]

수원시 화서역 일대는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손꼽힌다. 수도권에서도 소문난 맛집과 놀거리가 곳곳에 자리한데다 올해 1월 개장한 스타필드 수원까지 개장하면서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줄 잇고 있다.

조선시대까지만해도 이 일대는 ‘대유평’이라는 이름의 넓은 들로 불렸다. 조선시대 정조가 설치한 둔전(국가재정 확보를 위해 경작하는 땅)이었다. 이 땅은 근대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일반 시민들의 시선에서 벗어났다. 오랫동안 시민 시선 밖이었던 대유평은 ‘대유평공원’이란 이름으로 면모를 일신했다. 정조의 땅에서 시민의 공원으로.

대유평공원 전경. 사진 제공 = 수원시

◇수원의 흉터에서 허파로

대유평공원은 장안구 정자동 963번지 일원에 자리 잡고 있다. 11만3784㎡에 달하는 규모로, 수원 관내에서는 네 번째로 크다. 지난달 말 완성돼 완전히 개방됐다. 인근에 산지가 없어 도심에서 좀처럼 즐길 수 없는 탁 트인 풍경을 자랑한다. 공원이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작은 조선대였다. 수원화성을 축조하며 수원에 계획신도시를 만들던 정조대왕이 농경시설 확충과 화성 축조 재원 마련을 위해 수리시설(만석거, 축만제)과 대유둔전을 만들었다. 이후 200년 가까이 대유평은 국가 재정의 젖줄 노릇을 했다. 이후 1960년대 담배를 제조하던 연초제조창으로 변신해 역시 대한민국 산업화에 일조했다. 담배공장은 2003년 가동을 중단했다. 방치된 대유평은 도심의 ‘흉터’ 같은 존재로 20년 가까운 시간을 잠들어 있어야 했다. 대유평이 공원으로 시민 품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수원시가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 2017년 해당 부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면서 초기단계부터 부지 중심에 공원을 두었기 때문이다. 이후 본격적으로 착공해 2021년 10월 말 1단계 공사 마무리에 이어 지난 5월17일 2단계 공사 완료 공고까지 꼬박 4년5개월의 공사 기간이 필요했다. 덕분에 대규모 공동주택단지와 대형 상업시설이 자리 잡은 노른자 땅 한 가운데에 축구장 16개에 달하는 면적의 공원이 들어서게 됐다.

대유평공원 곳곳에 식재된 수목. 사진 제공 = 수원시

◇문화가 함께하는 도심공원

이번에 개방된 2단계 공원은 1만7000㎡ 규모다. ㄴ자 모양으로 된 부지의 전면부에는 원형광장이 중심에 놓여 있다. 원형광장과 보행육교 사이 공간에는 워터스크린이 설치됐다. 수십개의 가는 물줄기가 배경을 만들어 내는 수경시설이다. 요즘 같은 여름에는 잠시나마 무더위를 잊을 수 있다. 야간에는 물줄기를 스크린 삼아 경관조명을 투영해 특별한 야경을 즐길 수 있다. 남북 방향이 시원하게 열려 1단계 구간과 이어지는 대유평공원 2단계 부분에는 느티나무, 계수나무, 팽나무 등을 가로수로 활용했다. 로비정원(메이플가든), 계수나무길, 대왕참나무그늘정원, 그라스가든 등 곳곳의 공간을 다양하게 구성해 거대한 정원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교목과 관목, 초화류를 다양하게 식재해 계절의 변화와 다채로운 색감을 보여주도록 구성한 것도 눈길을 끈다.

2단계 공원 아래에는 831면 규모 대규모 주차장이 조성돼 차량을 이용해 방문하는 시민들이 주차 걱정 없이 공원을 즐길 수 있다. 지하주차장은 대형 쇼핑몰과 연결되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공원 산책과 쇼핑을 함께 하기 편하다. 앞서 1단계로 먼저 조성된 공원 면적은 9만6000여㎡다. 지난 2021년 10월 공사를 마치고 개방됐다. 대각선으로 흐르는 부지 모양을 따라 중심부에는 나들마당, 생태연못, 생태계류 등을 만들었다. 주변부에는 숲속놀이터, 왕벚꽃길, 물가쉼터, 전망데크 등 다채로운 공간을 꾸며 도심 속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공원 중간부를 지나는 도로 위로는 둔덕을 조성해 공원의 연결성이 끊어지지 않도록 했다. 바람언덕과 지붕정원 등으로 명명된 공간으로 보행로가 연결되고, 다시 스테핑가든과 자작나무숲 등으로 이어져 공원의 주요 건축물인 111CM을 만날 수 있다. 2021년 11월1일 개관한 111CM은 옛 연초제조창 건물 일부를 살려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외관과 노동자들이 사용했던 세면장 자리 등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해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공원을 조감하는 탁 트인 시야가 자랑인 내부에는 라운지, 커뮤니티공간, 다목적실, 교육실 등이 마련돼 있다. 개관 이후 다양한 전시와 공연은 물론 시민들의 소소한 문화 활동이 이뤄지며 문화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대유평공원과 이어지는 숙지산 보행로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사진 제공 = 수원시

◇녹지보행축 연결로 더 길게 즐기는 힐링

대유평공원 전체 개방 이후 보행육교는 공원을 100% 즐기는 핵심 공간이 된다. 대유평공원과 숙지산을 연결하는 보행육교 덕에 단절됐던 주요 녹지축이 연결되고, 인근 주민들이 막힘 없이 공원과 녹지를 이용하며 효용을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곡선 형태로 만들어진 보행육교는 전체적으로 경사가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힘들지 않게 육교를 건너갈 수 있다. 폭이 넓고 평평해 자전거와 유모차 등의 통행도 가능하다. 육교 난간이 투명해 위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에도 막힘이 없다. 이 보행육교는 더 많은 주민들이 더 다양한 공원을 이용하는 기회를 만들어 낸다. 현재 화서역 오른편 행정구역은 동서를 가로지르는 수성로를 기준으로 남쪽으로는 화서2동, 북쪽으로는 정자2동으로 구분된다. 화서2동쪽에는 숙지공원이 대표적인 녹지공간이고, 정자2동쪽은 대유평공원이 있다. 보행육교는 두 공원을 하나의 공원처럼 이용할 수 있는 연결고리다. 보행육교 끝에서 울창한 숲길 또는 숙지산 주변 도로를 선택해 걸어가면 고즈넉한 화서다산도서관과 숙지공원을 만날 수 있다. 숙지공원부터 시작돼 대유평공원으로 이어지는 녹지는 더 길게 생명력을 뻗어간다. 대유평공원 북측이 서호천과 이어져 끊어지지 않는 녹지보행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서호천을 만나면 서호 방향으로 가거나 만석공원 방향 또는 광교산 방향까지 갈 수 있다. 걷기를 즐기는 시민들은 산과 공원, 하천까지 세 가지 매력을 느끼며 걸을 수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대유평공원이 지역을 상징하는 공원이자 나아가 수원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관리 운영에 많은 고민과 노력을 더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손대선 기자 sds11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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