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타도 테스형도 김도영도 못 피했다…꽃범호의 MZ야구? 독한야구, KIA 전반기 1위 숨은 원동력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꽃범호의 독한야구?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1981년생 MZ 사령탑이다. 기본적으로 ‘형님 리더십’을 표방한다. 야구에 진심인,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그 과정에서 실수가 나오거나 결과가 안 좋아도 기를 살려준다.
실책이나 본헤드 플레이도 장기레이스를 치르면서 어쩌다 할 수 있다는 게 이범호 감독의 생각이다. 실책과 본헤드 플레이를 하고 싶어서 하는 선수는 당연히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본을 망각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면 간과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알고 보면 간판스타 나성범도,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도, 심지어 올해 KBO리그 최고 ‘핫가이’ 김도영도 이범호 감독의 문책성 교체를 피하지 못했다. 이범호 감독은 문책성 교체를 좋아하지 않는 지도자다. 그게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때로는 선수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6월5일이었다.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 6회초 1사 2루서 우익수 나성범이 빅터 레이예스의 타구를 잡은 뒤 아웃카운트를 착각, 후속 플레이를 하지 않는 일이 있었다. 2루 주자 고승민이 리터치 후 3루를 돌아 홈까지 파고 들었다. 나성범의 느슨한 플레이에서 비롯한 일이었다. 아마도 공수교대로 착각한 듯했다. 그러자 이범호 감독은 나성범을 6회초 시작과 함께 교체했다.
바로 그 다음날인 6월6일 광주 롯데전서는 소크라테스가 문책성 교체를 당했다. 3회초 1사 3루서 박승욱의 타구가 자신의 머리 쪽으로 날아왔다.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타구를 잡지 못했다. 자신의 바로 옆에 뚝 떨어지면서 2루타가 됐다. 감독으로선 당연히 소위 말하는 ‘뚜껑 열릴’만한 상황이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이었다. 3회말 1사 1,2루서 삼성 데이비드 맥키넌이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동시에 1루 주자 강민호와 2루 주자 구자욱이 2루와 3루로 뛰기 시작했다. 포수 김태군이 3루수 김도영에게 공을 뿌렸다. 구자욱의 스타트가 빠르지 않았다. 2루와 3루에서 런다운에 걸릴 게 유력한 상황. KIA가 그대로 이닝을 끝낼 수 있는 찬스.
그러나 김도영은 구자욱 쪽으로 공을 들고 달려가다 돌연 1루수 서건창에게 송구, 1루에서 2루로 향하던 강민호를 겨냥했다. 서건창이 놀란 나머지 공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고, 그 사이 강민호도 구자욱도 2루와 3루를 점유했다. 3루에서 오버런한 구자욱이 3루와 홈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렸으나 미처 주로를 빠져나오지 못한 투수 제임스 네일에 몸을 들이받아 주루 방해를 얻어내 점수를 올렸다. 처음부터 구자욱에게 3루를 내준 김도영의 실수였다.
김도영은 그 다음 타석에서 홈런을 치고도 교체됐다.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이 홈런을 쳤음에도 반겨주지 않고 박기남 수비코치에게 강하게 얘기하는 모습이 중계방송 카메라에 향했다. 김도영으로선 수비의 중요성을 제대로 느낀 경기였다.
형님 리더십, 믿음의 야구를 표방하는 사령탑이 문책성 교체를 하니, 임팩트는 배가된다. 어지간해선 문책성 교체를 안 하는 사령탑이 문책성 교체를 하니 더더욱 세게 다가온다. 해당 선수는 말할 것도 없고, 팀 전체에 적절한 긴장감을 안기는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나아가 실책도 어느 정도 제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KIA는 팀 실책 87개로 압도적 1위다. 올해 최다실책 1위를 하더라도 무조건 후반기에는 실책 개수 자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실책으로 상대에 한 베이스를 추가로 내주면 경기흐름을 넘겨준다. 매 순간 승부처와도 같은 포스트시즌에선 더더욱 데미지가 크다. 꼭 감독의 문책성 교체를 피하기 위한 야구를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매 순간 야구의 기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MZ사령탑에게 어울리지 않는 문책성 교체에 의한 강한 메시지가 1위 수성이 위태롭던 팀을 바로잡는 효과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전반기 선두질주의 작은 원동력이 됐다고 풀이할 수 있다. 독한야구의 순기능이다.
사실 3일 대구 삼성전서는 캠 알드레드를 5회 2사에 빼기도 했다. 이 역시 평소의 이범호 감독에게 쉽게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투수교체는 확실히 한 템포 빠르게 하는 스타일이긴 해도 나쁘지 않은 투구를 하던 선발투수를 5회 2사에서 빼는 건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결국 그 경기를 잡았으니 이범호 감독의 독한 야구가 또 한번 통한 사례였다.
후반기는 순위다툼의 클라이맥스로 향한다. 감독의 선택 하나하나가 더 중요해지는 시기에 접어든다. 이범호 감독의 반전의 독한야구가 KIA의 1위 궤도 이탈을 막는 강력한 장치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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