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신조어 '○○플레이션'을 아십니까

윤유경 기자 2024. 7. 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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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 커피·초코·슈거·밀크플레이션…물가상승 원인은 '기후위기'
기업의 물가상승 대응 방법? '꼼수 대응' 뜻하는 슈링크·스킴플레이션
기후위기 대응 중장기적 대책 필요해…'먹거리는 기본권' 관점 필요성도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사진=Getty Images Bank

'기후플레이션', '커피플레이션' 등 최근 언론에선 특정 단어와 '플레이션'을 결합한 신조어가 눈에 띈다. 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줄임말로 물가 상승을 뜻하는데, 최근 이같은 신조어의 대다수가 기후위기로 발생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언론이 사용하는 신조어의 뜻을 알아보며 이상 기후로 인한 물가 인상이 본격화되고 있는 맥락을 알아보자.

커피·초코·슈거·밀크플레이션…주요 원인으로 '기후위기' 지목

기후(Climate)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은 기후변화로 식품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다양한 유형의 기후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각종 농산물의 생산량이 급감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나타내는 신조어다. 지난해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해당 신조어를 소개하기도 했는데, 기후위기는 전 세계 현실 물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변수고 작용하고 있다.

▲ BBC 'News Night' 방송 화면. BBC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기후위기'가 원인인 기후플레이션에 기반해 특정 식품의 이름을 붙인 '식품+플레이션' 신조어도 가지치기하듯 생겨났다. '초코플레이션'은 이상 기후로 인해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올라 초콜릿이 함유된 과자,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함께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적도 부근의 수온이 급등하는 현상을 뜻하는 '엘니뇨' 현상으로 세계 코코아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에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고 병충해가 발생하면서 코코아 생산량이 급감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지난해와 올해 코코아 생산이 직전 2년보다 11%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커피 원두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원두 가격이 급등한 '커피플레이션'(coffee+inflation) 현상도 발생했다. 마찬가지로 엘니뇨로 인한 가뭄, 폭염이 지속되면서 커피 원두의 주산지인 콜롬비아, 베트남 등의 커피농장이 큰 작황 부진을 겪게 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4월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에서 거래된 국제 로부스타 원두(인스턴트용 커피 원두) 가격은 전년 대비 70% 가까이 올랐다.

▲ 기후플레이션, 커피플레이션, 밀크플레이션 등의 신조어를 사용한 언론보도 제목 갈무리.

설탕 가격 상승으로 설탕을 원료로 하는 식품의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슈거플레이션'(sugar+inflation), 우유와 치즈·버터 등에 사용되는 원유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반적인 식품의 가격이 상승하는 '밀크플레이션'(milk+inflation)등의 주요 원인도 모두 기후 변화로 지목된다. 지중해 인근 국가들에 닥친 자연재해로 수확량이 줄어 올리브유 가격이 폭증했고, 이를 사용한 치킨·햄버거·피자 등 튀김 음식의 가격도 줄줄이 인상됐다. 최근 김밥 가격이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는 이유도 중국·일본 지역의 이상 기후와 적조 발생 등으로 원자재인 원초의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물가상승 대응 방법? 슈링크·스킴플레이션

국내에선 특히 사과 가격이 급등하면서 '애플레이션'(apple+inflation)이란 신조어가 쓰인다. 지난해부터 사과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배와 귤 같은 대체 과일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는데, 이로 인해 대체 과일 가격까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사과 가격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사과값이 상승한 주요 이유 또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다. 수년째 이어진 이상 기온과 잦은 폭우, 강수량 변동, 냉해가 사과 작황에 타격을 입혀 사과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기업은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을 택하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신조어로, 기업이 제품의 가격은 유지하면서 크기, 용량 등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러한 '꼼수 인상' 행위엔 소비자들이 크기 감소보다 가격 인상을 더 크게 느끼는 요인도 작용한다.

▲ SBS 친절한 경제

함께 쓰이는 신조어로는 가격과 용량은 그대로 두되, 값싼 원료를 사용해 제품 질을 떨어뜨리는 현상을 의미하는 '스킴플레이션'(skimp+inflation) 현상이 있다. 스킴프(skimp)는 '(음식·돈 등에) 인색하게 굴다'라는 뜻으로, 스킴플레이션은 슈링크플레이션보다 더 교묘한 꼼수로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가 심각해지자 최근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 '까르푸'는 가격 인하 없이 제품의 내용물이 적어졌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스티커를 제품에 부착했다. 롯데칠성음료가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 상승에 대응해 주스의 과즙 함량을 줄이거나 BBQ가 올리브유 가격이 오르면서 100% 올리브유에서 해바라기유 50%를 섞은 블렌딩 오일을 사용하는 식의 '스킴플레이션'도 국내에서 횡행하고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상품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가격 대비 용량이 줄어든 '슈링크플레이션' 상품은 33개로 확인됐는데 적게는 5.3% 많게는 27.3%까지 용량이 줄었다.

기후위기 대응 중장기적 대책 필요해…'먹거리는 기본권' 관점 필요성도

이상 기후로 인한 물가 상승 문제가 심각해지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이 제일 곤혹스러운 점은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이 높은 것은 기후변화가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라며 “불편한 진실인데, 농산물 고물가는 통화·재정 정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통화정책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물가 급등을 막을 수 없으므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본질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에선 농산물 수입 확대 정책으로 물가를 잡으려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선 근시안적 해법이라며 비판하는 의견이 공통적이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5월 기사 <기후플레이션 대응, '통화정책'으론 한계…해법은?>에서 정부의 수입 확대 정책이 “장기적으론 국내 재배 농가를 위축시키고 식량자급률을 낮출 수 있다”며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기후위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수입은 단기적 해법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입 중심의 먹거리 공급 체계 자체가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해미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프레시안'에 게재한 칼럼 <기후플레이션, 농산물 수입 확대가 답이 아니다>에서 “해외 농산물을 국내 농산물보다 값싸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농업을 통해 자연을 착취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팜유 플랜테이션의 경우 열대우림을 밀어내는 전환 과정에서만 1헥타르당 174톤의 탄소가 배출되고, 나아가 농사 과정에서 화학물질과 오폐수를 배출하며 인근 지역 주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알려진 지는 오래됐다”고 했다. 농산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농산물 포장과 원거리 운송에도 농산물 생산에 맞먹는 양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팜'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정부도 관련 사업에 힘을 싣고 있지만, 온실가스 절감 취지에 반하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마트팜은 비닐하우스, 유리온실 등에 4차 산업혁명기술을 접목해 작물의 생육환경을 관리하는 농장인데, 운영 과정에서 화석연료 등 상당량의 에너지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사진=Getty Images Bank

경향신문은 뉴스레터 '점선면' <사과, 비싼데 수입하면 안 될까?>에서 국제적 식량위기와 농산물 가격 파동에 대응하기 위해선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스레터에 따르면,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은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식량 생산량은 3~7% 줄어든다”며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 문제를 함께 다룰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론 식량 공급을 다변화하기 위해 해외에서 식량을 직접 생산하거나 수입국의 수를 늘리자고 제안했다. 반면, 윤병선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농업생산이 유지되지 않더라도 곡물을 해외에서 살 수 있는 돈만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익은 식량안보론은 경계해야 한다”며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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