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사자처럼 ‘갇혀’보았습니다…‘동물원’ 목적이 뭘까요?[댕냥구조대]

박지애 2024. 7. 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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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①]
‘한국판 생츄어리’ 청주동물원 탐방기
갈비뼈 사자 바람이가 새롭게 가족을 꾸리고
웅담채취용 사육곰이 배보이며 낮잠 자는 곳
늑대·스라소니가 산기슭을 거닐고
야생에서 구조 후 장애동물들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사람 : 영장류 중 가장 흔하게 널리 분포 돼 있는 종으로 동물원 다 보고 집에 가도 볼 수 있다. 엄마 말을 잘 안 듣는 특징이 있다.”

청주동물원에 마련된 사람 철장에 직접 갇혀 본 기자의 모습(사진=박지애 기자)
가족 혹은 친구, 연인과 동물원에 방문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물론 저도 있습니다. 하지만 놀러 갔던 그곳에서 마음 편하게 ‘놀며’ 돌아온 기억은 없습니다.

드넓은 초원을 누비다 비좁은 철장 안에 갇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된 채 생을 마감할 생명체를 보자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이날은 제가 직접 동물원에 갇혀 보았습니다. 갇힌 채 구경거리가 된 기분은 굳이 풀어 말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추측 가능한 감정이지만 경험하지 않으면 모를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청주동물원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볼 수 있는 수달들이 머무는 곳. 뒷편에는 실내 사육시설이 별도로 마련 돼 있다. 이날 수달은 숨어있어 볼 수 없었다. (사진=박지애 기자)
그나마 동물원에 갇혀 보니 조금이나마 이해가 갔습니다.

답답하다 못해 한이 맺혀 한 곳을 빙빙 돌며 정형 행동을 하는 실내 동물원 동물들과 돌고래들을.

또 지난해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탈출했던 얼룩말 세로, 앞서 2018년 대전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 뽀롱이까지도요. 뽀롱이는 안타깝게 탈출 후 사살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부경동물원에서 구조되기 전 갈비뼈사자로 불리던 ‘바람이’ 모습.
극한의 스트레스로 사육사를 죽인 동물들에 대한 소식도 잊을 만하면 등장하곤 합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 논란이 된 김해 부경동물원의 갈비뼈 사자도 있습니다. 햇빛이 안 들고 통풍이 안 되는 실내 철장에 갇혀 사료 급여를 제대로 못 받아 굶어 죽어가는 모습이 논란이 됐습니다.

다행히도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갈비뼈 사자 바람이는 ‘또 다른 동물원’으로 옮겨가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옮겨간 동물원은 좀 다른(?) 동물원입니다.

보행장애가 있는 미니말 ‘사라’는 갈비뼈사자 ‘바람이’와 함께 청주동물원으로 와 특별관리를 받고 있다.(사진=박지애 기자)
제가 이날 방문한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청주동물원은 1997년에 개원해 2014년 환경부에서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지정했으며 2021년부턴 천연기념물 동물치료소로 지정돼 운영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부터는 국내 첫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됐는데요, ‘거점동물원’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동물원 허가제와 함께 새롭게 도입된 지정 제도입니다.

거점동물원으로서 청주동물원의 역할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전시’를 주목적으로 운영하는 일반적인 동물원과는 달리 ‘동물 복지’에 더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토종 동물을 보존하고, 야생동물을 구조해 새 삶과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에 더 큰 방점이 찍힌 것입니다. 여기에다 자연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동물들에게는 훈련의 기회도 제공해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도합니다. ‘생츄어리’가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선 일종의 ‘한국판 생츄어리’인 셈입니다.

갈비뼈 사자 바람이가 머무는 실외 사육장 모습.(사진=박지애 기자)
청주동물원에 들어서자마자 나온 안내판에서 청주동물원은 현대사회에서 동물원의 역할을 “오랜 기간 동물들을 전시하는 시설로서 인식되어온 동물원은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오락적 공간에서 동물생태 연구 및 보전에 대한 교육 기능 등으로 역할이 확대됐다”며 “생물다양성과 종의 보존이 매우 중요한 환경적 과제로 떠 오른 상황에서 동물원은 생물다양성과 종의 보존을 위한 최후의 거점으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원이 이와 같이 역할을 정의하진 않고 있는 게 현실이죠.

활동량이 많은 스라소니와 한국늑대의 경우 특정 사육장이 아닌 위 아래로 통로를 만들어 실내와 실외 등 꽤나 넓은 반경을 돌아다닐 수 있게 해두었다. 스라소니는 보았지만 늑대는 이날 보지 못했다. (사진=박지애 기자)
청주동물원을 방문해보니 이것 하나 확실했습니다. 결코 사람 친화적인 구조가 아닌 동물 친화적인 구조라는 것.

평지의 포장길이 아닌 자연의 내음이 진동을 하며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구비 구비 이어진 등산로 같은 길. 그럼에도 일반적인 우리가 아는 동물원들 보다 청주동물원을 거니는 마음은 한결 가벼웠습니다.

이날 바람이를 보기 위해 열심히 오르막길을 올랐지만 바람이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바람이가 머무는 곳을 보니 또 한번 안심이 됐습니다.

이 외에도 호랑이나 스라노니 늑대, 여우 등 많은 야생 포식자들이 있는 이 청주동물원은 동물 각자의 습성에 맞도록 사육 환경을 조성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활동량이 많은 늑대와 스라소니를 그냥 철장에 가둬 두는 대신 실내 사육시설과 야생과 흡사한 야외 사육시설로 오갈 통로를 만들어 비교적 넓은 공간을 오갈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이곳에는 바람이 말고도 많은 사연을 가진 동물들이 구조돼 옵니다.

쓸개즙 등 웅담채취용 작은 철장에 갇혀 있던 반달곰들이 구조 돼 이곳 청주동물원에서 햇볕을 받으며 해먹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도 보였다.(사진=박지애 기쟈)
사육곰들이 구조돼 청주동물원에 오기까지 과정.
웅담채취 목적으로 곰농장에서 우리에 갇힌 채 사유 되어온 곰 세 마리가 이 곳 청주동물원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통과된 야생생물법으로 인해 이제 곰 사육은 금지됐지만 기존에 사육되던 곰 320여 마리의 거처가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청주동물원을 걷다 보면 다른 동물원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자연방사 훈련장입니다.

이 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방사 훈련장으로 주로 새들이 자연에 방사되기 전 비행이나 사냥 등을 연습하도록 훈련하는 데 활용됩니다.

야생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동물들을 훈련시키는 자연방사 훈련장. 사람들이 가까이 갈 순 없지만, 망원경으로 관람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 돼 있다.(사진=박지애 기자)
이 외에도 청주동물원을 거닐다 보면 염소, 돼지, 토끼들 조차도 여느 농장보다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머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술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생츄어리가 없는 현실입니다.

땅이 좁은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동물복지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이 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모든 동물원을 없애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동물원들이 청주동물원과 같이 ‘전시’만이 목적이 아닌 ‘생태교육’과 ‘다양한 종 보전’이라는 목적을 함께 수행해나가기 위해 조금만 더 생각을 전환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박지애 (pja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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