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사자처럼 ‘갇혀’보았습니다…‘동물원’ 목적이 뭘까요?[댕냥구조대]
‘한국판 생츄어리’ 청주동물원 탐방기
갈비뼈 사자 바람이가 새롭게 가족을 꾸리고
웅담채취용 사육곰이 배보이며 낮잠 자는 곳
늑대·스라소니가 산기슭을 거닐고
야생에서 구조 후 장애동물들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사람 : 영장류 중 가장 흔하게 널리 분포 돼 있는 종으로 동물원 다 보고 집에 가도 볼 수 있다. 엄마 말을 잘 안 듣는 특징이 있다.”
드넓은 초원을 누비다 비좁은 철장 안에 갇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된 채 생을 마감할 생명체를 보자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이날은 제가 직접 동물원에 갇혀 보았습니다. 갇힌 채 구경거리가 된 기분은 굳이 풀어 말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추측 가능한 감정이지만 경험하지 않으면 모를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답답하다 못해 한이 맺혀 한 곳을 빙빙 돌며 정형 행동을 하는 실내 동물원 동물들과 돌고래들을.
또 지난해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탈출했던 얼룩말 세로, 앞서 2018년 대전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 뽀롱이까지도요. 뽀롱이는 안타깝게 탈출 후 사살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 논란이 된 김해 부경동물원의 갈비뼈 사자도 있습니다. 햇빛이 안 들고 통풍이 안 되는 실내 철장에 갇혀 사료 급여를 제대로 못 받아 굶어 죽어가는 모습이 논란이 됐습니다.
다행히도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갈비뼈 사자 바람이는 ‘또 다른 동물원’으로 옮겨가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옮겨간 동물원은 좀 다른(?) 동물원입니다.
그리고 지난 5월부터는 국내 첫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됐는데요, ‘거점동물원’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동물원 허가제와 함께 새롭게 도입된 지정 제도입니다.
거점동물원으로서 청주동물원의 역할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전시’를 주목적으로 운영하는 일반적인 동물원과는 달리 ‘동물 복지’에 더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토종 동물을 보존하고, 야생동물을 구조해 새 삶과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에 더 큰 방점이 찍힌 것입니다. 여기에다 자연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동물들에게는 훈련의 기회도 제공해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도합니다. ‘생츄어리’가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선 일종의 ‘한국판 생츄어리’인 셈입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원이 이와 같이 역할을 정의하진 않고 있는 게 현실이죠.
평지의 포장길이 아닌 자연의 내음이 진동을 하며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구비 구비 이어진 등산로 같은 길. 그럼에도 일반적인 우리가 아는 동물원들 보다 청주동물원을 거니는 마음은 한결 가벼웠습니다.
이날 바람이를 보기 위해 열심히 오르막길을 올랐지만 바람이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바람이가 머무는 곳을 보니 또 한번 안심이 됐습니다.
이 외에도 호랑이나 스라노니 늑대, 여우 등 많은 야생 포식자들이 있는 이 청주동물원은 동물 각자의 습성에 맞도록 사육 환경을 조성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활동량이 많은 늑대와 스라소니를 그냥 철장에 가둬 두는 대신 실내 사육시설과 야생과 흡사한 야외 사육시설로 오갈 통로를 만들어 비교적 넓은 공간을 오갈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이곳에는 바람이 말고도 많은 사연을 가진 동물들이 구조돼 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통과된 야생생물법으로 인해 이제 곰 사육은 금지됐지만 기존에 사육되던 곰 320여 마리의 거처가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청주동물원을 걷다 보면 다른 동물원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자연방사 훈련장입니다.
이 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방사 훈련장으로 주로 새들이 자연에 방사되기 전 비행이나 사냥 등을 연습하도록 훈련하는 데 활용됩니다.
전술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생츄어리가 없는 현실입니다.
땅이 좁은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동물복지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이 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모든 동물원을 없애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동물원들이 청주동물원과 같이 ‘전시’만이 목적이 아닌 ‘생태교육’과 ‘다양한 종 보전’이라는 목적을 함께 수행해나가기 위해 조금만 더 생각을 전환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박지애 (pja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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