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남북 청소년이 함께…화합의 축구교실
[앵커]
2002년 9월,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통일축구경기'의 모습입니다.
치열한 경기 중에도 상대 선수가 넘어지면 일으켜주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요.
승부를 떠나 한민족의 동질감을 확인했던 경기로 오랜 시간 회자됐었죠.
이처럼 스포츠는 정치와 이념을 초월해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요.
언젠가 이 같은 장면이 다시 연출되기를 기대하듯이, 탈북민 자녀들과 남측 청소년들이 함께 하는 일일 축구 교실이 열렸습니다.
청소년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화합을 꿈꾸며 축구로 하나 된 현장을 <통일로 미래로>에서 함께했습니다.
[리포트]
푸른 축구장에서 열띤 경기가 펼쳐집니다.
뺏고 뺏기는 공 쟁탈전이 벌어지고, 전력 질주 끝에 날린 슈팅이 그대로 골망을 가릅니다.
함께 뛰는 선수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녹음이 짙어진 경기도 연천군에 버스 한 대가 도착합니다.
["안녕하세요."]
유니폼을 맞춰 입고, 경기장으로 향하는 청소년들.
모두가 대안학교의 학생들입니다.
[김일권/하늘꿈중고등학교 교사 : "저희 학교는 북한이탈주민과 북한이탈주민의 자녀가 오는 학교입니다."]
학생들은 남다른 기대감으로 이곳을 찾았다고 하는데요.
[문서현하늘꿈중고등학교 학생 : "축구 많이 봤는데, 축구 좋아해요. (축구 좋아해서 오늘 여기 왔구나?) 네. (오늘 이길 자신 있나요?) 네. (파이팅!) 파이팅!"]
축구장에는 연천 지역 청소년 축구선수들이 새로운 동료들을 마중 나왔습니다.
미리 준비한 세리머니도 선보입니다.
[최원혁 선수 뛰어가다 슛, 골!"]
여기엔 남북 화합의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최원혁/연천FC U-15 선수 : "(북한이) 땅은 제일 가깝지만 조금 멀리 있는 것 같아서 오늘 다 같이 모여서 축구하는 계기로 조금 더 친해졌으면 좋겠고 골 넣고 세리머니까지 하는 게 가장 기대되는 것 같아요."]
이어진 첫 만남의 순간.
서로에게 어색한 발걸음으로 다가가 인사를 나눕니다.
14살 동갑내기인 태민이와 시우도 쑥스러움을 숨기지 못하는데요.
[김태민/연천FC U-15 선수 : "(뭐가 이렇게 부끄러워요.) 어색해서요."]
한 팀이 될 두 친구는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까요.
[이시우/하늘꿈중고등학교 학생 : "(오늘 어떤 스킬(기술)을 배우고 싶어요?) 저는 킥(발로 차는 기술)이요. (서로 책임져주는 건가요?) 네! (한 팀으로서?) 네!"]
이날 축구 교실은 탈북민 대안학교 학생들 연천 FC 청소년 선수들이 화합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됐습니다.
[고영환/국립통일교육원장 : "남북 청소년들이 같이 축구를 하면서 여기서 화합하는 여기서 오늘 작은 통일이 이뤄진다는 걸 봤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들은 축구공을 주고받으며,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가고 있었는데요.
태어난 곳이 조금 다를지 몰라도 오늘만큼은 축구라는 공감대를 통해서 넓은 운동장에서 함께 내달리면서 소중한 추억을 쌓고 있습니다.
훈련과 게임으로 어색함을 극복해 나가는 학생들.
연천 FC 청소년 선수들은 수준급 기량을 자랑했는데요.
이들에게 공 다루는 요령을 배워 보기도 하고.
[이동윤/연천FC U-15 선수 : "잘하네. 컨트롤(공 조절) 할 때 인사이드(발 안쪽)로 힘 빼고 하면 더 컨트롤이 잘 돼."]
훈련 틈틈이, 수줍게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는 축구선수 있어?) 김민재."]
오늘 처음으로 축구를 배워 본다는 예나에겐 어떤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었을까요.
[이예나/하늘꿈중고등학교 학생 : "남한 학생들과 같이 어울려서 축구를 하면서 더 친해질 수 있는 경험이 된 것 같아서 좋은 것 같아요."]
이제 훈련의 막바지.
친선경기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미래팀, 파이팅!"]
김창준 코치의 설명에 다들 귀를 기울이는데요.
["양쪽은 사이드, 공격도 해주고 수비도 해주고 알았지?"]
11살에 탈북한 김 코치는 축구가 교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김창준/축구 코치 : "말투도 달랐고 모든 게 달랐었는데 그런 친구들 속에서 제가 친구들이랑 더 교류할 수 있었던 건 축구인 것 같아요. 축구를 통해서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줬고 또 축구를 통해서 제가 꿈을 더 크게 가졌던 것 같고…."]
본격적인 우정의 대결이 시작됐습니다.
전후반 각각 15분의 시간이 주어졌는데요.
현란한 발놀림으로 공을 움직이고, 격렬한 몸싸움도 불사하는 선수들.
["(학생들 보니까 어떠신가요?) 포지션(위치)도 잘 서 있고 그래서 너무 보기 좋은 것 같아요."]
청소년 축구선수와 대안학교 학생들이 각각 절반씩 구성된 통일팀과 미래팀이 전력을 다해 맞붙습니다.
["비교적 짧은 시간이어서 골을 빨리 만들어 내야 하는 게 관건일 것 같은데 과연 어떤 팀이 승리할지 함께 지켜보자고요."]
지켜보는 선수들과 관중들도 열띤 응원을 이어갑니다.
["통일팀 이겨라!"]
미래팀에서 한 골이 터지며 1대 0으로 끝난 전반전.
경기를 뛰며 부쩍 가까워진 청소년들은 서로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발이 아픈 친구에겐 축구화를 빌려주기도 하며, 우정을 꽃 피워 나갔는데요.
["이거 신을래? 나는 여분이 있어서. (고마워.) 맞는 것 같아? (딱 맞는데.)"]
[문서현/하늘꿈중고등학교 학생 : "(오늘 축구 같이 훈련했잖아요.누가 제일 잘하는 것 같아요?) 이 친구 너무 잘하는 것 같아요."]
[최원혁/연천FC U-15 선수 : "(같이 해보니 어땠어요?) 새로운 친구들이랑 잘해서 좋았어요. 후반전도 같이 잘 뛰어서 한 골 넣어보자. 파이팅!"]
3대 0, 미래팀의 승리로 마무리 지은 경기.
승부를 떠나, 축구로 하나 된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감동을 안겼는데요.
[김경환/연천FC U-15 감독 : "골 넣었을 때 같이 (함께) 세리머니도 할 수 있는 걸 보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축구로) 통일 될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또 마련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축구공을 주고받으며 흘린 땀만큼 여기 모인 청소년들은 부쩍 가까워진 듯한데요.
이들은 어떤 꿈을 꾸고 또 어떤 통일을 기대하고 있을까요.
축구 경기를 마친 청소년들이 함께 특별한 여행을 떠난다고 하는데요.
기차에 올라탄 청소년들이 VR 기기를 활용해 전쟁과 분단의 순간부터 통일된 미래 한반도를 둘러봅니다.
["(뭐가 보여요?) 금강산이 보여요."]
첫 만남의 어색함은 벌써 잊은 모습입니다.
연락처를 교환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기도 하는데요.
[이동윤/연천FC U-15 선수 : "(번호 왜 물어봤어요?) 오늘 축구했는데 너무 아쉬워서 다음에 메시지 보내려고 번호 땄어요."]
[이시우/하늘꿈중고등학교 학생 : "(친구에게 연락 오면 답장해 줄 건가요?) 네, 다음에 같이 축구 하자고."]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며, 하나 된 한반도 축구팀의 미래를 꿈꿔 봅니다.
[박민한/연천FC U-15 선수 : "통일이 돼서 북한과 한국이 같은 팀으로 월드컵을 나가서 우승 트로피를 한번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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