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조현문, 화해 제안…효성家 싸움 끝날까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형제의 난'을 일으키며 친형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과 갈등을 빚어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부친인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으로부터 받은 상속재산 일체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조 전 부사장은 또 "형제간 갈등을 끝내고 화해하고 싶다"면서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향후 계열 분리와 지분 정리 등의 과정에서 잡음이 나올 수 있고 형제간 법정 다툼도 진행되고 있어 완전한 갈등 봉합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상속재산 전액 사회 환원 선언
이어 "국가와 사회에 쓰임 받는 선례를 만들고자 한다"며 "공동 상속인(조현준 회장, 조현상 부회장)도 협조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조 전 부사장이 지난 3월 별세한 조석래 명예회장이 남긴 유언장에 따라 받을 상속재산은 효성티앤씨 지분 3.37%, 효성중공업 지분 1.50%, 효성화학 지분 1.26% 등이다.
조 전 부사장이 이들 재산을 공익재단에 출연하면 상속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다만 조 명예회장 상속인들은 별세 후 6개월 후인 9월 말까지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그전에 공익재단 설립 작업도 끝내야 한다. 공동상속인의 협조가 꼭 필요한 이유다.
조 전 부사장은 "선친 유지를 받들어 지금까지 이어진 형제간 갈등을 종결하고 화해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계열 분리를 통한 독립 경영 입장을 내비쳤다.
여전한 갈등의 불씨
조 전 부사장도 이날 "효성이 저의 진심 어린 요청을 거절하고 시간만 끈다면 어쩔 수 없이 제가 주어진 모든 법적 권리 포함해 저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며 법적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선친의 유언대로 형제간 화해를 원하지만, 상속인의 한 사람으로서 합당한 상속이 이뤄지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그동안 행보와 계열 분리 요구 모두 '경영권 분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효성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거래법상 계열 분리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동륭실업, 신동진,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효성토요타, 효성티앤에스, 더클래스효성 등 효성그룹 비상장사 지분 일부를 쥐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재호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는 "분명한 것은 효성의 계열사 몇 개를 떼 달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조현문 전 부사장이 보유한 지분이 좀 있고, 같은 회사에 형제들의 지분이 들어와 있다"며 "공정거래법상 계열 분리 요건에 맞게 결정해야 하는데, (조 전 부사장이 가지고 있는) 비상장사 지분을 사고팔기 위해 형제들의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거래법상 계열 분리 요건을 맞추려면 지분 정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비상장 법인 지분 정리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다는 얘기다.
조 전 부사장의 계열 분리와 지분 정리 요구에 대해 효성그룹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과 다른 두 형제간 감정의 골이 깊어, 각자 평화롭게 사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법적 분쟁을 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석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아버지의 유훈을 받들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조현준 회장 등) 가족들은 말로만이 아닌 진정성을 갖고, 가족 간에 평화와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10년 전 시작된 싸움
장남 조현준 효성 회장, 삼남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보다 경영에 늦게 참여한 조 전 부사장이 경영 승계 구도에서 밀려나면서 '형제의 난'을 촉발했다.
이듬해 조 전 부사장은 형인 조현준 회장과 주요 임원진을 대상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여기에 2017년에는 조현준 회장이 자신을 협박했다며 조 전 부사장을 강요 미수로 혐의하는 등 수년간 법정 분쟁을 통해 진통을 겪었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은 보유했던 그룹 내 지분을 모두 처분한 뒤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 가족과 연을 끊은 뒤 싱가포르에 체류하며 사업체를 운영해 왔다.
가족과의 불화는 아버지인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서도 나타났다.
조 전 부사장은 유족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며, 발인식과 입관식 등 5일간의 장례 과정에도 가족과 함께하지 않았다. 조문객으로 빈소를 찾아 5분여간 머무른 것이 전부였다.
현재 조 명예회장이 남긴 지분 중 장남인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은 상속을 완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esu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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