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초유의 극한 대립…'협치' 열쇠는 尹 손에 [여의뷰]

김주훈 2024. 7.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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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국회 일정 마비에도 '네탓 공방' 열중
7월 국회도 곳곳에 '뇌관'…의사일정 정상화 '불투명'
"국민 등쳐먹는 고래 싸움 멈춰라"…군소정당 아우성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채해병 특검법' 관련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 표결 중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말다툼을 하고 있다. 2024.07.04.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채상병 특검법'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자, 국회는 사상 초유의 대립 국면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특검을 둘러싼 충돌 여파로 결국 22대 국회 개원식의 무기한 연기는 물론, 교섭단체 대표연설까지 취소됐다. 갈등의 원인이자 유일한 해소 열쇠를 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당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국회 전반에 미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일방적 입법 강행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당초 5일 예정된 국회 개원식에 자당의 불참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불참도 요청했다. 반쪽 개원식 우려에 결국 국회의장실은 개원식을 무기한 연기하는 사태로 치달았다.

더욱이 오는 8·9일 이틀간 진행될 예정이던 '교섭단체 대표연설'도 무산됐다. 배준영 국민의힘·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예정된 교섭단체대표 연설은 안 하기로 여야 수석 간 합의했다"고 밝혔다. 22대 국회 첫 대정부 질문도 첫날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막말 논란에 '경제와 교육·사회·문화 분야'는 진행조차 이뤄지지 않는 등 국회 모든 일정이 마비된 상태다.

사실상 여야 관계는 원구성 협상이 마무리된 지난달 24일 이전 갈등 국면 상황으로 되돌아 갔다. 당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을 통해 원구성 배분 갈등을 해소하고,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이번에 취소된 개원식과 교섭단체 대표연설도 이 회동에서 합의된 일정이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결정적 요인은 '채상병 특검법'이다. 채상병 순직 사건을 두고 정부여당은 수사당국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야당은 특검법을 통한 진상규명 필요성 입장을 고수하는 등 엇갈린 입장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과반 의석을 확보한 야당은 특검법 관철을 위해 대정부 질문이 열리는 본회의에서 법안 상정을 강행했고,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통해 최후의 저항에 나섰지만 처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서 여당은 의장석 앞으로 찾아가 우원식 의장과 대치를 벌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채해병 특검법' 관련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중단하는 표결을 진행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7.04. [사진=뉴시스]

정치권에선 22대 개원식이 1987년 개헌 이후 최장기간 지연 기록인 21대 개원식(7월 16일)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2 특별검사(채상병·김건희)·4 국정조사(채상병·양평고속도로·방송장악·동해유전개발)' 기조하에서 당론 1호 법안으로 채택한 민생회복지원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쟁점 법안 추진을 벼르고 있다. 이들 법안과 국정조사 모두 정부여당이 난색을 보이며 반대하는 사안이다. 더욱이 정부로 이송된 '채상병 특검법'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가능성이 높은 탓에 여야 갈등이 더욱 고조될 분수령으로 꼽히고 있다. 결국 이번 7월 임시국회 곳곳에 소위 뇌관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쉽게 의사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여야는 국회 파행의 책임론을 상대당에 돌리며 '네 탓 공방'에만 열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6월 임시국회에서 의결하겠다고 수도 없이 공언했는데, 그걸 몰라서 의사일정에 합의했나"며 "국회를 보이콧 하는 여당의 무책임하고 답 없는 행태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난했다. 반면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생은 나 몰라라 하면서 '정쟁유발·발목잡기·소수탄압·탄핵몰이'에 골몰하고 있는 민주당에 경고한다"며 "이성을 되찾고 정치 본연의 자세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폭주와 오만의 종착점은 결국 민심의 심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압박했다.

거대 정당의 '샅바 싸움'을 바라보는 군소정당 일부에선 "최악의 국회라는 표현도 아까운 '극악의' 22대 국회"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사실상 비교섭단체 입장에선 교섭단체를 이루고 있는 거대 정당(국민의힘·민주당)의 의사일정 합의에 따라 당의 입법 방향성 설정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야6당 원내대표 모임에서 "국민은 극단적인 대립의 본회의를 하고 오늘 국회 개원식까지 연기된 상황을 보면서 '거대 양당'만 교섭단체를 이루고 있는 현실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가지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국진 부대변인은 "방탄에만 심혈을 기울이는 악당(민주당), 몸집만 큰 금쪽이(국민의힘) 사이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의정활동이 막힌 저희 당만이 아닌, 국민 민생 역시 그렇다"며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국민 등쳐먹는 양당 고래 싸움을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채해병 특검법' 관련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중단하는 표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2024.07.04.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간 충돌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더욱이 여야 갈등의 본질적인 원인은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로부터 발생한 만큼, 대통령의 국정 기조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치 국면은 오는 2027년 3월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 한 여야 갈등은 지속될 것 같다"며 "대통령의 국정 기조 변화 여부에 따라 여야 갈등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더욱 우려스러운 일이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통령이 협치 할 생각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는 탓에 지난 임기 동안 했던 갈등이 무한반복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국정기조 전환이 최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차기 대선까지 여야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대통령이 여든 야든 존중하지 않는 모습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고, 국정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탓에 야당으로서도 협조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다수당인 야당의 탓으로 모든 것을 돌리는 것은 어렵고,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고 봐야 한다"며 "대통령이 변해야 하지만, 여기서 야당에 밀리면 레임덕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국정 기조 변화 의지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우려했다.

'뷰'가 좋은 정치뉴스, 여의뷰! [사진=아이뉴스24 DB]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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