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오송 참사’ 두렵지 않나…작년 여름 무너진 지방하천 절반이 복구 안 돼
(시사저널=충북 청주=정윤경 기자)
2023년 여름은 대한민국의 악몽으로 기록됐다. 한반도를 강타한 집중호우로 5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40여 명이 다쳤으며 2만여 명이 집을 떠나 대피했다. 6월부터 석 달간 전국 강수량은 660.2㎜. 성인 여성 기준 허벅지 절반까지 물이 차오른 셈이다. 1973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2006년, 2020년에 이어 역대 3위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오송 참사'도 이때 일어났다. 순식간에 쏟아진 물폭탄은 지하차도를 덮쳤고 시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참사는 무려 1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기존 제방을 허물고 허술하게 지은 임시제방이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참변을 초래했다. 그해 장마철, 전국 지방하천 10곳 중 1곳꼴로 제방이 터졌다.
다시 장마의 계절이 왔다. 1년 전 제방이 무너진 하천은 튼튼하게 정비됐을까. 2024년 여름은 오송 참사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을까. 시사저널은 지난해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지방하천이 올해 얼마나 복구됐는지 환경부로부터 관련 자료를 입수해 살펴봤다.
경북도, 무너진 하천 10곳 중 2곳만 복구
환경부의 '지방하천 피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지방하천 3776곳 중 372곳의 제방이 집중호우로 터졌다. 올해 6월27일 기준 복구가 완료된 곳은 181곳(48.6%)에 불과했다. 이미 장맛비가 시작됐는데도 하천 복구율은 절반이 채 안 된다는 얘기다.
지역별로 보면 경북도의 복구 속도가 가장 더뎠다. 경북도는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112곳의 하천이 피해를 보았다. 그런데 이 중 23곳(20%)밖에 복구가 안 됐다. 지난해 여름 경북에서만 집중호우로 20여 명의 실종자와 사망자가 나왔다. 고(故) 채 상병도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폭우로 인한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숨졌다.
이 외에도 △충남 77곳 △전북 13곳 △충북 11곳 △세종시 1곳의 하천이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언급하지 않은 곳은 집중호우로 인한 하천 피해가 없었던 지역이다.
올해 장마가 이미 시작된 만큼 복구 시기가 한발 늦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평년 장마 시기는 제주도 6월19일(평균 강수량 348.7mm), 남부 지방 23일(341.1mm), 중부 지방 25일(378.3mm)이다. 지난 주말에는 제주도에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남부 지방에서도 시간당 50mm가 넘는 물폭탄으로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올여름은 평년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천 범람으로 인한 피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제2의 오송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제방 복구가 안 된 곳은 적은 양의 비만 내려도 농작물 피해 등 침수 위험이 있다"면서 "하천에 인접한 마을이 잠겨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예비비를 활용하는 등 지방하천 복구 사업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천은 안전사고 위험이 큰 만큼 장기간에 걸쳐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만약 내년도 예산으로 넘어가게 되면 상반기 내 하천을 원상복구하기가 쉽지 않아진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일단 제방이 한번 무너지면 이를 복구하는 게 자동차 부품 고치듯이 쉽게 손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중장기 사업이 필요하다"면서 "설상가상으로 여름철 폭우 기간에는 공사가 중단된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사업 진행이 어렵다면 '응급 복구'라도 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시각이다. 문 부회장은 "당장의 피해만이라도 막을 수 있도록 제방을 점검하는 등 응급처치를 해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천 정비와 같은 안전사업은 지자체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예산 편성이 자치단체장 임기 내 완수할 수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하천 정비가 관심 밖 사업으로 내몰린다는 것이다. 정부가 돈을 대는 국가하천과 달리 지방하천은 복구 비용을 정부가 50%, 지자체가 50%로 나눠서 부담한다. 오송 참사가 발생한 미호강은 국가하천으로 임시제방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방하천 정비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 및 구청장이 관장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안전제일'을 그렇게 많이 외쳐도 안전에 관한 사업은 지자체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재해가 일어나지 않으면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안전불감증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부 지자체장은) 경로당을 신설한다거나 복지 급여를 주는 것처럼 가시적인 성과에 매몰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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