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접어야 해?"…아직 풀지 못한 '폴더블폰'의 숙제
[편집자주] 삼성전자에게 2024년은 빼앗긴 스마트폰 왕좌를 되찾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는 애플에 내줬던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자리를 최초의 AI폰 갤럭시 S24 시리즈로 재탈환했다. 하반기에는 중국에 뺏겼던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 1위를 다시 뺏어올 차례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맞춤형 생성형 AI(인공지능) 기능까지 탑재했다. 삼성이 폴더블폰과 AI폰이라는 두 혁신을 어떻게 접목했는지 살펴본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폴더블폰' 폼팩터는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 시장의 가장 주목할만한 혁신이었다. 하지만 2019년 첫 작품인 '갤럭시 폴드' 출시 후 5년이 흘렀음에도, 스마트폰의 주류 폼팩터는 여전히 '바(bar)' 형태다. 또 많은 이들은 계속해서 '왜 접어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1780만대로 예상된다. 연간 출하량이 1000만대를 밑돌았던 2021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80% 가량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트렌드포스는 올해 폴더블폰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갤럭시Z로 폼팩터 혁신을 이끈 삼성마저도 주력은 폴더블폰이 아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Z 시리즈 출하량은 갤럭시S 시리즈의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출하량 기준으로 S 시리즈를 뛰어넘는 A 시리즈 등 중저가 모델을 더하면, 삼성의 폴더블폰 판매 비중은 더욱 작아진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내놓은 이유는 명확하다. 사용자들이 화면은 넓으면서도 크기는 작은 스마트폰을 원해서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기존 바 형태 스마트폰의 테두리를 줄이고 전면 버튼을 없애면서 화면을 점점 더 크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만족하지 못했고, 삼성은 폴더블폰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처음부터 환영받진 못했다. 2019년 삼성이 첫 번째 갤럭시 폴드를 내놓자, 월스트리저널 한 기자는 "갤럭시 폴드에 소시지를 끼워 드시라"며 조롱했다. 2020년 삼성전자가 갤럭시Z 플립을 내놓으면서 조금씩 반응이 달라졌다. 차별화된 디자인에 젊은 여성 소비자 중심으로 호응했고, 후속작들도 흥행했다. '갤럭시=아재폰' 이미지의 해소에도 기여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2022년 하반기 언팩 당시 "폴더블폰이 니치마켓(틈새시장)이 아닌 메인스트림(주류)으로 갈 것이란 확신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 제조사들에 이어 구글까지 지난해 '픽셀 폴드'를 출시했다.
그럼에도 폴더블폰은 노 사장의 기대와 달리 '메인스트림'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특히 오랜 시간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1위를 다퉈 온 애플은 요지부동이다. '폴더블 아이폰'은 수년째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트렌드포스는 "애플이 여전히 부품 사양과 성능을 평가한다"며 "2027년 이전에 폴더블 아이폰을 출시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폴더블폰이 '한때의 유행'으로 흘러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갖가지 새로운 폼팩터를 시도하고 있어서다. 모토로라는 올해 초 열린 'MWC 2024'에서 직물 소재로 제작한 '밴더블(Bandable)' 스마트폰 시제품을 선보였다. 몸에 달라붙은 휘어지는 형태의 스마트폰으로, 모토로라는 내년 양산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성형AI(인공지능) 서비스가 본격 상용화되면서 바 또는 폴드 형태의 스마트폰이 소멸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화로 모든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생성형AI 특성에 맞는 직관적이고 편리한 단말기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옷핀처럼 몸에 다는 AI, 귀에 꽂거나 안경으로 쓰는 AI 등 수많은 시도가 진행중이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최고경영자)는 MWC 2024 기조연설에서 "5년 후에도 스마트폰이 AI를 구현하는 가장 완벽한 기기일까? 사용자가 처한 상황을 파악해 일상생활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더 놀라운 기기가 발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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