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김희애 "설경구와 세 번의 작품, 나에게 설경구는 행운이다" [인터뷰M]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에서 '박동호'를 막고 더 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정치 전쟁 속으로 뛰어든 '정수진'을 연기한 김희애를 만났다. '정수진'은 세상을 바꾸고 싶어 정치를 시작했지만, 권력의 유혹 앞에 무너져 결국 대통령과 함께 부패의 고리 속으로 걸어 들어간 인물이다.
권력 3부작을 써내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박경수 작가의 작품인 '돌풍'에 대해 김희애는 "너무 설레고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 너무나 작업하고 싶었던 작가였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싶더라. 그 전의 작품도 항상 재미있었지만 이번 대본을 읽는데 전작을 뛰어넘는 깊이감과 복잡한 감정이 밀려오더라. 경이롭고 너무 좋은 이야기였다. 정수진 캐릭터도 너무 매력적이었다"라고 이야기하며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며 강조했다.
박경수 작가에게 직접 정수진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는 김희애는 "그런데 전혀 노코멘트하시고 저에게 맡겨 주시더라. 너무 설명이 듣고 싶었다. 정수진에 대해 내가 누구와 대화를 할 수 있겠나. 가장 잘 아시는 분이 작가이기에 같이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전혀 알려주 시 않으셨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김희애는 정수진이라는 인물을 시청자의 입장에서 받아들이며 해석했고 그 해석을 시청자와 교감하며 찬사를 불러일으켰다. "처음에는 박동호를 괴롭히는 악당으로만 생각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이 사람은 악당이 아니라 시대가 낳은 피해자인 것 같더라. 누구나 그런 상황이 되면 괴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불쌍한 인간이었고 그래서 정이 갔다. 감독님은 '박동호는 위험한 신념, 정수진은 타락한 신념'이라고 하셨지만 제가 볼 때 이 사람은 정의로왔던 여자다. 돈이나 명예를 바란게 아니라 정의감을 갖고 있던 소녀였는데 시대가 이 여자를 괴물로 만들었다."며 캐릭터를 설명했다.
작품 속에서 김희애는 설경구와 엄청난 대치를 펼쳤다. 서로 판세를 뒤엎으며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쟁을 하며 연기로 팽팽한 긴장감을 안겼다. 김희애는 "정수진은 마음속으로 박동호를 이상적인 인물로 생각했을 거다. 남편에게도 박동호처럼 됐어야 한다며 싸울 정도다. 박동호를 존경하는 인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며 상대 역할에 대한 속마음을 고백했다.
그러며 "그런데 11회에서 정수진이 박동호를 죽이려고 하나보다 했는데 갑자기 박동호가 떨어져서 깜짝 놀랐다. 여기까지 가는구나 싶고 독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두 인물의 결말에 대해 이야기했다.
함께 연기한 설경구는 이번이 첫 시리즈 출연이었다. 영화에서는 베테랑이지만 시리즈물에서는 신인인 설경구에게 선배로서 조언이나 리드를 해주신 게 있냐는 질문에 "걱정은 좀 되더라. 현장이 편하신지, 어려움은 없으신지 궁금했는데 직접 물어보면 좋다고 하지 힘들다고 하겠나. 그래서 주변 분들에게 설경구 씨가 어떻게 느끼시는지를 많이 물어봤다."며 연기 파트너를 어떻게 챙겼는지를 알렸다.
김희애는 설경구에게 이 작품의 대본을 보여주며 제안을 하기도 했다. "'보통의 가족' 영화 촬영의 마지막 날 다음 작품 뭐 잡혔냐 물었더니 차기작이 없다며 놀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매니저와 "그분 일 없으시대. 한번 제안해 보면 어떨까?" 해서 대본을 드렸다. 그렇게 전달은 했지만 대본이 재미없었으면 하셨겠나."라며 자신이 제안해서가 아니라 대본이 좋아서 설경구가 함께 하게 되었다고 에둘렀다.
설경구와 벌써 세 번째 작품을 하고 있는 김희애는 "우리 일은 정말 인연이 안되면 평생을 못 만나보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그런데 설경구와 이렇게 연달아 같은 작품을 한다든 건 대단한 인연이다. 그리고 세 번이나 같이 하게 된 건 나에게 행운이다. 설경구와 일 하는 걸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며 설경구와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희애는 설경구뿐 아니라 김영민과도 두 번째 호흡인데 "너무 성실하고 매력적인 분이다. 연기도 너무 잘하고 너무 젊다. 동안으로 태어났는데 관리도 잘하는지, 정말 앞으로가 무궁무진한 사람"이라며 칭찬과 부러움을 아끼지 않았다.
김희애는 "김영민은 같이 연기할 때도 좋았지만 화면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김영민이 한 역할이 굉장히 힘든 역할이었다. 코미디 같으면서도 카리스마도 있어야 하고 코믹하면서도 적당히 슬프고 야비하면서도 적당히 피해자가 되어 동정심을 일으켜야 하는 역할이었다. 어느 쪽으로도 경계를 넘지 않는 어려운 연기를 멋지게 해냈다."며 김영민의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음을 알렸다.
'돌풍'에서는 김희애뿐 아니라 다른 여배우들도 상식적이지 않은 여성의 모습을 보여 인상적이었다. 특히 김미숙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 김희애는 "저는 처음 대본을 받고 제가 그 역할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그런데 완전 적역을 맡으셨다. 작품 안에서 남성과 섞여 강약을 보여주고 깊이감을 보여주는 인물이 많아 너무 풍요로웠다."며 감탄을 했다.
'퀸메이커'에 이어 연달아 정치장르극에 출연하며 특별히 매력을 느낀 게 있냐는 질문에 김희애는 "'퀸메이커'는 문소리의 대리 복수, '데드맨'은 조진웅의 구원자 역할이었다. 이번에도 직업은 정치인이었지만 이 작품은 정치물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인간의 밑바닥, 악마적인 밑바닥까지 인간의 모습을 까보는 이야기였다. 정치는 재료였을 뿐."이라며 이 작품을 정치물이 아닌 드라마로 봐달라는 당부를 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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