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벌어지는 ‘미디어 재판’···당신은 언론을 믿으십니까[오마주]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여러분은 신문과 방송을 믿으시나요. 유튜브에 언론이 말해주지 않는 진실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이달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에서 ‘뉴스를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31%였습니다. 조사 대상인 47개 국가들 중 38위입니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조금 울적하지만 꼭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진 않습니다. 시민이 언론 보도를 무조건 믿기보다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주에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디어 재판>을 소개합니다.
1984년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흑인 소년 네 명에게 총을 쐈습니다. 범인은 열차 승무원에게 소년들이 자신을 노린 강도였다고 말한 뒤 터널을 통해 도망쳤습니다. 신문사는 그에게 ‘지하철 자경대’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당시 뉴욕은 ‘미국의 살인 수도’라고 불릴 정도로 폭력 범죄가 만연했기 때문에 범인은 오히려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자기방어 하는 사람이 나올 때도 됐어요.” “두려워하면서 지하철 타는 데 지쳤습니다.” “따질 것도 없이 정당방위예요.”
서른일곱 살 백인 남성 버나드 게츠가 경찰에 자수합니다.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등 추측이 많았지만 안경잡이에 구부정한 자세로 조곤조곤 말하는 ‘샌님’이었습니다. 게츠는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집니다. 게츠는 4년 전 노상강도를 당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당시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게츠의 행동을 용인할 수는 없으나 범죄의 끊임없는 위협에 시달리는 시민들의 불만을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사가 게츠를 조사한 녹화 영상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여론이 바뀝니다. 범행 당시 게츠는 쓰러져 신음하는 소년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한 뒤 다시 총격을 가했습니다. “넌 멀쩡해 보이는구나, 한방 더 받아.” 방어가 아니라 처형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인종차별 범죄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게츠는 방송을 통해 반격합니다. “지금 이 나라는 무정부 상태예요. 누가 폭력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사법제도가 그들을 다시 거리로 풀어줘요.”
전체 6부작인 <미디어 재판> 중 2부 ‘지하철 자경대’의 내용입니다. 게츠의 재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미디어 재판>이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언론의 모습을 보여주리라 기대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미디어 재판>은 언론 자체의 힘을 보여준다기보다 사건의 이해관계자인 수사기관, 변호사, 피해자, 가해자, 이익단체가 어떻게 미디어를 이용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습도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의 미디어에는 기존 언론뿐 아니라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포함됩니다. <미디어 재판>은 시민에게는 ‘자신의 믿음이 누군가가 미디어를 이용한 결과는 아닌지’, 언론인에게는 ‘특종 욕심 때문에 누군가에게 이용당하진 않는지’ 고민해볼 거리를 던져줍니다.
<미디어 재판>의 다른 에피소드 역시 미국 사회의 특수성과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도 충격적입니다. 동성 친구에 대한 사랑 고백을 부추겨 살인 사건까지 만든 TV쇼, 비무장 이민자를 향해 41발의 총격을 가한 뉴욕 경찰, 사기 범죄가 적발되자 종교 토크쇼 진행자로 변신한 사업가, 집단 강간 사건 재판을 생중계한 방송사, 방송을 통해 이미지 세탁에 나선 부패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넷플릭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지수 ★★★★ 도무지 이해가 안 되고
‘단짠단짠’ 지수 ★★★★ 재밌지만 가슴이 답답하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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