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은 40% 떨어졌는데… '공모 흥행' 시프트업은 다를까?

서진욱 기자 2024. 7.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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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마켓]공모 대박 터뜨린 시프트업, 고평가 논란 지속
[편집자주] 미래를 이끄는 테크 기업의 오늘을 전합니다.

시프트업 상장 개요. /그래픽=이지혜 기자.

최근 IPO(기업공개) 시장을 뜨겁게 달군 게임개발사 시프트업이 코스피 상장을 앞뒀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과 일반 공모 청약에서 흥행 대박을 터뜨리며 성공적인 데뷔를 예고했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여전한 만큼 상장 직후 주가 급변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프트업을 향한 기대와 우려는 3년 전 상장한 크래프톤 사례를 떠오르게 한다. 시프트업은 크래프톤의 전철을 밟을까, 아니면 상장 이후에도 승승장구를 이어갈까.
18.6조 몰린 청약 증거금… 예상치보다 1조 넘게 늘어난 기업가치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진행된 시프트업 일반 공모주 청약에 18조5500억원에 달하는 증거금이 몰렸다. 청약 건수는 69만3283건, 통합 경쟁률은 341대 1로 집계됐다.

앞선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는 기관 2164곳이 참여해 경쟁률 226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희망가 범위 4만7000~6만원의 최상단인 6만원으로 정해졌다. 시프트업은 이번 공모를 통해 725만주를 전량 신주 발행한다. 전체 공모 규모는 4350억원이다.

시프트업의 예상 시가총액은 3조4800억원이다. 상장과 동시에 크래프톤(13조원), 넷마블(4조8000억원), 엔씨소프트(4조원)에 이은 게임주 시총 4위에 등극할 전망이다. 시프트업은 오는 11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다.

시프트업의 대표작 '승리의 여신: 니케' 홍보 이미지. /사진=시프트업.


시프트업은 지난해부터 IPO 대어로 꼽히며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당초 시총 전망치가 1조~2조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공모 성과를 달성했다.

주요 매출원 '승리의 여신: 니케'의 지속적인 흥행과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의 본격적인 성과 창출에 대한 기대가 청약 흥행을 이끌었다. 국내 1세대 게임 원화가 출신인 김형태 대표를 중심으로 한 탄탄한 개발역량이 부각된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침체기를 겪은 국내 게임업계가 최근 반등에 나선 점 역시 시프트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고평가 논란 여전… 실적 규모, 비교기업 적절성 지적
청약 흥행에도 고평가 논란은 이어진다. 3조원이 넘는 기업가치에 비해 실적 규모가 너무 작아서다. 시프트업은 지난해 매출 1686억원, 영업이익 111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66%에 달하는 뛰어난 수익성을 보여줬으나 매출 규모에서는 대형 게임사로 보기 어렵다. 현재 게임주 시총 4위인 펄어비스(2조9000억원)의 지난해 매출은 3335억원으로 시프트업보다 2배 정도 크다. 영업손익은 164억원 적자를 냈다.

시프트업은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스퀘어 에닉스, 사이버 에이전트, 카도카와 등 일본 게임사 3곳을 비교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후 이들 기업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 39.25배를 적용해 희망 공모가 범위를 산출했다.

스퀘어 에닉스의 대표 IP '파이널 판타지'를 활용한 '파이널 판타지 XIV: 황금의 유산' 홍보 이미지. /사진=스퀘어 에닉스 홈페이지.


증권가 일각에서는 비교대상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퀘어 에닉스와 사이버 에이전트는 지난해 게임매출이 각각 2조1000억원, 1조6000억원에 달하고,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글로벌 IP(지적재산권)을 다수 확보하고 있어서다.

카도가와의 경우 일본 대표 출판 기업으로 전체 매출에서 출판 비중이 54%가 넘고, 게임은 10%에 불과하다. 출판과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제작, 게임 개발 역량을 두루 갖춘 카도가와를 게임 개발사인 시프트업의 비교 대상으로 삼기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시프트업은 의도적인 몸집 불리기보다는 최대 장점인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성장 전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김형태 대표는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후에도 개발 중심 회사의 정체성과 초심을 잃지 않겠다"며 "상장 후 파이프라인(개발작)을 다량으로 늘리거나 적극적인 M&A(인수합병)로 몸집을 불리기보다는 확실히 성공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신중하게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열린 IPO(기업공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시프트업.
크래프톤 사례 소환… 유통물량 적어 오버슈팅 우려
시프트업의 고평가 논란은 2021년 상장한 크래프톤과 비교된다. 당시 크래프톤은 월트 디즈니, 워너뮤직그룹, 액티비전 블리자드, 넷이즈 등을 비교대상으로 삼았다가 기업가치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였다. 크래프톤은 비교대상을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게임사 4곳으로 바꾸고 희망 공모가 범위를 10% 하향 조종했다. 이에 따라 적용 PER는 45.2배에서 43.8배로 낮아졌다.

그럼에도 고평가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공모 성과가 기대를 밑돌았다. 크래프톤은 상장 당일(2021년 8월10일) 공모가 49만8000원보다 9% 낮은 4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1년 코스피에 상장한 기업 중 상장날 종가가 공모가를 밑돈 첫 사례였다. 같은 해 11월 58만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년 뒤 40% 넘게 떨어졌다. 이날 종가는 28만원으로 상장날 종가의 62% 수준이다. 22조원에 육박했던 시총은 13조4090억원까지 줄었다.

크래프톤 상장 1년 주가 추이. /그래픽=이지혜 기자.


시프트업의 기업가치는 크래프톤의 15% 정도이고, 공모 대박을 터뜨렸다는 점에선 차이가 있다.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교보증권은 △올해 매출 2593억원, 영업이익 1842억원 △2025년 매출 4581억원, 영업이익 3320억원을 예상했다. 2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가 3배 가까이 커진다는 추산이다.

유통주식 비중이 매우 낮은 점은 상장 후 주가변동 가능성을 높인다. 시프트업의 유통주식은 1045만4535주로 전체 상장예정주식의 18.02%에 불과하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모 규모가 전체 주식의 12.5%로 크지 않아 상장 시 밸류에이션 오버슈팅 가능성이 높다"며 "차기작 출시 전까지는 추가 성장 모멘텀이 약한 만큼 상장 후 주가변동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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