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고추인 줄 알고 심었는데…수확 앞둔 농민의 한숨

나보배 2024. 7. 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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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농민이 애초 주문한 고추 품종과 다른 모종이 공급돼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자 육묘장은 주문대로 공급했다며 맞서고 있다.

이 육묘장에 종자를 납품한 회사 관계자 역시 "만약 이 품종의 씨앗이 다른 품종과 섞였다면, 최씨 외에 다른 농민들의 고추도 품종이 섞였어야 한다"며 "하지만 관련 신고가 들어온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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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고추가 빨개지지 않고 연두색…같은 품종 다른 고추"
육묘장 "생육환경 따라 차이 날 수 있어…제대로 공급"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한 농민이 애초 주문한 고추 품종과 다른 모종이 공급돼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자 육묘장은 주문대로 공급했다며 맞서고 있다.

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진안군 백운면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최모(64)씨는 올해 2월 한 농약사에 'A' 품종 1천립을 주문했다.

짙은 녹색 고추(오른쪽)와 연두색 고추 [촬영 나보배]

보통 주문을 받은 농약사는 종자회사로부터 고추씨를 받아 육묘장으로 넘긴다.

이후 육묘장은 이 종자를 모종(어린 식물)으로 길러 농민에게 납품하고, 농민은 이 모종을 밭에 심어 고추를 수확한다.

최씨는 지난 4월 말께 예년과 마찬가지로 육묘장에서 모종을 받아 밭에 옮겨심었다.

하지만 고추를 기른 지 두 달이 넘었어도 예전과 달리 고추가 짙은 녹색 빛을 띠지 않았다.

모종 1천개 중 절반가량이 여전히 연두색 빛을 띠고 있어 사실상 올해 고추 농사는 망친 셈이다.

녹색 고추가 뜨거운 햇볕을 받아 붉어지면 고춧가루를 만들어 내다 팔 기대에 부풀었던 최씨는 낙담과 함께 고스란히 경제적 손실을 봐야 할 처지가 됐다.

그는 "7월에 붉은 고추를 딸 수 있는 품종이어서 샀는데, 7월이 됐는데도 고추가 익을 생각을 안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연한 초록색이 곧 짙어질 거라고 기대했는데 좀체 짙어지지 않는다. 먹어보니 매운맛도 약하다"고 주장했다.

최병옥씨의 밭에서 자란 서로 다른 고추 왼쪽부터 최씨가 품종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연두빛고추, 짙은 초록빛 고추, 익은 빨간고추 [촬영 나보배]

최씨가 구매한 모종은 개당 300원으로 1천주를 30만원가량에 구매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지난 2개월간 고추 농사에 들어간 노동력이나 비룟값, 가을에 거둬들일 고춧가루 판매액 등을 추산하면 200만∼300만원의 손해가 예상된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그는 "똑같은 밭에, 똑같은 품종을 심었는데 50%가량은 녹색 고추가, 나머지 절반은 연두색 고추가 달려 낭패를 봤다"며 "종이 다르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육묘장이나 종자회사는 "품종이 바뀔 리 없다"는 입장이다.

최씨에게 모종을 납품한 육묘장 관계자는 "(육묘장에서) 120만주가량의 모종을 기르는데, 그중 이 품종을 주문한 것은 최씨 한 사람"이라며 "농약사에서 종자를 받았을 때부터 이 품종만 따로 분리해서 키웠기 때문에 다른 품종과 섞였을 리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한 초록색의 빛을 띠는 고추는 마일드 품종과 유사한데, 우리 육묘장에서는 그러한 품종을 기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고추는 생육 환경에 따라 붉어지는 속도가 다를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육묘장 관계자는 "같은 밭에서 키우는 고추일지라도 일조량 등에 따라 결실이 달라질 수 있다"며 "모종을 납품받은 직후도 아니고 2개월이나 키운 뒤에 모종이 잘못됐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육묘장에 종자를 납품한 회사 관계자 역시 "만약 이 품종의 씨앗이 다른 품종과 섞였다면, 최씨 외에 다른 농민들의 고추도 품종이 섞였어야 한다"며 "하지만 관련 신고가 들어온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료를 분석해 유전자 검사를 한 뒤 다른 품종으로 밝혀지는 등 객관적인 자료에 기반해 문제를 제기한다면 다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고추가 열리지 않은 상태의 모종을 받았을 때는 당연히 고추가 빨간색일지, 연두색일지 어떻게 알겠느냐"면서 "고추가 익어가는 최근에야 확연히 구분됐다"고 반박했다.

또 "영세 농민이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 품종이 다른 것을 직접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보상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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