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 가격표 붙여놓는 플라스틱 가시 같은 거…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그거사전 - 25] 새 옷에 상표 등을 고정해주는 플라스틱 ‘그거’
택핀을 패션과 스웩으로 승화시킨 사례도 있다. 서태지다. 서태지는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 1집 활동 당시 상표 태그를 떼지 않은 모자를 그대로 쓰고 나오는 ‘상표 패션’은 유행이 됐다. 후일 서태지는 자신이 유행시킨 상표 패션에 대해 “당시 미국 흑인들 사이에서 상표를 떼지 않고 옷을 입는다는 말을 듣고 따라 해본 것”이라며 “흑인 문화를 알리고 싶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스트리트 패션, 힙합 스타일 옷차림에서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스냅백의 모자챙 스티커를 떼지 않고 그대로 쓰고 다니는 것도 ‘상표 패션’의 일종이다. 특히 모자 브랜드 뉴에라의 스냅백 모델 ‘59피프티’는 챙에 붙어있는 스티커, 바이저 스티커를 떼지 않는 것이 신성시되는 법칙이며 상대의 스티커를 떼는 행위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모자 스티커에는 치수가 적혀 있는지라 ‘내 머리가 이렇게 크답니다’라고 자랑하는 셈인데 대체 왜 떼지 않고 다니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가설은 국내외에서 다양하다.
두 번째 가설은 ‘7일 이내 교환·환불설’이다. 돈은 없지만 패션을 포기할 수 없었던 빈민가의 흑인들이 모자를 산 뒤 하루 이틀만 쓰고 다시 매장에 들고 가서 다른 모자로 교환하거나 환불받기 위해 상표 태그와 스티커 등을 떼지 않은 채 쓰고 다닌 것에서 유래됐다는 분석이다.
세 번째 가설은 ‘지름 자랑설’이다. 1980~1990년대 힙합 뮤지션 사이에서는 막 구입한 따끈따끈한 신상을 자랑하는 ‘프레시&클린’ 문화가 유행했었는데, 상표 스티커를 떼지 않은 진품 스냅백 역시 자랑의 영역이었다는 것.
통통 튀는 행동경제학적 분석으로 명성을 크게 얻은 덴 애리얼리 듀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역시 세 번째 가설에 힘을 보탠다. 그는 상표 태그를 떼지 않은 옷에 대해 “화려하기만 하고 쓸모없는 꽁지깃을 갖는 공작”에 비유하며 “가격표는 ‘난 이렇게 쩌는 물건을 가지고 있어. 게다가 새거라고!’라고 말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떼지 않은 상표 태그는 균형이나 표준에 저항하는 행위를 나타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랩, 힙합 문화의 기저에 흐르는 반(反)문화적 정서가 표출됐다는 것이다.
택핀과 비슷하지만, 구멍을 뚫는 대신 단춧구멍 등에 꿴 뒤 고리 모양으로 고정하는 플라스틱 고리는 스트링핀 혹은 루프핀이라고 한다.
- 다음 편 예고 : 인도에 줄줄이 설치된 철제 기둥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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