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문 ‘종전 선언’에도 효성家 갈등 봉합 안갯속…문제는 상속세? [비즈360]
유언장 의구심·서운함 여전…갈등 해소까지 허들 첩첩
재계 “공익재단·지분 매각 언급, 결국 상속세 해결 의도”
조현문 ‘화해’ 말했지만…“요청 거절하면 법적 권리 행사”
효성 “가족 간 평화·화합 이룰 근본적·실질적 방안 고민”
[헤럴드경제=정윤희·한영대 기자]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형제 간 갈등을 종식하고 상속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면서 효성가(家) ‘형제의 난’이 종식될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이 선친인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유언장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갈등 봉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있다는 평가다. 또, 조 전 부사장이 요구한 공익재단 설립 협조, 비상장사 지분 매각에 따른 계열분리 등을 둘러싸고 상당 기간 충돌이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조현문 전 부사장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속재산을 한 푼도 제 소유로 하지 않고 공익재단 설립에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공익재단 명칭은 단빛재단이다. 그러면서 “선친이 형제 간 우애를 강조했는 데 거짓과 비방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앞으로 서로 다투지 말고 평화롭게 각자 갈 길을 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조 전 부사장은 또, “저의 가장 큰 희망은 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며 현재 자신이 보유한 비상장사 지분 매각을 통한 계열분리에 형제들이 협조해달라고 요구했다. 효성그룹의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2014년에 발생한 효성가 ‘형제의 난’은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인 조현준 회장을 횡령·배임 의혹으로 고소·고발하면서 촉발됐다. 이를 계기로 조 전 부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배제됐을 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의절한 상태다.
그러나 지난 3월 별세한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은 유언장에서 “부모 형제의 인연은 천륜”이라며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지켜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명예회장은 또, 의절한 조 전 부사장에게도 유류분(법정 상속인의 최소 상속분)을 웃도는 재산을 물려주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선친의 유훈’을 앞세웠으나, 공익재단 설립을 언급한 배경에 실질적으로는 상속세 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고인의 재산을 같이 물려받은 공동상속인이 공익재단 설립에 동의하면 재단에 출연할 기금에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이 받을 상속재산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1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명예회장의 유언에 따라 조현문 전 부사장에게 상속된 재산은 상장사 기준으로 효성티앤씨 지분 3.37%, 효성중공업 지분 1.5%, 효성화학 지분 1.26%이다. 최근 주가 기준으로 약 1000억원 규모다. 현행법상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을 경우 50% 세율이 적용된다.
조 명예회장 별세 당시 재계에서는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효성과 계열사 지분 가치가 약 7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효성가 내야 할 상속세만 최소 4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효성 내 아무런 직함이 없는 조현문 전 부사장이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를 지불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기자회견도 결국 상속세와 관련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진행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 전 부사장이 비상장사 지분 처분에 대한 형제들의 협조를 요청한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조현문 전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 지분은 동륭실업 지분 80%, 효성토요타 20%, 더클래스효성 3.48% 등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굳이 세금 감면을 위한 (형제들의) 동의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결국은 상속세를 줄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큰 것 아닌가 한다”며 “100% 독립을 하겠다며 비상장사 주식을 형제들에게 팔겠다는 것도 자신의 지분만큼 돈을 더 받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효성그룹이 조 전 부사장의 요구를 받아들일 지 여부는 미지수다. 공익재단 설립 협조나 비상장사 지분 매각 등이 효성그룹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효성그룹은 지난 1일부로 장남 조현준 회장의 ㈜효성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이끄는 신설 지주사 HS효성 등 2개 지주사 체제로 재편되며 사실상 형제간 독립경영이 시작된 상태다. 추후 계열분리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효성 관계자는 “가족들은 말로만이 아닌 진정성을 갖고 가족 간에 평화와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의 요구가 또 다른 법적 분쟁을 촉발하며 ‘제2의 형제의 난’이 발발할 가능성도 있다. 조 전 부사장은 회견에서 자신이 요구한 공익재단 설립 등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시사했다.
조 전 부사장은 “만약 형제와 효성이 제 진심어린 요청을 거절하거나, 명확히 답을 안하면서 시간을 끈다면 어쩔 수 없이 제 모든 법적권리를 포함해 제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조 전 부사장은 공익재단 설립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자 약 한 달 전 조현준 회장, 조현상 부회장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효성 측에서 “지금이라도 조석래 명예회장의 유훈을 받들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진정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형제들 사이에 ‘감정적 앙금’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은 조 명예회장 별세 당시 단 5분간만 조문을 하고 자리를 뜬 데 대해 “제 의사에 반하게 나가라는 이야기가 있어 본의 아니게 빈소에서 나와야 했다”며 서운함을 표시했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유족 명단에도 오르지 못했다. 조 전 부사장은 “형제들과 갈등하지 않고 미래로 갈 것”이라면서도 “(5분 조문은) 나의 의사가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거짓된 행동이 있었다”고 했다.
조 전 부사장은 또, 어머니 송광자 여사에 대해서는 “당연히 인사드려야 한다”며 “모친께도 시간이 되고 기회가 되면 찾아뵐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의 장례식이 끝난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는데 어머니께 말 한마디 없이 시간되고 기회되면 찾아 뵙겠다고 얘기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조 전 부사장은 기존의 형제간 법적 분쟁을 취하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조 전 부사장이 고발한 조현준 회장의 횡령배임 건은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고,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의 맞고소에 따라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회견에서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취하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재판은 진실에 기반돼야 할 것이고,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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