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100년 운용할 전략폭격기···‘B-52H’ 핵 재무장하나?[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엔진·항전장비 업그레이드 등 성능개량
무장 탑재량은 기존 대비 약 70% 확대
무기창 적재 많아져 ‘슈퍼폭격기’ 재탄생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돼 한반도 위기 상황에 놓이면 어김없이 전개돼 온 미국의 대표적 전략폭격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가 성능개량을 통해 2050년까지 운용된다. 개량된 기종의 명칭은 ‘B-52J’로 바뀐다. 미국 보잉社 제작한 B-52기는 1952년 초도비행 후 1955년부터 미 공군이 운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사용되는 기종은 H형으로 1962년에 마지막으로 납품됐다. B-52H형은 모두 102대가 생산됐다. 2050년까지 미 공군이 운용하면 ‘100년 간 운용되는 전략폭격기’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게 된다.
미 공군은 차세대 스텔스 전력폭격기인 ‘B-21 레이더(B-3)’를 도입하고 노후화된 ‘B-1 랜서’와 ‘B-2 스피릿’을 퇴역시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미 공군은 2050년대에는 최소 100대의 B-21과 76대의 B-52H를 운용할 계획이다. 다만 B-21 레이더는 성능 개량작업을 통해 또 다른 버전이 나올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가 러시아와의 핵군축 합의로 재래식 무장만 가능하게 했던 B-52H 전략폭격기에 핵무기 탑재 능력을 복원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군사전문지 디펜스뉴스가 최근 미국 상·하원에서 추진하는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는 공군이 보유한 모든 B-52H를 핵무장이 가능한 상태로 복원하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고 보도했다.
미 공군은 보유한 B-52H 폭격기(총 76대) 가운데 46대만 공대지 순항 핵미사일(AGM-86B)을 발사할 수 있다. 나머지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따라 2015년부터 핵무장 능력을 제거했다.
2011년에 발효한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배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에 탑재한 핵탄두를 1550개로 제한하고 있다.
2021년 미국과 러시아는 이 방안을 담긴 협정을 5년 연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지난해 2월 협정 참여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이에 미 의회는 러시아가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 만큼 B-52H의 핵무장 능력을 복원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 중국이 전략 핵무기를 빠르게 늘리고 있어 이에 대한 억제력 강화를 위해 미국의 핵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하원 법안에 따르면 지난 6월 14일 하원 본회의에 상정된 국방수권법안은 공군이 뉴스타트 만료 한달 안으로 B-52H 폭격기의 핵무장 능력을 복구하기 시작해 2029년까지 마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상원 군사위원회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국방수권법안을 최근 가결 처리했다.
마이크 로저 하원 군사위원장은 지난 6월 14일 하원 본회의의 국방수권법안 심의 때 “뉴스타트는 2026년에 만료되는데 러시아가 진지한 군축 대화를 위해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B-52H 전략폭격기는 ICBM과 전략핵잠수함(SSBN)과 함께 미국의 3대 핵전력을 구성한다. 이 때문에 B-52H는 한반도에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가장 최근인 지난 4월에 B-52H가 제주 동남방에서 한국, 일본 공군 전투기와 연합훈련을 하기도 했다. 1960년대 초반에 배치된 B-52는 미 공군이 현재 운용 중인 폭격기 중 가장 오래된 기종이다.
미 공군이 B-52H의 성능개량을 추진해 B-52J로 2050년까지 운영하는 배경은 실전에서 보여준 탁월한 성능과 저렴한 운영비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세대 전략폭격기 사업의 지연 탓도 있지만 성능과 운용비를 고려하면 더 효과적이라는 게 미 공군의 판단이다.
만재중량이 120t인 B-52H는 순항속도 819km(최고속도 1050km), 실용 상승한도 1만5000m에 이른다. 항항속거리도 1만6327km, 작전반경은 1만4200km에 달해 ‘하늘의 요새’로 불린다.
성능개량은 엔진 교체와 차세대 항전장치, 지도 표시 시스템, 적재무기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엔진 교체 계획과 관련해 기존의 프랫 앤 휘트니(Pratt & Whitney)사의 ‘TF33 터보엔진’ 대신 롤스로이스가 제작한 ‘F130’으로 교체하는 것이 핵심이다. F130엔진은 TF33 대비 크기와 출력에 차이가 없지만 무게는 더 가볍다. 이를 통해 줄어든 무게 만큼 발전기 수를 늘려 항전장비 등에 필요한 전력발전량을 늘렸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연비도 기존보다 40%가량 증대됐다. 덕분에 항속거리가 늘어나고 공중급유 빈도도 낮추게 됐다. 미 공군은 엔진 교체에 26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고 2028년 말에 B-52J의 첫 번째 지상 및 비행시험을 할 계획이다. 2038년까지는 전체 기종의 F130 엔진 교체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통신장비와 항법장비의 업그레이드도 진행한다. B-52H는 여러 차례의 업그레이작업을 받지만 조정석은 계기판이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이다. 이번에는 업그레이드를 통해 아날로그 계기가 사라지고 글래스 콕핏으로 개선된다. 이럴 경우 조종사들의 조종과 작전이 수월해지고, 탑승 인원도 5명에서 4명으로 줄어든다.
또 통신과 항전장치 개량작업이 끝나면 출격 15∼20시간 전에 정보를 습득하던 아나로그 방식 대신 계기판 LCD 화면의 디지털 지도를 통해 최신 정보를 받아 활용하는 게 가능해진다. 첨단 데이터 링크를 통해 수시로 기지와 교신하면서 임무와 타격 표적도 변경할 수 있다.
2단계에는 내부 무기창 성능개량(IWBU)도 착수한다. 앞서1단계 성능개량 작업을 거친 B-52H는 날개 하단 파이런에 12발 외에도 최대 8발의 합동정밀직격탄(JDAM) 추가 적재를 할 수 있다. 이는 기존 무기 적재량 보다 약 70%가량 늘어나게 돼 더 적은 출격으로 훨씬 많은 적 표적물을 타격하는 게 가능해진다.
주목할 점은 B-52H는 핵탄두 적재가 가능한 AGM-129 순항미사일(12발)과 AGM-86A 순항미사일(20발)과 함께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AGM-84 하푼 공대함 미사일(8발), AGM-142 랩터 지대지 미사일(4발), JDAM(12발) 등과 함께 500 파운드와 1000 파운드 무게의 재래식 폭탄 81발, GPS형 관성유도 폭탄(JSOW) 12발 등 모두 32t의 무기를 적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성능개량이 이뤄지면 날개 하단에 싣는 폭탄을 제거해 연료 효율성이 높아지게 된다. 연료는 덜 쓰면서도 장착량은 훨씬 많아져 ‘슈퍼 폭격기’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공대지 합동정밀유도탄(JDAM) 뿐만 아니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JASSM-ER) 일부도 내부 무기창에 싣고 발사할 수 있는 것을 비롯해 전자방해 기능을 탑재한 항공기 발사 소형 미끼 탄(MALD)도 장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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