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조버지'... '인천 역사상 최고 감독'이 떠났다[스한 이슈人]

김성수 기자 2024. 7.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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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정들었던 팀의 지휘봉을 내려놨다. 지난 2020년 8월 부임 이후 약 4년 만에 팀을 떠나는 것.

조 감독은 부임 기간 동안 인천에게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영광을 선사한 사령탑이었다. '인천 역사상 최고의 감독'이 작별 인사를 전한 것이기에, 선수들도 팬들도 감사 인사와 함께 그 마지막 순간을 지켰다.

인천 유나이티드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이루고 떠나는 조성환 감독. ⓒ프로축구연맹

인천 유나이티드는 조 감독과 상호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했다고 5일 밝혔다.

조 감독과 인천 구단은 최근 팀의 성적 부진에 대해 소통을 진행했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등 오랜 상의 끝에 상호합의하에 계약을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 인천은 현재 4승9무8패, 승점 21점으로 K리그1 12팀 중 9위에 머물러있다.

5일 1-1 무승부를 거둔 김천 상무와의 홈경기가 조 감독의 인천 사령탑으로서 마지막 경기였다. 조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서 인천에 "좋은 추억과 정이 쌓인 팀"이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조 감독이 오기 전 인천은 늘 잔류만 걱정하던 하위권팀이었다. K리그가 승강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인천은 7-10-8-10-9-9-10위에 머물렀다. 2013년은 14팀, 나머지는 12팀 중 기록한 순위였으며 그 중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고 K리그1에 잔류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순위인 10위만 3번을 기록했다. 매번 부진한 시즌을 보내다 강등만 겨우 면하니 '잔류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붙었다.

하지만 조 감독 부임 이후 인천은 완전히 달라졌다. 2020시즌 개막 14경기 동안 1승도 없던 팀에 부임해 남은 13경기 동안 7승을 안기며 K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강등 탈출을 해냈다. 2021시즌에도 조기에 잔류를 확정하는 '어색한' 상황을 만들어냈고 5년 만에 최고 순위인 8위로 마쳤다. 그리고 2022시즌에는 9년 만에 파이널A(1~6위)에 오른 것은 물론, 승강제 도입 후 구단 최고 성적인 4위로 시즌을 마치며 인천의 창단 첫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까지 해냈다. 이것만으로도 인천 구단 역사에 남을 업적을 이뤘다고 볼 수 있는 조 감독이다.

조성환 감독. ⓒ프로축구연맹

조 감독과 인천에게 있어 2023시즌 초반부는 정말 위기였다. K리그1 개막 12경기에서 승점 12점(3승3무6패)에 그쳐 강등권인 10위에 머물렀다. 당시 일부 팬들은 걸개를 통해 조 감독의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더 단단해진 인천은 결국 반등에 성공하고 2년 연속 파이널A에 진출하며 초반의 우려를 씻었다.

매년 강등권에 익숙해 있던 인천인데, 지난해에는 시즌 초반 일시적으로 강등권에 위치하자 조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인천에 잔류왕 탈피와 아시아 무대 진출의 기쁨을 안겨준 조 감독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만큼 인천 팬들의 눈높이가 조 감독 덕분에 올라갔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조 감독은 그럼에도 당시 상황을 팬들 덕에 버텼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스포츠한국과 경상남도 창원 전지훈련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팬들은 더 많은 응원을 보내줬고, 비판해준 팬들과도 소통하며 서로를 이해했다. 다시 반등해서 파이널A에 올라간 것도 팬들의 응원 덕분이었다. 경기 후 이틀간의 휴식일 중 하루를 쉬고 클럽하우스에 있는 사무실로 나갔는데, 팬들이 비를 맞으며 격려의 메시지를 전해주더라. 나와 선수들 모두 진한 감동을 받았고 각성할 수 있었다. 결국 팬, 선수, 코칭스태프, 전달수 대표님을 비롯한 구단 프런트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준 덕에 어려운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비록 2024시즌을 예년만큼 좋은 흐름으로 이어가지 못하며 약 4년간 함께한 인천을 떠나게 됐다. 하지만 올 시즌 부진마저도 인천이 '잔류왕' 소리를 듣던 시절에 비해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최하위 전북 현대(승점 16)와 5점 차이긴 하지만 파이널A 마지노선인 FC서울(승점 27점)과도 6점 차다. 파이널 라운드로 나뉘기 직전인 33라운드까지 충분히 파이널A를 노릴 수 있는 수준이다.

ⓒ프로축구연맹

그럼에도 조 감독은 사랑하는 인천을 위해 물러나는 쪽을 결정했다. 본인의 자리를 지키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오랜 시간을 함께한 팀이 더 잘되기만을 바라는 마음이었다. 인천 팬들 역시 이를 알기에 떠나는 조 감독에게 응원가를 부르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사임하는 감독의 마지막 경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이로써 약 4년에 달하는 '조성환호 인천'의 항해는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그는 떠나는 순간까지 '인천 구단 역사상 최고의 감독'으로 떠났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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